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동물권행동 카라가 경기도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의 개들을 구조하기 위해 찾아갔다. 열악한 환경이 고스란히 전해진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지난해 11월 동물권행동 카라가 경기도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의 개들을 구조하기 위해 찾아갔다. 열악한 환경이 고스란히 전해진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펫숍에서 팔리는 귀여운 강아지는 이런 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납니다."

투명한 유리창 안 복슬복슬한 털과 귀여운 외모, 꼬물거리는 새끼 강아지들을 귀엽게 쳐다보는 사람들. 하지만 펫숍에 진열된 강아지들에게는 보기와 다르게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3일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강아지 번식장은 허가제로 운영된다. 개나 고양이를 생산하려면 국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허가 된 국내 번식장은 총 2000여 곳이 넘는다. 이 외에도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번식장, 소규모 가정번식장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아진다.

허가된 강아지 번식장이라도 대부분의 현실은 참혹하다. 어미 견들은 좁은 뜬장에 갇혀 새끼를 낳고, 썩은 물과 음식을 먹는다. 뜬장 아래로는 몇 년 동안 치우지 않은 대소변이 쌓여있다. 평생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을 겪다 짧은 견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생을 마감한 개들은 한편에 쌓여 썩어가거나, 불법적으로 묻히거나, 종량제 봉투에 묶여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강제 출산으로 장기가 외부로 쏟아진 채 끔찍한 고통을 받다 결국 생을 마감한 루시의 장례를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들이 진행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지난해 11월 경기도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강제 출산으로 장기가 외부로 쏟아진 채 끔찍한 고통을 받다 결국 생을 마감한 루시의 장례를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들이 진행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경기도 연천 허가 번식장이 그러했다. 지난해 11월 카라는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 갇힌 81마리 개들의 구조를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강제 출산으로 인해 장기가 외부로 쏟아져 나와 결국 생을 마감한 루시도 있다. 루시는 2~4세로 추정되는 암컷 치와와 견종의 강아지였다. 부검 결과 루시는 심장과 간에 부분적인 궤사가 있었고, 지방간, 담낭 확장 가능성도 보였다. 이 밖에도 장간막 유착, 소장 내 염증, 장 꼬임 등 상상도 못 할 고통을 겪다 생을 마감했다. 

카라 관계자들은 무지개다리 너머에서는 자유롭기를 바라며 루시의 장례를 치르고 명복을 빌었다.

연천 개공장에는 루시 외에도 구조된 대부분의 개들은 치아가 소실되거나 턱뼈가 녹아있는 모견, 긴 털이 엉기고 굳어 앞을 제대로 못 보던 개들도 있었다. 특히 유선종양, 심장질환, 폐병변, 심장사상충, 슬개골탈구, 지알디아, 지간염 등 질병이 발견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구조견들은 활동가들에게 몸을 맡겼다. 하지만 몇몇 개들은 극심한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 구조 후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활동가들을 물기도 했다. 평생을 업자로 부터 착취당해 온 개들의 입장에서는 사람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구조된 산모 견과 새끼들, 출산이 임박한 모견 등은 카라 더봄센터로 옮겨져 안정을 찾고 있다. 남은 개들은 위탁처에서 전염병 키트검사를 통해 경과를 지켜봤다.

동시에 미용을 진행했고, 난생 처음으로 따뜻한 이불 위에서 잠을 자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며 회복 중이다.

경기도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강제 출산으로 장기가 외부로 쏟아진 채 끔찍한 고통을 받다 결국 생을 마감한 루시(왼쪽)와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오른쪽)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경기도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강제 출산으로 장기가 외부로 쏟아진 채 끔찍한 고통을 받다 결국 생을 마감한 루시(왼쪽)와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오른쪽)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앞서 영국에는 '루시법'이 있다.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는 강아지 공장에서 6년간 출산으로 고통받아 오다 구조됐지만, 18개월 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에 영국 사람들 사이에서 강아지 공장 근절을 위한 루시법 운동이 일어났고, 영국 정부는 결국 2018년 루시법을 통과시켰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한국에도 강아지 공장을 근절하는 루시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루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연천의 허가 번식장에서 발견된 개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경기도 연천의 허가 번식장에서 발견된 개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카라 관계자는 "루시 프로젝트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복지는 등한시 한 채 번식장에서 여러 품종의 어린 동물을 받아 백화점식으로 진열 판매하여 막대한 이익을 취해온 펫숍 영업을 금지하기 위한 프로젝트다"라고 강조했다.

카라 관계자는 또 "본질적으로 번식장이 허가 기준을 준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것, 동물을 사고 팔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생명을 경시하는 일이다. 더 이상 동물은 '생산'되거나 '판매'되어서도, 더더욱 '폐기' 되어서도 안 된다"라면서 "이미 독일, 미국, 캐나다 등에서 반려동물 판매 금지가 진행됐다. 프랑스도 2024년부터 펫숍에서 강아지 고양이 전시 및 판매가 금지된다. 한국도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지옥 같았던 번식장에서 구조 된 '몽고'가 이제는 고통에서 벗어나 사랑만 전해 줄 진정한 가족을 찾고 있다.

몽고는 암컷의 믹스견이다. 중성화 수술을 마쳤으며, 추정나이는 2살 6개월로 친화도와 활발한 성격을 가졌다. 몽고의 입양을 원한다면 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연천의 한 개농장에서 구조된 몽고. 이제는 따뜻한 품으로 안아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연천의 한 개농장에서 구조된 몽고. 이제는 따뜻한 품으로 안아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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