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 트렁크에 실은 이삿짐./ 사진=신락균 
해치백 트렁크에 실은 이삿짐./ 사진=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신락균= 2023년 현재 영국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아무래도 생활비 문제(Cost-of-living crisis)다. 러우 전쟁에서 본격적으로 비롯된 물가 상승은 상상을 초월했고, 한국에서도 현재 뜨거운 주제인 난방비 문제는 영국에 사는 필자가 바라보기엔 우스울 지경이다. 고지서를 받으면 입이 떡 벌어지다 못해 턱이 빠질 정도니 말이다. 생활비가 이렇게 올랐는데 회사에서 받는 월급은 그대로니 월세방에 사는 사람들은 월세를 못 내는 상황도 적잖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이 저소득층, 중산층의 대출금 상환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로 인한 금리 상승은 주택 시장마저도 얼어붙게 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에 59,000건이었던 부동산 매매 건수는 11월에 46,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로 인한 특수 상황으로 인해 주택 거래가 40,500건을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면 201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거래량이다. 새로 올라오는 매물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전문가들은 높은 대출 금리가 구매자들로 하여금 대출을 받는 데 부담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하니 조금만 버티면 집값은 안정화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대 시장의 경우 매매와는 양상이 다른데 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매물도 적다 보니 임차인은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집값이 내려간다고 해도 한 번 올라간 임대료가 떨어지는 것은 쉽게 보장할 수 없다.

새로 이사가는 윔블던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 사진=신락균 
새로 이사가는 윔블던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 사진=신락균 

 

이런 상황에서 런던 근교에 살던 필자의 한글학교 동료 선생님께서는 얼마 전에 런던 남서부의 윔블던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윔블던은 런던에서도 비싼 동네에 속한다.) 그는 그동안 런던 서쪽 근교에 위치한 작은 도시 워킹(Woking)에 거주하고 있었다. 공부하셨던 대학교도 아르바이트로 일을 했던 곳도 모두 그 근처에 있어서 런던에 올 일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였으나 선생님께서는 시골을 벗어나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하셨다. 또한 다양한 문화생활, 교통의 편의성, 더 많은 구직 기회 등을 이유로 런던으로 입성하는 것을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있었으나 비용, 지역 및 원하는 조건의 매물을 찾기가 꽤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약 한 달 전쯤에 같이 살던 집주인으로부터 방을 빼달라는 통보를 받았고, 부랴부랴 윔블던 쪽에 올라온 매물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마땅한 매물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올라오는 매물도 올라오자마자 금방 나가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윔블던 중심가에서 조금 범위를 넓혀 매물을 찾기 시작했고,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이 있는 윔블던 파크 쪽에 위치한 플랫(한국으로 치면 다세대 주택 혹은 빌라)에 더블룸을 얻을 수 있었다. 

새로 얻은 집의 조건은 이전 집의 조건과 비슷하다. 집주인과 같이 살며 방 1칸을 얻어 쓰고 나머지 시설(부엌, 화장실 등)은 공유한다. 다른 점은 이전에 살던 집은 방이 3개인 집이고 이번에 이사 간 집은 방이 2개라는 것과 지역이다. 조건은 비슷하지만 런던에 입성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월세가 약 200파운드 이상이 올라간 것과 다름없다. 그는 월세만 보면 많이 올랐지만 런던으로 오고 가는 교통비가 만만치 않아서 런던에 살면서 월세를 더 낸다고 해도 결국 나가는 비용은 비슷해서 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사 당일 차량 지원을 해줄 사람을 구하던 선생님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런던에서 약 40분 정도 떨어진 워킹은 정말 주택만 있는 아주 작은, 심심한 마을이다. 지인이 살고 있던 주택가 단지는 단지 앞에 커다란 대문도 있고 주택가치고는 넓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옛날에 커다란 요양원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필요가 없어져서 주택가로 개조를 해서 분양했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옛날에 사용되던 건물을 주택으로 개조해서 분양한다.

새 집에 맡긴 1인 가구의 소박한 이삿짐./ 사진=신락균 
새 집에 맡긴 1인 가구의 소박한 이삿짐./ 사진=신락균 

 

짐도 많지 않아서 옮기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선생님께서는 2월에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3월에 새 집으로 입주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입주 전이다. 그런데 새로 이사 가는 집주인은 박스 3개까지만 맡아줄 수 있다고 해서 커다란 집은 새 집에 맡기고 작은 박스들과 관리가 필요한 화분은 필자의 방에 임시로 보관하기로 했다. 2월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지내시면서 앞으로 런던에서의 새로운 삶을 계획하실 예정이라고 하셨다. 개인적으로는 기분 전환을 위해 방 내부 구조를 몇 개월에 한 번씩 바꾸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런던에 와서도 그렇게 한다. 한국에서는 월세방 계약기간이 끝나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느낌을 얻고자 이사도 다니곤 했었는데 이번에 런던으로 입성하신 선생님께서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계획하시는 일이 모두 잘 풀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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