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남 행복한 죽음 웰 다잉 연구소장

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웰 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편안한 죽음을 꿈꾼다. 최근 웰빙에 이어 웰 다잉에 대한 의식 변화로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안규백(더불어민주당)의원은 국내 최초로 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웰 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에 본지는 웰 다잉 강의로 활동 중인 강원남 웰 다잉 연구소장을 만나 1인 가구 증가와 웰 다잉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강원남 웰 다잉 연구소장의 어렸을 때 꿈은 방송국 PD였다. 성적이 모자라 경제학과를 다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사람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재수 끝에 사회복지학과를 재입학하면서 복지 분야에 눈을 떴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노인복지관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강 소장은 이후 사람들에게 죽음과 관련된 교육을 하고 싶어서 생사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20대에 시작한 웰 다잉 강의는 어느덧 사십 대가 되었다. 1년에 전국 100곳에서 웰 다잉 강의를 한다. 연말에는 하루에 3~4곳에서 요청이 들어온다. 

"우리나라 어르신 경우 어떻게 죽는게 잘 죽는 것인가를 많이 물어봐요. 어떤 사람은 '자다가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또 다른 이는 '안 아프다가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자식에게 폐 안 끼쳤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어르신도 계신데 중요한 점은 누구나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죽을 때 통증이 적게 죽기를 원하죠. 일본의 경우는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죽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가족의 품에서 죽기를 원합니다"

죽음이 두려웠던 강 소장은 봉사하면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강원남 행복한 죽음 웰 다잉 연구소장이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강원남 행복한 죽음 웰 다잉 연구소장이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다들 죽음 앞에서는 두렵습니다. 대부분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갔는데 한 어머니가 암이라는 투병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편안하게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거에요. 아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사시는 동안 나누고 베풀면서 잘 사셨다는 거죠. 거기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됐습니다. 죽음 역시 특별한 게 아니라 살아온 모습 그대로라는 사실을 말이죠. 잘 죽겠다는 말은 곧 잘 살겠다는 말과 동일한 얘기에요"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수록 고독사에 대한 부분이 부각되고 있다. '고독사' 역시도 살아온 모습 그대로의 '죽음'일 뿐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고독사란 이름을 너무 키우지 않았으면 해요. 말 그대로 고독하게 죽은 죽음이죠.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까지 가게 되는 단계입니다. 좀 더 실상을 들여다봤으면 합니다. 왜 고독사하기까지가 중요한거 잖아요. 최근 청년 고독사 얘기가 많은데요. 이들의 공통된 점이 무엇인 줄 아세요? 바로 이력서나 벼룩시장이 발견된다는거죠. 머릿속에 생각하는 고독사의 경우, 술병 널브러져 있고 쪽방촌에 거주하는 등, 삶을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거죠. 고독하게 죽은 죽음을 비하보다는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고독사가 일어나기 전 단계가 중요하다고 봐요"

죽음 얘기는 민감하다. 강의 도중 쫓겨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보통 복지관 어르신 대상으로 하는 강의가 대부분인데 자식이 찾아와 '좋은 강의는 안 하고 노인들 데려다 죽는 소리나 한다'며 깽판을 치고 간 사례도 여러 번이다. 반면 웰 다잉 강의를 듣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며 고마워 한 이들도 많다. 

강원남 행복한 죽음 웰 다잉 연구소장이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강원남 행복한 죽음 웰 다잉 연구소장이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한 할머니가 강의를 듣고 병원에서 누워 죽기만을 기다리던 오빠가 생각났다며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러더니 용기 내 오빠를 집에 모시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햇볕이 잘 드는 거실 한 켠 오빠를 눕히고 미움을 곱게 쑤어 입에 넣어주자 넙죽넙죽 잘 받아먹더래요. 며칠 지나자 얼굴도 말개지고 표정도 환해지고 얼굴에 살도 차올랐다고 하셨어요. 그러더니 다음 날 새벽 쌔근쌔근 자면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더라고요. 마지막 한 번이라도 밥 한 끼 먹여 보낼 수 있어서 여한이 없다며 너무 고마워 하셔서 뭉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웰 다잉에 집중해왔다. 존엄하게 죽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스스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아직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삶이 없었다면 죽음도 없었다, 일종의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고 세트인 거예요. 인생이 유한한 것이라고 볼 때 계속 두렵다고 피할 것인가, 아니면 유한한 인생이기 때문에 현재 삶에 좀 더 집중해서 더 의미 있게 살 것인가, 이건 우리의 선택의 문제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쇼'의 마지막 장면처럼 삶의 마지막 순간 문을 닫고 퇴장하듯이 모두에게 손을 흔들고 굿바이 작별 인사를 하는 그런 죽음이 필요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웰 다잉에 집중해왔어요. 1인 가구 증가도 그중 하나라고 봅니다. 이미 영국에서는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 부분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강원남 소장 누구?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꿈을 갖고 2014년 행복한 죽음 웰 다잉 연구소를 설립, 현재 웰 다잉 플래너로 활동 중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할머니, 할아버지, 대학생, 청년, 전업주부, 직장인 등 많은 사람과 함께 잘 죽는 법그리고 잘 사는 법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고 있다. 또 죽음을 보고 듣고 마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찾아다닌다. 2018년 '누구나 죽음은 처음입니다'를 시작으로 최근 '괜찮아 어차피 다 죽어' 신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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