뉴몰든 공공 도서관 입구./사진=신락균
뉴몰든 공공 도서관 입구./사진=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새해가 되면 늘 하는 다짐 중에 빠지지 않는 항목이 몇 개 있다. 사람마다 새해 다짐이 제각각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새해 다짐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항목을 몇 가지 예를 들면 운동 열심히 하기, 금주(혹은 절주), 일찍 일어나기 등이 있다. 하나 더 있다. 바로 책 많이 읽기. 변명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작년 한 해는 학과 공부 및 논문 작성을 위해 전공 분야 논문 위주로 많이 읽었다. 그래도 틈틈이 시간이 나면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다. 다 읽은 책도 있고, 중간에 재미없거나 의지박약으로 인해 포기한 책도 있다. 작년 8월 말에 논문 제출을 하고 난 뒤 피곤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책을 펴면 왠지 모르게 잘 읽히지 않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멍하니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도 오래 걸렸다.

 

새해도 됐고 이제는 쉴 만큼 쉬었기 때문에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고 책을 많이 읽고 싶어졌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독서 환경을 바꿔보기로 했다. 집과 가까운 곳에 뉴몰든 공공 도서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점심을 간단히 먹은 뒤 도서관으로 향했다. 대학교 도서관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집과 거리가 가까워서 좋았고 아담한 도서관과 건물 한편에 있는 열람실이 주는 조용한 분위기가 독서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방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었는데 도서관에 오는 습관을 잘 들이면 독서도, 공부도 습관을 들이기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 도서관이 좋았던 것은 한국 도서 섹션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곳에 거주하는 한인이 많기 때문에 한국어로 된 책의 수요도 꽤 있는 모양인 것 같았다. 책장에 무슨 책이 있나 천천히 살펴보면서 얼추 세어보니 약 500여권 정도. 생각보다 책이 많이 있었다. 물론 오래전에 출간된 책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박완서, 황석영의 소설부터 정세랑, 권여선의 소설까지 작가의 스펙트럼도 꽤 다양하고 괜찮은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었다. 영국은 다인종이 거주하는 국가라 다른 언어로 된 책들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한국어만큼 커다란 책장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열람실 반대쪽에는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이른 시간부터 아이들이 엄마와 같이 와서 동화책을 읽고 있었다. 영국의 경우 어린이집(Nursery)가 12시 정도면 끝나고 초등학교도 3시 정도면 다 끝나서 오후가 되면 어린이 도서관이 거의 매일 꽉 차 있다.

독서모임 안내 포스터./사진=신락균
독서모임 안내 포스터./사진=신락균

 

때마침 오늘은 도서관에서 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중장년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열람실 한편에 앉아서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책을 돌아가면서 읽은 뒤 의견을 나눴다. 도서관 입구에는 매주 목요일에 독서모임이 있으니 참여하라는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뉴몰든 지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독서 모임을 추진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하게 되면 1인 가구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외로움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책을 읽는 것은 오롯이 혼자의 것이지만 독서 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책에 대한 감상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친목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모임이 잘 되어서 구성원들끼리 친해지면 독서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도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다 보면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도 생기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신년에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를 찾고 있었는데 만약 가능하다면 도서관에서 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뉴몰든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어 책들./사진=신락균
뉴몰든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어 책들./사진=신락균

 

유튜브에 '독서'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몇몇 영상을 보면 일 년에 몇십 권씩 읽는 사람들의 영상과 독서법에 대한 영상이 꽤 올라와 있는 것을 본다. 그들은 공통으로 전자책보다는 종이책, 빌려 보는 것보다는 직접 사서 줄 긋고 메모하면서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막상 그러고 싶어도 해외에서 한국어 책을 마음껏 사는 것 자체가 애초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500권의 한국어 책을 보관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좋은 책 사서 읽지 않고 꽂아 놓는 것보다는 잠깐이지만 몇 주간 빌려서 그동안 빨리 다 읽고 반납하는 것이 내게는 더 맞는 방식 같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오며 책 몇 권을 빌렸다. 사든 빌리든 무엇이든 좋으니 개인적으로 올해는 다독의 해가 되어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만약 새해 다짐을 정했는데 왠지 자신이 없고 꾸준히 실천하기 힘들 것 같다면 주변에서 찾든 온라인에서 찾든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아서 같이 실천해보면 어떨까. 서로 격려하다 보면 적어도 작심삼일은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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