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옥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
박진옥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

2월 초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공영장례에 사실혼 관계의 사별자가 참여했다. 사별자는 자택에서 돌아가신 고인의 장례를 직접 치르고 싶어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사별자는 어쩔 수 없이 15일을 기다린 후에야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공영장례에 참여해 고인을 떠나보내야 했다. 장례는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시설에서 화장한 후 유택동산에 뿌리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었고, 여기에 참여자의 의사가 개입될 여지는 없었다. 

'가족 대신 장례'복지부 지침의 한계

2020년 이후 보건복지부는 「장사업무 안내」에 좁은 범위의 혈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장례를 할 수 있도록 ‘가족 대신 장례’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사실혼 관계 배우자뿐 아니라 사실상 가족관계, 친족관계(조카, 며느리 등), 친구, 이웃 또는 같은 종교 및 사회적 연대 활동 관계, 생전 약속 관계, 장기적·지속적 친분관계인 친밀한 사람들도 장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앞 사례에서와 같이 관련 지침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 구청 공무원, 장례식장 등 장례 관계자 등의 잘못된 안내로 인해 사별자들의 애도할 권리가 종종 박탈되고 있다. 이는 사실혼 관계 배우자와 지인 등이 장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가족 대신 장례’가 법률이 아닌 중앙정부의 지침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사업무 안내」는 행정규칙으로 행정조직 내부 규율일 뿐 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또한 법원도 구속하지 못한다. 행정규칙은 법규가 아니므로 행정규칙 위반은 위법도 아니다. 

장사법 개정으로 무연고'장례의식'과'가족 대신 장례' 권리로 인정

다행히 이러한 문제는 지난달 27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장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6개월 후에 시행될 「장사법」의 주요 개정 사항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지자체장의 장례의식 시행 의무 명문화 및 관련 업무 위탁근거 마련이다. 둘째, '무연고 사망자'와 친밀한 관계의 사람을 장례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다. 

이를 통해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기본적인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일에 일 보 전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무연고 사망자' 장례는 장례의식 없이 시신처리 수준의 직장(直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해서 '무연고 사망자'장례의식을 지원한다. 조례에 따라 지원하다 보니 「공영장례 조례」 유무와 실제 시행 여부에 따라 죽음의 지역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는 '무연고 사망자' 시신을 반드시 '장례의식'을 행한 후에 매장하거나 화장하여 봉안해야만 한다. 즉 시신의 단순 화장뿐 아니라 장례 과정에서의 의식도 법적 권리로 보장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의미 있는 바는 사실혼 관계 배우자 등과 같이 '장기적·지속적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도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다는 지점이다. '무연고 사망자'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가족 대신 장례'지침이 법적 권리와 의무로 규정됨으로써 법률혼과 혈연 중심 사회의 종언(終焉)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평가할 만하다. 

장사법 개정./ 사진=나눔과나눔
장사법 개정./ 사진=나눔과나눔

 

이번 「장사법」개정의 한계와 과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장사법」 개정은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한국 사회의 큰 진전이다. 또한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해왔던 시민사회 단체의 꾸준한 변화의 시도와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명확하고 과제도 남아 있다. 첫째, '장례의식'지원이 지자체가 만든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아직도 상당수 지자체에는 「공영장례 조례」가 없다. 게다가 조례가 있다고 해도 실제로 장례의식을 지원하는 지자체는 일부에 불과하다. 

법 개정으로 '장례의식'이 '무연고 사망자'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어 보편적 권리로 정착하기까지는 지자체와 복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선 법 개정에 따라 지자체는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는 공통된 「공영장례 조례(안)」 개발과 표준 장례의식에 대한 꾸준한 안내와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조례에 따른 장례의식 지원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도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방식이 지자체마다 상이해서 또 다른 죽음의 지역 격차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례로 정하는 바'가 아닌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장례의식 지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번에 개정된 「장사법」의 '가족 대신 장례' 조항은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조항이다. 다시 말해 사망하고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까지의 연고자를 파악한 후 고인이 '무연고 사망자'가 된다면 친밀한 지인도 장례를 주관할 수 있다는 것이지, 사망하자마자 바로 장례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이 서울시의 경우 평균 30일 정도가 소요된다.

또한 이번 법 개정 사항 중에 오해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 바로 '유언의 방식으로 지정한 사람'이 장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개정된 「장사법」 제12조제2항에 따라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해도 첫 번째 경우와 같이 유언을 받은 사람이 곧바로 장례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연고자가 될 수 없다. 유언의 능력과 내용은 민법이 정하고 있다. 여기에 장례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유언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따라서 해당 조문의 본질적 내용은 '연고자 파악이 끝난 후 유언에 따라 지자체의 결정에 의해 유언을 받은 사람을 장례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이번 「장사법」 개정은 '무연고 사망자'와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를 일부 보장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다. 멀지 않은 시점에 「장사법」 '연고자'의 범위가 현재의 법률혼과 혈연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변화되어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사후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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