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코노미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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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1인 가구 설모씨는 지난달 7년 동안 매달 꼬박꼬박 넣었던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했던 설 씨는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다가 당첨되더라도 집값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게 해지 이유다. 설 씨는 "청약통장 하나 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그동안 해지를 망설였는데 있으나 마나하게 되면서 해지를 결심했다. 한때는 분양 당첨을 놓고 고민했지만 당첨되더라도 부동산 대책 등으로 자금 마련이 힘들어지면서 청약통장의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만든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통장 예치금은 반년 만에 5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저축) 예치금은 100조184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치금이 정점을 찍은 지난해 7월(105조3877억원)보다 5조2028억원(-4.9%) 감소한 것이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100조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줄고 해지자는 불어났다. 가입자 수는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달 가입자는 2774만명으로 지난해 6월(2860만명)에 비해 86만명 줄었다. 청약통장 해지자는 지난해 1월 25만명 수준이었으나 하반기 들어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에는 51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부동산 침체가 원인으로 해석된다. 서울과 수도권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청약통장의 효율성이 떨어진 셈이다. 시·도별로 보면 예치금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지난해 6월 32조7489억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31조1817억원으로 집계됐다. 7개월 만에 1조5671억원(-4.8%) 감소했다.

또 대구는 지난해 4월 4조224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9개월 만에 5310억원(-14.4%)이 줄었다. 경북은 지난해 6월 정점에 대비해 지난달까지 3496억원(-11.5%), 부산은 5371억원(-8.8%) 감소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차피 당첨되더라도 계약 못 한다","입출금이 안되는 청약통장 왜 가지고 있어야 하나요?","부동산도 박살 난 마당에 청약이 웬말" 등 댓글이 작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해지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는 것.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하락하면서 청약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 심리가 감소한 결과"라며 "청약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저가점자들 중에서 일부가 청약통장을 깨고 고금리를 보장해주는 통장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급한 돈이 필요하면 통장 해지보다는 청약통장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4대 청약통장 유형 중 주택청약 종합저축만 신규 가입이 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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