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 일본 사회의 '디지털화 지연'이라는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문제는 확진자 수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전산화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소는 코로나 환자에 관한 정보를 의료기관으로부터 팩스로 전달받고 보건소가 이를 다시 시스템상에 입력하는 답답한 프로세스로 인해 확진자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늦은 디지털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인식한 일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디지털을 도입하고자 하는 분야 중 하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사회보장비 영역이다. 

사회보장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로 인해 간병이 필요한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0년부터 모든 국민이 간병 (개호,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국가에서 일정액을 지원하고 있다. 2005년부터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내에서 고령자의 간병 문제는 특정 그룹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국가가 재정의 일부를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병원과 요양시설을 구분하고 요양시설에서만 요양보호사를 고용하게 하고 이들의 급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한다. 반면 일본은 요양 시설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국가 자격증이 있는 간병인을 고용할 수 있으며 그 급여의 70~90%를 국가가 부담한다. 

이렇게 국가가 고령자의 간병을 지원하고 있다 보니 일본의 사회보장비 중에서도 간병 관련 비용이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이 2020년도 10조 엔 (약 100조 원)을 넘었으며 이는 제도를 만든 2000년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이렇게 간병 관련 국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비용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디지털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간병 서비스를 이용한 이력이나 환자의 상태 등을 지방자치단체나 사업자, 개인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고자 한다.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정보를 다른 사업자도 참조함으로써 데이터에 기반하여 간병 서비스의 질을 향상 시킬 뿐만 아니라 간병 관련 사회적 비용을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간병 케어의 내용 및 이용자의 상태 등 개인의 간병 관련 데이터는 사업자마다 분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방문 재활을 받으면서 동시에 요양 시설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사업자는 서로 간에 환자를 돌본 내용의 파악이 어려워 이용자에게 다시 물어야 하는 비효율적인 일이 발생한다. 

간병 서비스의 이력이나 이용자의 컨디션을 기록하고 참조함으로써 최신 데이터에 근거한 적절한 케어를 제공한다. 이는 환자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간병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이용자의 비용 부담 및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가볍게 만든다. 

현재 간병이 필요하다는 인정을 받은 고령자 약 697만 명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후생노동성은 데이터 공유를 위한 시스템 기반을 마련해 2025년에 실용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23년도 예산안에 관련 경비로서 6.1억 엔을 설정했다. 

새로운 디지털화된 시스템에서는 간병 서비스의 내용, 이용자의 상태, 간병 보수의 청구 및 급부 등과 같은 정보를 공유할 것이다. 데이터 양식을 표준화해 사업자 등이 관리하는 데이터의 일부를 다른 사업자나 지자체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간병 당사자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립에의 의욕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닛세이 기초연구소 (ニッセイ基礎研究所)의 연구원은 "사람이 파악할 수 없는 경향 등 예측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간병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것의 의의는 크다. 입력 작업의 부담을 고려해 수집할 데이터는 적절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후생노동성은 간병 데이터를 최근 의료분야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만든 '전국의료정보 플랫폼'과 통합하여 운용하는 것 또한 계획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진료기록 카드 정보나 건강진단, 처방 결과를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간병 정보 또한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간병 정보의 디지털화는 간병 산업의 커다란 문제인 인재 부족을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후생노동성은 고령화가 절정을 이루는 2040년, 의료 및 복지 분야의 취업자 수가 수요에 비해 96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데이터의 전산화를 통해 간병사의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점점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비용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사용되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일 것이다. 현상을 정확하게 인지한 후 필요한 곳에 적합한 간병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디지털은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 디지털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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