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숙 순청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김형숙 순청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19년 동안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보고 느낀 김형숙 순천향대 교수는 1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죽음은 곧 또 다른 삶'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죽음에 대해 두렵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김 교수는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과 '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다운 죽음에 대해 심장이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죽어가는'과정'으로 다가오고 그건 달리 말하면 자기 자신의 마지막 삶이자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죽음을 개인의 생물학적·의료적 사망뿐 아니라 한 인격과 개성의 소멸과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라는 점에서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말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죽음 역시 혼자 맞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죽음을 맞이할 때를 대비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자신의 죽음이 다가왔는지도 모른 채 연명의료를 받다 돌아가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보았고, 그 고통스러운 마지막 모습이 잊히지 않아 사별 후에 힘들어하는 가족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에'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말기상태에 있을 때  다시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혀두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을 위해서나 가족들을 위해서나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교육도 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간혹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죽음에 대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족들과도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 실제 임종과정에서 당사자가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그대로 믿고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해요. 가족들 입장에선 당사자가 오래전에 어떤 상황에서 작성했는지도 모르는 문서를 100% 당사자 의견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평소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던 분들도 막상 자신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 서면 엄청난 심리적 폭풍을 경험하면서 혼란을 겪기도 하니 가족들의 염려가 아주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꼭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그야말로 '연명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결정만을 해 놓는 것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당사자의 의중을 잘 알고 대신 결정해야 할 일들이 수없이 많이 일어납니다. 당사자의 질병 상태에 따라 받을 의료적 도움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요. 그래서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죽음이나 삶의 마지막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삶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주변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순간이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더라고 미처 말해두지 않은 일에 대해 가족들이 내 생각을 잘 알고 있으면 나를 대신하여 결정하기가 쉬울 겁니다."

 

100세 시대, 해외 곳곳에서 행복한 죽음의 사회적 수용을 위한 통찰은 이미 본격화됐다. 최근 국내도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해외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니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최근까지도 사회적으로 죽음을 터부시하는 분위기였고 의료현장에서조차 죽음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하면서 죽음이 임박한 상황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가족들이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관행이 강했습니다. 자연히 연명의료결정이나 호스피스완화의료 관련 법과 제도도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요. 그나마 최근 몇 년간에 웰다잉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중환자 간호실에 있으면서 생사가 오가는 상황을 직접 경험한 김 교수는 한 아이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는 질문에 엄마와 작별한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라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망설여집니다. 오늘은 책에서도 다뤘던 '뇌사상태에 빠진 엄마'를 보내던 어린아이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책에서는 원칙을 깨고 어린 아이를 면회시키고, 침대를 낮추어 아이가 엄마 품에 안길 수 있도록 했던 저와 인공호흡기를 하고 누워있는 엄마를 온 몸을 던져 끌어안고 있던 아이의 모습을 초점을 맞추었었는데요. 최근에 든 생각은 그때 그 아이를 중환자실로 데려와 '원칙이 아닌 줄 알지만 면회를 시켜 달라'고 조르고, 아이가 엄마와 작별할 시간을 만들어주었던 아이의 친지어른들께 참 감사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애도할 수 있어야 그 사람이 없는 삶을 받아들이고 다시 살아갈 수 있을 텐데요. 엄마의 죽음을 아이들에게 숨기고 멀리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별의 슬픔과 아이가 받을 충격을 우려해 하는 일이지만 배려라는 이름으로 아이가 애도하고 자신의 삶으로 나아갈 기회를 빼앗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정말 좋은 배려는 어린아이에게도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주고, 지켜보는 일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고 아이의 아프고 슬픈 시간에 곁을 지켜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병원의 역할을 치료뿐 아니라 돌봄까지 확대하고 있다. 인터뷰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쏟아냈다. 

"중환자실에서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명의료를 받으면서 죽음을 맞고 환자를 대신해 결정을 한 가족들이 고통 받는 걸 지켜보면서 간호사인 저도 함께 고통 받았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그 일을 담당하고 있던 의료진들도 자신이라면 절대 그렇게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지만, 부모님이라면 그래도 끝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연명의료 등 죽음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심한 혼란을 경험했습니다. 대학원에 가서 생명윤리 공부를 해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답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연명의료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신 자신의 죽음이 이래도 괜찮겠냐고 묻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책이 나온 후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사이에 사회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현실의 죽음이 아니라 너무 극단적인 고통이나 비참한 모습 혹은 영화 같이 미화된 죽음을 상상하는 분들도 자주 봅니다. 섣부른 결론보다는 죽음에 대해, 죽어가는 과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배우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배우면서 믿을 수 있고 힘이 있는 답을 함께 찾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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