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주거 빈곤'을 호소하는 청년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 방안 연구2'에 따르면 지난해(6~7월) 청년(19~34세) 4032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답자의 81.2%가 '내 집 마련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80.7%), '자산 상승 목적'(9.3%), '결혼하려고'(6.0%) 등이 꼽혔다. 

특히 응답자의 31.3%는 자신을 주거 빈곤층이라고 여겼으면 76.3%가 자신의 소득만으로 주거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자가 마련 시 부모의 자금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답변도 76.9%나 됐다. 

또 심층면담 결과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현재 부모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전세 및 자가 마련을 위한 대출 의존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를 보면 청년층은 전반적으로 '자가가 없으면 거주 안정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4월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699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7% 상승했다. 

심지어 청년 1인 가구가 주로 찾는 소형 아파트(60㎡ 이하)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2349만원으로 처음으로 2000만원선을 뛰어넘었다. 

고금리, 인건비, 자재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었고, 부동산 규제가 풀리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높여서다.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청년의 소득 수준으로는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수준으로 집값이 뛰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22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175만7000원에 불과하다. 

소득을 아득히 넘어서는 집값 상승 속에 아이러니 하게도 청년층의 주거 마련 욕구는 커졌다. 이러한 괴리는 청년 1인 가구 스스로를 '주거 빈곤층' 여기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30대 1인 가구 황선우 씨는 스스로를 주거 빈곤층이라고 생각한다. 황 씨는 "월세방 전전하다 보면 집 사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취업하고 돈 모으면 서울에 작은 아파트 하나는 살 수 있을 줄 알았다"며 "18평 아파트가 8억, 9억한다. 그런데 이게 또 거래가 된다. 다들 돈이 어디서 그렇게 나는지, 나만 빼고 다 부자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30대 1인 가구 김준호 씨도 "경기도 안양에서 전세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소득 기준으로는 중산층 수준인데,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새 아파트는 고사하고 지금 사는 집 매매도 불가능하다"며 "재테크 소식이나, 집값 뛰었다는 기사를 보면 열심히 일하고는 있는데도 참 빈곤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이슈도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인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어렵게 모은 전세 보증금을 한순간에 잃게 된 사례가 급증하면서 심리적 불안감이 커져서다. 

최은선(32, 가명) 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빌라왕'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부터 매일 걱정이다. 아직 1년 넘게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괜스레 불안하고 혹시 몰라서 등기도 떼어 봤다"며 "이렇게 불안해하느니 매매를 하고 싶지만, 돈이 없다. 계약 끝나면 차라리 월세로 갈까 생각도 한다"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 방안 연구2'./표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 방안 연구2'./표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처럼 상대적으로 금전적 빈곤이 큰 청년층에게 주거 빈곤이 더해지면서 스스로를 빈곤하다고 여기는 청년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시기는 앞으로의 삶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경제적 압박을 이겨내는 요소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사회 경제적 구조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스스로 빈곤하다고 느끼는 1인 가구의 증가는 다인 가구로 전환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은 전통적인 빈곤 기준인 소득 외에 다차원 영역에서 다양한 기회와 자원의 결핍을 경험하고 있다"며 "청년층 집단 내 불평등 수준이 커졌다는 점, 청년기 자산 격차와 주거 문제가 이후 중장년, 노년기 불평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층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격차를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봤을 때 임대주택 및 주거비 지원 확대, 거주 선호지역 중심 주택공급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겸임교수는 "청년 1인 가구가 늘면서 이들이 겪을 수 있는 각종 사회 문제와 그에 따른 대책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빈곤을 느끼는 청년이 많다는 점에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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