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에 나와있는 어르신들./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
탑골공원에 나와있는 어르신들./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

"어버이날이라고 크게 다를 게 뭐 있나. 산책하고 집에 가서 밥 먹으려 한다. (자식들이)다 멀리 있어서. 꼭 무슨 날이어야 보나 그냥 아무 때나 보면 되지." -김복자(가명, 71) 씨

"주말에 복지관에서 카네이션 달아주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했다. 이제는 (혼자 사는 게)익숙하니까 특별히 외롭거나 그런 기분은 없다." -임수임(가명, 73) 씨

5월 8일 어버이날이면 빠질 수 없는 풍경이 있다. 어르신들의 가슴 한쪽에 자식들이 달아준 카네이션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날 탑골공원에 나와 산책을 즐기는 어르신들에게서는 카네이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공·민간기업이 전국 곳곳에서 떠들썩하게 어버이날 행사를 열고 홀로 거주하는 고령 1인 가구를 챙기고 있지만, 카네이션의 무게가 달라서다. 또 급격하게 증가한 고령 1인 가구를 다 챙기지 못한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 고령화는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만 65세 이상 인구는 950만명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900만명을 돌파한 이후 1년 만에 48만명이나 늘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322만명 증가했다. 

늘어나는 고령인구만큼 노인 혼자 거주하는 고령 1인 가구(독거노인) 역시 증가하고 있다. 고령 1인 가구는 2022년 기준 전체 노인인구의 36.1%를 차지했다. 2045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독거노인이 늘면서 관련 행사도 커지고는 있다. 실제로 금일 보건복지부는 어버이날을 맞아 '2023년 어버이날 효(孝)사랑 큰잔치'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독거노인을 지원하는 '독거노인사랑잇기사업' 후원 전달식이 진행됐다. 

25개 기업·단체 등이 8억4000만원 상당의 카네이션과 식생활용품 등을 후원, 12만여명의 어른신에게 후원 물품을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더 작은 단위의 지자체별 관내 행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어버이날 풍경이 각박해진 것은 분명하다. 

가정의 달이 외로운 건 오히려 50·60대 1인 가구다. 1인 가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버이날이면 괜히 외로운 기분이 든다는 반응이 많다. 

한 네티즌은 "젊을 때는 어린이날 조카를 챙기고 어버이날 부모를 챙기는 일이 귀찮았다. 지금은 부모님 돌아가시고, 형제들은 각자 가족을 챙기느라 바쁘고, 혼자 남겨진 기분을 느낀다"며 "혼자 산 지 오래됐지만, 5월에는 괜히 외로운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60대는 노인도 아니고 참 애매한 나이다. 어버이날 행사한다고 가기에는 내가 너무 젊고, 혼자 집에만 있으니 참 서글프기도 하다"고 글을 남겼다.

한편 올해 어버이날에는 고령 1인 가구 증가와 빈곤 문제가 대두됐다. 우리나라 전체 노인 빈곤율이 37.6%에 달하고 고령 1인 가구의 경우 70%가 빈곤층에 속해서다. 

우리나라는 공적 연금 소득이 낮아 은퇴 후에도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근로활동이 필요한 구조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을 통해 적정 노후 생활 소득을 확보하던가,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고령 1인 가구가 겪는 빈곤 문제와 사회적 고립은 심각성을 더해갈 것이라고 조언한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금일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37.6%로 OECD 국가 중 1위다. 혼자 사는 노인 10명 중 7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힘겨운 삶의 무게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어르신 비율도 OECD 국가 중 1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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