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결혼할 계획 있으세요? 만약 없다면 당신은 '무연고 사망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설마?" 하실 분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형제·자매는 있으신가요? 있다면 당신 장례를 치를 정도로 관계가 친밀한지 잘 생각해 보세요. 게다가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 해도 현재 기준으로 최소 500만원에서 1천만원 정도의 장례비를 부담할 경제적 여력이 되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미혼으로 배우자와 자녀 없음. 부모 사망, 형제는 있으나 경제적 어려움과 오랜 관계 단절로 시신위임'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하면서 자주 접하게 되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는 2018년에 제정되었다. 그 후 두 번에 걸쳐 개정되었는데,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사항을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2021년에는 고인의 종교를 고려해 공영장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고, 지난 2023년 5월에는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내용이 추가되어 개정됐다.이렇게 개정되어 온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는 단순 '시신처리'방식으로 진행되었던 '무연고 사망자'행정 수준을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장례지원으로 변화시켰고 이를 제도화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서울시 '무연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19년 동안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보고 느낀 김형숙 순천향대 교수는 1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죽음은 곧 또 다른 삶'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죽음에 대해 두렵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김 교수는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과 '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다운 죽음에 대해 심장이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죽어가는'과정'으로 다가오고 그건 달리 말하면 자기 자신의 마지막 삶이자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죽음을 개인의 생물학적
지난해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90.8%다. 그렇다면 화장 후 유골은 어떻게 될까? 통계청이 조사한 「2021 사회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화장 후 봉안(34.6%) 이었다. 그다음은 수목장과 같은 자연장이 33%, 화장 후 산·강·바다에 뿌리는 산분(散粉)이 22.3%, 마지막으로 매장이 9.4% 순이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수치는 22.3%의 산분이다. 왜냐면 실제 이용 수치는 고작 8.2%로 다른 방법에 비해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호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용률 때문인지 지난달 5일 보건
웰 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편안한 죽음을 꿈꾼다. 최근 웰빙에 이어 웰 다잉에 대한 의식 변화로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안규백(더불어민주당)의원은 국내 최초로 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웰 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에 본지는 웰 다잉 강의로 활동 중인 강원남 웰 다잉 연구소장을 만나 1인 가구 증가와 웰 다잉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강원남 웰 다잉 연구소장의 어렸을 때 꿈은 방송국 PD였다. 성적이 모자라 경제학과를
"요즘 내가 가고 나면, 지나온 삶이 다 사라지고,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두렵다. 어딘가에 내 삶의 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자식들, 지인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게."70대 1인 가구 장모씨는 웰다잉을 준비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에서 처음 유언장 쓰기 수업에 참여한 후, 스스로 사후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서다. 장씨는 웰다잉문화 수업 강사에게 이러한 생각을 전했고, 강사는 온라인 추모공간을 이용해 볼 것을 추천했다. 고령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추모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살다가 죽을 때도 나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른바 고독사 얘기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첫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4월부터 약 8개월에 걸쳐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고독사 현황 및 특징을 조사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이번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1만 5,066명이 고독사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7년 2,412명이었던 고독사 사례는 2021년 3,378명으로 40
지난달 18일 "균열의 시대: 사회정책의 재도전"이라는 주제로 '2022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공동학술대회 중에는 '절망사(deaths of despair)'를 주제로 "오래된 미래, 한국의 절망사"라는 학술 토론회도 포함되어 있었다.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절망사절망사는 앵거스 디턴(Angus Deaton)과 앤 케이스(Anne Case)가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한국경제신문, 2021)"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저자들은 1990년대부터 2013년까지 미국 전체 인구의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사망률이 낮아
