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지원 관심 증가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우리 사회에 은둔형 외톨이 경고등이 켜졌지만, 여전히 지원 정책 마련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첫 단추인 법 조례조차 마련된 곳이 적어서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 고립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됐지만, 여전히 은둔형 외톨이 관련 법규를 제정한 자치구는 단 16곳에 불과하다. 

2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한 자치단체는 ▲광주광역시 ▲광주 동구 ▲광주 남구 ▲부산 ▲전남 ▲전북 ▲경북 안동 ▲인천 ▲인천 미추홀구 ▲울산 중구 ▲경기도 고양시 ▲서울 은평구 ▲서울 노원구▲서울 서대문구▲서울 강북구▲중랑구 등 16곳이다. 

2019년 광주가 첫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이후 ▲광주 동구 ▲부산 ▲서울 은평구 ▲전남 ▲광주 남구 등이 2021년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서울 노원구 ▲경북 안동 ▲인천 미추홀구 ▲전북 ▲울산 중구 ▲서울 서대문구가, 올해는 ▲경기 고양시 ▲서울 강북구 ▲인천 ▲서울 중랑구가 법 규정을 제정했다. 

조례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은둔형 외톨이 정의, 자치단체장 책무, 기본계획 수립, 지원 대상자 발굴, 지원 사업, 가족 등에 대한 상담, 협력체계 구축 등이 담겼다. 

다만 광주시는 지원 조례에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또 이에 근거해 지난해 4월부터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다른 지자체는 여성가족부의 가족센터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지원 서비스를 펼칠 예정이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다른 지자체의 경우 1인 가구 또는 청년 관련 법규를 통해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다.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안전망 확충을 위한 조례의 경우 지원 대상으로 사회적 고립가구를 들고 있다. 사회적 고립가구는 가족, 이웃, 친구관계가 단절되었거나 단절되어가는 1인 가구를 지칭한다.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도 있다. 서울시와 일부 자치구, 대구시, 제주특별자치도, 인천 부평구, 강원 태백, 강원 원주 등이 이 법규를 제정한 상태다. 이 조례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와 유사하지만, 청년으로 대상이 한정되어 있다. 

이에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일례로 최근 대전시의회가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안을 가결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와 단절된 채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통칭한다. 연령, 가구원 수 등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곤란하고 스스로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재 가장 지원이 필요한 연령층으로 청년층이 꼽히고 그 중에서도 당장 주변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기 어려운 1인 가구가 지목될 뿐이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 규모는 24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취업, 인간관계, 학업의 어려움으로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실제로 잇따른 구직실패로 고립 생활을 경험한 김 모(41) 씨는 "20대부터 거의 8년을 일한 회사가 갑자기 망하면서 무직자가 됐다. 당시에 정신적으로 공황이 오더라, 먹고 살려고 건설현장 다니고, 가스통 배달도 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구하는데 나이도 많고, 자격증도 없으니 매번 떨어졌다"며 "혼자 자괴감에 빠져서 집에 틀어박히게 됐다. 달동네에서 한 2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전기·가스 끊기고 그냥 죽을까 했을 때쯤 친척 형이 무작정 찾와서 끌고 나갔다. 지방에 한 중소기업에서 같이 숙식하면서 옆에서 끊임없이 날 붙들어줬다. 그 덕분에 지금 같이 시장통에서 치킨집을 하게 됐다. 고립은 누군가의 손길이 없다면 혼자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은둔형 외톨이는 선제적 발굴·지원 노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적 지원을 위한 근거 마련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절망의 다른 이름은 고독이다. 고립된 삶을 살게 되면 단순한 일상생활조차 할 수가 없게 된다. 정서적 지지와 경제적 도움을 통해 서서히 회복할 수 있도록,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존의 정신의학적 처치나, 약물치료는 한계가 분명해 당사자 중심의 사회서비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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