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투자금 회수 불분명
미국 정부 "주주·무담보 채권자 일부 보호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연금이 SVB 금융그룹의 주식을 10만주 이상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손실이 예상된다.  사진은 국민연금공단 글로벌 기금관 전경./사진 = 국민연금공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연금이 SVB 금융그룹의 주식을 10만주 이상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손실이 예상된다.  사진은 국민연금공단 글로벌 기금관 전경./사진 = 국민연금공단

지난해 수익률 -8.22%, 평가손실 76조6000억원으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국민연금이 또다시 투자 실패로 도마에 올랐다. 파산 절차에 들어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주식을 소유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다. 

총자산 276조 5000억원 규모의 SVB가 파산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연금이 SVB 금융그룹의 주식을 10만주 이상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미국 증건거래위원(SEC)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2년 말 기준 SVB 파이낸셜 그룹의 지분을 10만795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약 2300만 달러(한화 약 304억) 규모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다. 미 재무부 등은 SVB 파산 관련 예금주 보호 결의안을 채택하며 서둘러 충격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주식ㆍ채권은 제외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투자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나스닥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SVB금융그룹 주식을 2만7664주 추가 매입, 지난해 4분기 주가 하락기에는 저가 매수에 나서며 1만98884주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상황을 내다보지 못한 체 매수에 열만 올린 것이다.

국민연금의 판단 실패로 무려 300억원 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부족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주식(-22.76%)에 이어 해외주식(-12.34%)에서 큰 손실을 보면서 연이은 공적자금 투자 손실에 따른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선임된 검사 출신 한석훈 상근 전문위원이 수탁자책임위로 활동하게 된 데 대해서도 노동·시민사회는 "기금의 거버넌스 개악"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일단 국민연금은 지난 7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을 통해 그동안 가입자 단체(노동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추천으로 구성해온 수탁자책임위 비상근 전문위원 6명 중 3명을 금융·투자 전문가로 채우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자산운용, 책임투자 등 분야의 전문가들을 폭넓게 위촉, 전문성을 강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마저도 반발이 있다. 금일 시민사회단체는는 노동계 견해를 대변할 위원이 줄어든다며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투자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증권학회 등 친경영계가 장악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은 이번 사태에 관해 아직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투자 손식액은)개별투자건에 대해 확인드릴 수 없다"며 "미국 정부 대책 등 상황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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