또 죽음이다. 언제까지 이런 죽음이 반복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서글프다. 2014년 2월 '송파 세모녀'가 다시 떠오른다. 그때의 기억으로 아직도 아픈데 오늘도 다시 죽음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 그때처럼 전문가들은 이런 죽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하고 지자체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 빠르게 내놓느라 분주하다.그래도 8년 전 송파 세모녀 때와는 확연히 변화된 점 한 가지가 있다. 공영장례다. 송파 세모녀 때만 해도 공영장례 조례는 전국 4개의 지자체에만 제정했었다. 당연히 서울시에도 공영장례조례는 없었다. 그래서 돌아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담당하고 있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홈페이지에는 해마다 그 해 마지막 날이면 한 해 동안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와 서울시 공영장례로 마지막을 함께 한 분들의 이름이 올라온다. 2022년에도 기억해야 할 869명의 이름이 게시되었다. 2022년에도 기억해야 할 869명은 2021년 돌아가신 3분의 ‘위안부’ 할머니, 연고자와 함께 장례 치른 10명의 저소득시민, 그리고 856명의 서울시 무연고사망자들이다. 부를 수 없는 ‘위안부’ 할머니 이름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그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
잡초는 없다! ‘잡초’같은 사람은?변산에서 흙을 만지는 철학자 윤구병는 ‘잡초는 없다’고 주장한다. 인디언들의 언어에도 '잡초'라는 말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혹은 내가 기르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잡초’이고, 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쓸모없는 것이니 ‘잡초’라고 부른다. 세상에 존재 이유가 없는 풀은 없다. 지금 나에게 쓸모없을 뿐이다. 사람은 어떨까? 사람 역시 ‘잡초’같은 사람이 존재할까? 자본주의적 생산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적어도 사회가 요구하는 필요한 교육을 마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당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만약 당신이 죽었을 때 2015년 대한민국 평균 장례비 1,300만 원을 부담해서 장례 할 사람이 있나요? 요즘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게다가 코로나 상황으로 조문객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일시금으로 부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일시금’입니다. 신용카드로 할부를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장례비를 완납해야만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내어준답니다. 만약 당신이 죽었는데 장례 할 사람이 없다면 당신의 시신은 어떻게 될까요?무연고 사
2017년 3월 23일, 1,073일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세월호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호를 생각하면 304명의 희생자를 잊을 수 없다. 7년이 지났다. 하지만 어제일 같은 그 당시를 회상해보면, 희생자 시신수습은 사고당일인 4월 16일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시신이 인양된 10월 28일까지 196일 동안 계속됐다.4월 16일 9명부터 시작해서 17일 9명, 18일 11명, 19일 4명, 20일 25명, 21일 29명, 22일 34명, 23일 38명을 정점으로 4월 30일까지 212명의 시신을 수습하였다. 이후 5월부터 1
지난 2월 중순, 70대 초반의 어르신이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에 무연고장례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 사실 그는 자원봉사보다는 본인의 죽음이 걱정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홀로 사는 그는 법적 가족이 있지만, 오랫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본인이 '고립사'하게 될 것 같고 결국 '무연고사망자'가 될 거라며 "내가 죽으면 집에서 죽을 텐데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1인 가구가 늘면서 사회적 단절과 고립이 증가하는 요즘, 이렇게 본인의 죽음과 이후 장례가 걱정인 이들의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먹고 잘 사는 '웰빙'(wellbeing)이 유행이었다면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은 '웰 다잉'(wellbeing)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된다. 최근 가족해체, 개인주의, 1인 가구의 확산으로 급증하고 있는 고독사 등이 웰 다잉 트렌드를 이끄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누구나 처음 맞이하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마지막 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죽음, 스스로 정리하는 문화 뒷받침돼야"웰 다잉 플
'웰 다잉'은 그동안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죽음을 스스로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은 자신의 생을 되돌아볼 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장례형식이다.이미 해외에서는 보편화되고 있는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하다.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그리고 그 영향은 '죽음의 질' 평가에서 드러난다.영국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기관 EIU에 따르면 한국의 '죽음의 질'은 2015년 기준 주요 40개국
1인 가구 증가와 초고령사회로의 변화 과정에서 장례문화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사문화된 가정의례준칙에 따른 현 장례의식이 앞으로의 사회변화에 맞지 않아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15.7%를 기록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17년 만에 '고령사회'에 진입, 빠르게 고령인구가 늘고 있다. 현 추세라면 2025년에는 20.3%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2060년에는 국민 절반에 가까운 43.9%가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슬픔의 유효기간이 없는 이유는 슬픔이 단지 시간이 지나간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 혹은 자식, 그리고 아내 또는 남편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삶의 큰 충격이다. 어떤 경우에는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기도 한다. 특히 심리적 충격에 따른 슬픔은 단순하지 않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았던 사람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이별이 주는 안타까움. 더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상실감. 또는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분노, 절망감 등 뭐라고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