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이 진열 
편의점 상비약이 진열돼 있다. / 사진=1코노미뉴스 

 

대한민국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인 가구가 주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은 지 수년이 흘렀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변화한 것이 없어, 돌발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곤란한 일을 겪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플 때'다. 정서적으로 서럽고,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번외로 치더라도 신체적, 제도적으로 고충을 겪게 된다. 증세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나, 물리적으로 외출이 힘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때, 1인 가구는 홀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고령층의 경우 돌봄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 혼자 사는 어르신은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우 사각지대에 있어 가까운 데에 가족, 지인 등이 없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다. 

'아프면 서럽다'는 것은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지만, 당장 기댈 곳이 없는 1인 가구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런 점을 배달의민족이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편의점 상비약 배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배달 수요가 줄어들자 또 하나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배달과 관련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상태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제한) 하에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 시켜주는 제도다. 규제 샌드박스 지정은 이르면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배민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자사 퀵커머스 서비스인 '배민스토어'에 입점한 배달 품목을 안전상비의약품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 1인 가구 등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게 배민 측 입장이다. 

배민의 상비약 배달 확장 움직임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홀로 거주하는 임 모씨(남·42)는 "최근 일요일 밤에 극심하게 복통이 느껴져 밤새 홀로 아픔을 참아야 했다"며 "당장 연락할 곳도 없고 119에 전화를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겨우 잠들고 눈을 떠보니 월요일 아침이었다. 상비된 약이라도 먹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필요 할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소비자 이 모씨(여·35)는 "상비약이 급하게 필요할 때 활용하기엔 좋을 것 같다"면서도 "오남용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과연 타이레놀 하나 사겠다고 배달을 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결국 국민 안전성을 놓고 블루오션 시장을 먼저 장악해서 이익을 취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의약업계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국민 건강을 상대로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범위가 점차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서울시약사회는 성명을 내고 "의약품은 규제특례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사업의 효과성을 실험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를 규제특례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민 건강에 대한 위험한 배달 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시스템을 뒤흔드는 어떠한 특례사업도 용납할 수 없다. 배달의민족은 상비약 배달 특례사업 신청을 즉각 철회할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상비약 배달이 허용될 경우 의약품 오남용 문제로 변질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단순히 업체 수익성 측면이 아닌 국민 건강 문제로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국민건강이라는 부분이 단순하게 편의성으로만 봐서는 안되는 부분"이라며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