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가 그려준 이미지./ 사진=이다정
제이크가 그려준 이미지./ 사진=이다정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이다정= 혼자 살다보면 사람이 그리울 때가 많다. 작년에 보고 계속 일정이 안 맞아 보지 못했던 친구 Chrysanna와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데이트를 했다.  Chrysanna는 영국에 2년을 살면서 아직 그리니치를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의 짧은 여행은 시작됐다. 

항상 저녁시간에 그리니치를 방문했기 때문에 오픈한 그리니치 마켓은 첫 방문이었다. 그리니치 마켓은 1700년 왕실 헌장에 의해 설립된 런던에 유명한 시장이다. 원래는 과일, 채소 및 가축을 판매했으며, 현재는 예술품, 골동품, 패션, 보석류, 수제 선물 상점과 스트리트 푸드 가판대가 있다.

그리니치 상점./ 사진=이다정
그리니치 상점./ 사진=이다정

 

그리니치 마켓에는 그리니치의 첫 번째 제로웨이스트 숍 Art of Zero Living 이 있다. 이름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던 친환경 상점으로 다양한 친환경 리빙 제품 비건 음식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리필 스테이션이 있어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컨테이너를 가지고 와서 담아 가는 방식이다.

​그리니치 마켓에서 즐겁게 눈요기하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그리니치 파크를 가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뒤에서 'Excuse me' 하고 우리를 불렀다. 좋은 인상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는 자신이 제이크 라고 소개했다. 

보자마자 '도를 아십니까?'가 떠올랐다. 낯선 이방인들은 언제나 경계부터 가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고맙다고 하며 떠나려고 하려는 찰나, 그는 자기가 그리니치 마켓에 정식 등록된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사람들의 에너지를 담은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대략 한 명당 35파운드, 커플은 50파운드 정도의 가격이었다.

우리는 예술가 제이크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며 예술 작품들이 무척 아름답지만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제이크는 예술이 주는 힘과 예술이 어떻게 사람들을 '연결' 시켜주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연구 끝에 '에너지 초상화'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더 깊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제이크가 보낸 시./사진=이다정
제이크가 보낸 시./사진=이다정

 

그는 우리를 그의 캔버스 앞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우리가 아이폰을 사용하는지 확인하고서  'Poetry' 시를 보내줬다. 

정말 많은 질문이 담겨있는 시다. 다양하고 심오 있는 그리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는 질문들이 가득했다. 그는 한번 읽고 나서 대답하고 싶은 질문만 대답해도 상관없고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 질문들을 읽으며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또 그다음에 올 질문들이 궁금하여 대답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 질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더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자신의 삶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이라는 질문이었다. 우리가 그의 시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그는 우리를 자신의 캔버스에 담았다. 

작품은 인상깊었다. 10분이라는 시간에 그는 아름다운 초상화를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의 작품을 사진 찍는 대신 크레딧 비용으로 10파운드씩 지불하기로 했다. 사실 구매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가격으로 책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기획 중이라고 했다. 이번 그림 역시 전시될 하나의 작품이라고 했다.  

그리니치에서 만난 예술가 제이크./ 사진=이다정
그리니치에서 만난 예술가 제이크./ 사진=이다정

 

그가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전시를 위해 오래된 실수로 찍은 사진도 함께 보내줬다. 우리는 그가 어떻게 이렇게 멋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 예술을 시작하게 되었는 물었다. 생각지 못했던 그와의 만남과 그의 예술작품으로 참여했던 기회는 내 삶에 영감과 용기를 줬다.

혼자 외국 생활을 하다보면 외로움과 부딪힐 때가 많다. 정서적인 공감을 통해 잠시나마 할 수 있어서 '힐링'이 됐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