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지난 2월, 일본 교토시가 일본에서는 최초로 '빈집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교토시는 '빈집세'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조례안이 통과되면 2026년부터 교토 내 빈 집 1만 5천 채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빈집세를 부과하면 빈집을 방치하지 않고 임대로 돌리거나 매각하는 사람들이 늘어 빈집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본의 빈집 문제는 세금을 도입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으며 지자체들은 빈집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와중 최근 지자체들 사이에서 빈집 문제를 '종활(終活)'과 연계하여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종활 (終活, 슈카쓰)은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 활동을 뜻하며 주거지의 처분도 포함된다. 하지만 의외로 집 안의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은 많지만 살던 집을 어떻게 처분할지 미리 준비하지 사람들이 많으며 이러한 집들은 빈집으로 방치되기도 한다. 

빈집은 발생하기 전에 막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빈 집으로 오래 방치되면 이웃주민과의 분쟁이 발생하기도 쉽고 방화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등 치안에도 좋지 않다. 지역의 안전과도 연결되기에 지자체들은 빈집 대책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에 지자체가 고령자가 살던 집을 처분하거나 상속을 준비하는 소위 '거주지의 종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며 각종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향후 빈 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주택에 대하여 생전에 처리하도록 각종 법적 절차와 빈집의 활용 방법을 알려준다. 

사이타마현 고시가야시(埼玉県越谷市)가 만든 '거주지의 종활 노트'에는 고령자들이 아직 건강할 때 주택의 상속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정리해 놓았다. 주택을 계속 소유하고 싶은지 아니면 매각해서 자산을 현금화하여 상속 시 분배가 쉽게 만들고 싶은지 정리하는 것이다. 종활 노트에는 부동산 등기 정보뿐만 아니라 가계도를 작성하는 난이 있는데 이는 상속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이 종활 노트를 작성할 때 "상속인이 어디에 사는지 모르겠다, 연락처를 모르겠다"라는 고령자도 있다고 한다. "상속 등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시가야 시의 건축주택 담당자는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다. 

일본 총무성의 주택 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 전국의 빈집은 850만 채로 전체 주택의 14%에 해당한다. 노무라 연구소는 2038년 빈집이 2,200만 채까지 늘어 전체 주택의 3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의 빈집 수는 약 200만 채에 달한다. 이 중 거주자가 고령자 시설에 입주하였거나 다른 곳으로 주거지를 옮겨 빈집으로 방치된 주택은 약 60만 채이며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러한 빈집은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방치되기 쉬우며 결국 향후에는 소유자를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도쿄도 스미다구는 상속 준비와 유품 정리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는데 집을 소유하고 있는 부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40대~60대의 자녀 세대가 함께 참가한다. 

집을 매각하고자 할 때 고민이 되는 점 중 하나는 토지나 건물을 처분했을 때의 손익이다. 요코하마시는 주택 철거를 위한 자금 계획을 세우기 쉽도록 철거 비용과 토지 매각 가격의 대략적인 금액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집의 철거 비용을 토지 매각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빈집을 처분할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빈집 처분을 전문으로 하는 클라소네(クラッソーネ)와 연계하여 토지 건물의 면적과 접하고 있는 도로의 폭 등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철거 비용 등을 계산해주며, 결과 화면에는 시가 지불하는 보조금 제도 등도 함께 안내해 철거의 검토를 촉진하고 있다. 

치바현 사카에마치 (千葉県栄町)는 '빈집 은행'이라 불리는 빈집의 현황을 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빈집의 매매와 임대를 유도한다. 빈집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할 경우 2만 엔 (약 20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등록을 유도하고 현재 빈집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빈집을 리모델링할 경우 공사비의 5분의 1을 보조해 (20만 엔 한도) 리모델링을 촉진한다. 

이러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거주지의 종활에 있어 커다란 어려움 중 하나는 오랜 기간 추억이 담긴 집을 처분하기 주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자녀의 성장을 지켜 보며 가족의 역사가 담긴 집을 떠나거나 파는 것에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에 고시가야시에서는 주거지의 종활 노트에 오래 살던 정든 집과 이별하는 '이별식'을 여는 방안까지 소개하고 있다. 빈집 발생을 막기 위한 제도를 설계할 때 물질적인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감정적인 배려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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