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사이에서 풀멍이 새로운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떠올랐다. 유통업계들은 앞다투어 소비자들에게 풀멍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태원에 위치한 식물컨셉 카페 새비지가든. / 사진 = 조가영 기자
1인 가구 사이에서 풀멍이 새로운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떠올랐다. 유통업계들은 앞다투어 소비자들에게 풀멍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태원에 위치한 식물컨셉 카페 새비지가든. / 사진 = 조가영 기자

풀멍이 1인 가구의 새로운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1인 가구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풀멍'은 풀 보면서 멍때린다는 뜻의 신조어다. 잡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에서 기인한 '멍'시리즈 중 하나로 불멍, 물멍에 이어 새롭게 등장했다.

꽃이 만개하고 바깥 활동이 늘어난 5월은 풀멍에 대한 수요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블루(코로나19+우울감)로 지친 심신을 달래려는 1인 가구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1인 가구 사이에서는 SNS의 해시태그 기능을 통해 풀멍 인증사진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 중이다. 유튜브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장시간 풀을 보여주는 랜선 풀멍이 늘었다. 서로 정성 들여 키운 반려식물 사진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는 소속감이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내용이다.

밀폐된 유리그릇이나 작은 유리병 안에 작은 식물을 재배하는 취미인 '테라리움'도 확산면서 SNS 사이에서 식집사를 위한 필수템이 공유되고 있다. 인테리어용·조경용 식물, 반려 식물 등 저마다 쓰임새는 다르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힐링하고픈 목적은 모두 같다.

지자체 역시 1인 가구 대상 반려식물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이같은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더 나아가 서울시는 1인 가구의 우울감 해소와 녹지공간에 대한 소비자 니즈에 따라 '정원도시 서울'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20대 1인 가구 송미정(가명) 씨는 "얼마 전 좋아하는 아이돌 인스타그램에 식물로 만든 장식품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그냥 인조 풀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구나 싶었는데 찾아보니 실제로 온라인 사이트에서 팔고 있는 제품이었다. 실제 풀이나 이끼 같은 식물로 만든 거라서 벽 같은데 걸어놓으면 소음도 흡수하고 습도도 조절돼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나도 인테리어겸 풀멍을 해보려 한번 사봤는데 사는 집이 오피스텔이라 벽간소음이 심해서 소음 흡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30대 황은아(가명) 씨는 "해방촌에 있는 한 유명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의도치 않게 풀멍을 해버렸다. 카페 내외부는 마치 작은 식물원에 온 것 같은 컨셉으로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는 담쟁이 덩쿨이 꾸며져 있었고 그 아래 연못이 있었으며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며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있는 줄 몰랐다. 커피를 주문하러 카운터에 가보니 유리창 안에 테라리움같은 식물이 멋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벽쪽에는 미니 테라리움이 많았고 씨앗도 전시돼 있었다. 무엇보다 여기서 파는 디저트들은 모두 비건 제품으로 자연 친화적인 컨셉과 잘 어울렸다. 이 카페에 방문한 뒤로 풀멍에 빠져 나도 식집사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풀멍 인기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해소가 꼽힌다. 앞서 1인 가구의 삶에 대해 조사한 서울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서울시 1인 가구의 행복지수는 5.7점으로 다인 가구인 6.4점에 비해 낮았다. 상대적으로 1인 가구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숲에서의 자연 관찰이 마치 명상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풀멍이 인기를 얻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자연경관에만 집중하면 다른 잡념을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고 자연과의 연결감 높아져 우울증과 불안감을 예방한다는 설명이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목적과도 일치한다.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려 식물을 기르는 목적으로는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이 55%로 가장 높다.

한편 1인 가구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풀멍 장소로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5층, 3300㎡(1000평)에 달하는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가 있다. 종각역 태양의 정원도 유명하다. 지하에선 보기 드문 갖가지 식물들을 조성해 교보문고에 혼자 책을 읽으러 온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서게 한다. 이곳에서 자라는 유자나무, 금귤나무, 레몬나무, 동백나무 등 37종의 식물은 지상에서 유입되는 자연광을 받는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1인 가구 사이에서 풀멍이 새로운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떠올랐다. 유통업계들은 앞다투어 소비자들에게 풀멍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태원에 위치한 식물컨셉 카페 새비지가든. / 사진 = 조가영 기자
1인 가구 사이에서 풀멍이 새로운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떠올랐다. 유통업계들은 앞다투어 소비자들에게 풀멍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태원에 위치한 식물컨셉 카페 새비지가든. / 사진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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