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모여 '2023 라이더대행진'을 열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1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모여 '2023 라이더대행진'을 열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배달의 민족 물류 서비스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과의 협상결렬에 분노한 배달의 민족 노조가 10일 국회 앞에서 행진에 나섰다.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들이 모여 '2023 라이더대행진'을 열었다. 이번 6회 라이더대행진은 윤석열 정부 1주년에 맞춰 개최했다.

60여 대의 오토바이와 함께 등장한 이들은 오토바이를 정렬하고 옆에 섰다. 작업복과 헬멧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조합원들은 "플랫폼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배달의 민족은 임금 삭감을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대회사를 맡은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옛날엔 공사 현장이나 조선소가 산재 발생 1위였지만 지금은 배달 노동자가 산재 1위다. 배달 노동자의 사고 실태, 노동자의 몸, 노동 임금, 생존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개혁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노동 개혁으로 정했지만 우리는 나라로부터, 제도로부터,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합원들은 '배달노동자의 생존권을 즉각 보장하라', '배민 임금 삭감 즉각 철회하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흔들며 박수와 호응으로 답했다.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투쟁사에서는 배달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안전 관리에 대한 요구와 배달 노동자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AI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시장은 확대됐다. 많은 이들이 한철 메뚜기떼처럼 배달 시장에 달려들었다. 이륜차 자격증도 없으면서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심지어 알바 삼아 뛰어들었다. 이게 가능한 건 안전 교육 2시간만 받으면 배달 라이더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안전 교육도 받지 못한 경험 없는 라이더들에게 길거리 도로는 위험한 일터다. 도로 위에서 산재 도움도 없이 허망하게 죽어가야만 했다. 더 이상 죽음 방치할 수 없다. 이를 막는 건 라이더 자격증과 등록을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마련해야한다고 본다"며 연설했다.

이어 "경기침체 물가 인상으로 배달 시장 거품이 꺼지고 있다. 일감이 점점 줄어드는데도 기업들은 오히려 배달 노동자 수를 늘리고 있다. 노동자 수를 늘려 속도 경쟁을 붙이고 가격을 낮춘다. 라이더들은 위험한지 알면서도 수입 충당을 위해 속도 경쟁을 더 더 더 해야했다. 그럴수록 기본 배달료는 조금씩 낮춰져 왔다. 이 지옥 같은 악순환 굴레를 이제는 끊어야 된다"며 지적했다.

그는 "알고리즘은 플랫폼 기업에는 노동자의 생명줄을 쥐여준다. 알고리즘 협상을 쟁취하는 것은 노동자 권리를 찾는 출발점"이라며 강조했다.

이어진 현장 발언에서는 배달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그로 인한 현 실태에 대해 꾸짖었다.

전성배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장은 "배달 노동자는 현재 역대 최대인 23만7000명이다. 이건 우리나라 200명 중 한 명은 배달한다는 소리다. 그것도 부업과 알바를 뺀 기준이다. 부업과 알바까지 포함하면 통계적으로 50만 명이다. 100명에 한 명꼴은 배달한다는 소리다. 현재 라이더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일해야만 하는 자격이라든지 면허, 보험, 교육 등 아무것도 없다. 일방적으로 개같은 정책을 라이더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고 소리쳤다.

그는 목이 메는지 연신 목소리를 다듬었다. 이어 "배달 노동자는 최저시급도 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갈수록 물가가 오르고 기름값, 보험비 등으로 현실적으로 수입이 안 돼 노동시간을 늘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8시간 일하던 걸 10시간 12시간 늘려가고 있다. 그런데도 특정 언론에서는 거짓으로 배달 라이더가 고수입이라고 선동하고 혐오를 부추긴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배달 라이더가 기업에게 많은 돈을 벌어다 주고 있지만, 그들은 배달비가 비싸다는 여론에 라이더 인건비가 비싸다면서 라이더를 방패삼아 라이더를 팔아먹고 있다. 땀 흘려서 돈 벌어준 라이더에 대한 취급이 이거냐 항상 파트너라면서 우리의 대우는 개돼지만도 못하다. 무한대로 인력을 축적하면서 아무런 법적 규제 없이 책임을 안 진다"며 사측을 지적했다.

전 지부장은 이외에도 불법과 비리로 운영을 이어 가는 일반 대행업체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대형 플랫폼뿐만 아니라 일반 대행업체도 마찬가지다"며 "일반 대행업체는 작년 말 기준 전국적으로 8000곳이 넘고 무등록, 무허가 업소는 1만 곳이 넘는 게 업계 추산이다. 폭력과 욕설로 협박에 가까운 업무지시를 내리는 곳도 있고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강요하거나 수리비를 과도하게 산정하기도 한다. 사고가 나면 라이더를 빚쟁이로 만들기도 하며 청소년 같은 미성년자 라이더를 이용하기도 한다. 청소년 라이더는 매년 사망하고 있다. 아무런 규제도 법도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문제없이 운행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업체가 불법적으로 운행하는 업체 때문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쓰레기 양아치 같은 불법 업체는 같이 퇴출하자"고 연설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라이더자격제-대행사등록제 도입 ▲안전운임제를 모태로 한 생활임금 보장 ▲알고리즘 협상권 보장이다.

라이더유니온지부는 기본배달료 기준 배달의 민족은 임금의 27%를 삭감했으며 일반대행업체 중에는 35%를 삭감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배달 노동자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AI알고리즘으로 인해 업무 할당 기준과 배달료 책정 기준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라이더 평가는 무엇에 활용하고 속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는 없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아한청년들은 이에 대해 교섭 중에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라이더유니온의 요구를 포함한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한 협의는 대표교섭단체인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와 성실히 진행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과도 긴밀히 대화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입장을 고려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배달 노동자는 특수고용직이라 여러 배달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어서 배달 노동자의 수를 우리가 줄이거나 늘리거나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은 지난 9월부터 기본배달료 인상 등을 사측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노조와 매달의민족 라이더 운영업체인 우아한청년들의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이 결렬됐다.

이에 민주노총배달플랫폼노조는 지난 5일 어린이날에 파업에 나선 바 있다. 사측은 "현장 영업은 차질이 없으며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사측이 배달 건당 6000원을 더 주는 프로모션을 벌이면서 노조는 "배민이 프로모션으로 파업 불참을 유도하고 있다"며 불만이 가중됐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1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모여 '2023 라이더대행진'을 열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1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모여 '2023 라이더대행진'을 열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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