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사회 구조 변화로 인한 사회보장 사각지대가 깊어지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위험을 전통적인 구조(생애주기·소득 기준)로만 접근하면서 생긴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동일한 접근법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선을 그어놓고 지원하는 형태로는 또 다른 사각지대만 만들 뿐이라며 접근 방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새로운 취약계층 현황과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취약계층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환 연구원은 "새롭게 등장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정의는 특정되고 분명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며 "생애주기, 소득 및 자산의 빈곤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취약계층 유형을 발굴하고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사회적 위험의 대두로 사회구조는 변화했고, 복지욕구는 다변화했다"며 "빈곤, 질병 등 전통적인 복지욕구에서 정신보건, 외로움 등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지역사회 내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발굴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후조치적인 복지 대응에서 위기가구의 선제적 발굴, 지역 내 다양한 민간조직 등과의 협력을 통한 예방체계 마련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신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을 생애주기, 빈곤 수준 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일례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A씨의 사망 사건, 탈북민 B씨의 생활고에 따른 사망 사건, 지난해 수원 세 모녀 사건, 보호종료 직전 청년 사망 사건, 은둔 청년 사망 사건 등이 있다.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이러한 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표적인 신사회적 위험인 고립 문제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하지만 가장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서울시조차 생애주기,빈곤 정도에 따른 선 긋기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은평구에서 고립·은둔 청년과 만났다. 이어 시는 이들을 위한 원스톱 지원 체계를 펼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립·은둔 청년을 찾아내기 위한 촘촘한 발굴 체계 구축,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도 상시 상담 신청 가능한 시스템, 해외봉사활동 지원 등 사후지원까지 담겼다. 

정책 발표 이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품는 지적이 나왔다.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실질적 지원 내용이 빠져서다. 무엇보다 고립 정책을 청년에만 한정 지으면서 중장년 사각지대를 깊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나온다.

고립 문제는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독사 실태조사를 보면 오히려 중장년 남성에서 더 심각한 고립 문제가 보여지고 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고독사 중 50대 남성이 26.6%, 60대 남성은 25.5%를 차지했다.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50대 문모씨는 "우울증이 오면서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아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과 단 한마디도 대화하지 않았고, 휴대폰도 정지된 상태였다"며 "그때 손을 내밀어 준 지인이 있었고, 좋은 복지사를 만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고립은 결코 나홀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전했다. 

이처럼 나이가 많다고 고립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심각한 고립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도 은둔형 외톨이가 청년(청소년) 문제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을 품기 시작했다. 은둔형 외톨이 조사를 15~64세 인구로 확대해 본 결과 146만명에 달하고 그중 40대가 약 40%, 60세 이상도 25%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연령별 특성에 따른 욕구가 있고 그에 맞는 지원 필요성도 있지만, 한국은 지나치게 세대간 단절된 형태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며 "고립 지원의 경우 세대통합적인 지원서비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환 연구원은 "신사회 문제로 인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삶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실제 위기가구가 찾아와도 대상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찾기보다는 선정기준에 부합되는지를 일선에서 우선 검토하는 형국"이라며 "선정기준 중심의 수급자 선발, 지원 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금과 현물서비스가 연계된 사회복지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