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코노미뉴스,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강원도 강릉시에 사는 고령 1인 가구 심모(73)씨는 최근 서울에 사는 자식에게 이사 비용에 보태라고 100만원을 부치러 은행 창구를 찾았다. 이 은행 계좌를 30년 넘게 보유한 '우량 고객'이지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할 줄 모르는 심 씨는 수수료 2000원을 내고 송금 할 수 있었다. 은행 직원은 휴대폰 앱을 이용하길 권유했지만 심 씨는 고개를 저었다. 심 씨는 "아깝지만 할 줄 모르니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 괜히 한번 깔았다가 잘 모르는데 보이스피싱 당하면 어떡하겠냐"라고 말했다.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김모(67)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손자를 위해 입학선물로 포켓몬스터 가방을 구입했다. 세일 가격이라는 가게 주인 말에 7만5천 현금을 주고 샀다. 그 얘길 들은 딸은 오히려 역정을 냈다. 왜 비싸게 주고 샀냐는 것이다. 김씨의 딸은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로 똑같은 포켓몬스터 가방을 53000원에 구입했다.  김 씨는 "나름 남대문까지 가서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인터넷과 이렇게 차이 날 줄 몰랐다"면서 "(인터넷)사용할 줄 모르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급격한 디지털화에 따른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식당부터 카페 ㆍ극장ㆍ은행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인터넷 서비스를 요구하자 노인들이 '디지털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휴대폰 사용법을 모르는 등 디지털 정보격차로 인해 노인이 겪는 어려움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인기기 사용은 기기사용에 익숙한 청년, 중년층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서는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노인./사진=1코노미뉴스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노인./사진=1코노미뉴스

 

"배우고 싶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려" 

아날로그에 익숙한 노인들은 음료 한잔 제대로 사 먹기 어려운 실정이다. 8일 시청에서 만난 김모(75)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김 씨는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기계 사용을 몰라서 망설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들 바쁜데 매번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도 민망하지만 사용법을 들어도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되도록 민폐 끼치고 싶지 않지만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동떨어진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김 씨는 직원 도움으로 커피와 사이드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고령층도 키오스크나 디지털 기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인을 위한 디지털 교육 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불편함을 떠나 생활 곳곳에서 요금을 더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정보화 기기의 빠른 보급으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지만 해결하려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면서 "이런 변화들이 노인들의 입장에서 고민해 봤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디지털 사회를 맞아 고령사회에 대비한 많은 시도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디지털 안내사' 150명 위촉 

한편 지자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인다. 서울시가 디지털 기기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돕기 위해 키오스크가 설치된 공공시설에 '디지털 안내사'를 배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디지털 안내사로 위촉된 150명은 마트, 지하철역, 도서관, 식당 등 노인들이 주로 찾는 다중이용시설을 순회하면서 키오스크 활용법과 스마트폰 이용법을 안내한다. 제 2기 디지털 안내사는 2인 1조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서울역, 청량리역 등의 기차역과 전통시장, 병원 등 지정된 노선에서 순회 활동을 한다.

앞서 활동한 제 1기 안내사는 노인들이 주로 찾는 다중이용시설 174개 지점, 50개 노선을 순회하면서 5만 3620명에게 SNS, 기차표 예매, 길찾기 앱 등 스마트폰 어플과 디지털 기기 사용에 도움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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