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비율 높은 대전, 기초생활 수급자 독거노인 5대 질환↑
강원도 독거노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난 1년 미진료

참고사진./사진=미리캔버스
참고사진./사진=미리캔버스

#. 독거노인 김 모(70·남) 씨는 심근경색을 앓고 있다. 평소 심장이 조여지는 느낌이 들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탓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김 씨는 최근 길을 걷다 증상이 악화되어 주저앉았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근처를 지나가던 시민이 김 씨를 발견해 심폐소생술을 진행했고 김 씨를 서둘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로인해 김 씨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독거노인의 경제 빈곤·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다인 가구대비 유병률도 높게 나타났지만, 경제적 빈곤으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13일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 가구 수급자 수는 ▲2017년 26만3475가구 ▲2018년 33만7788가구 ▲2019년 39만1096가구 ▲2020년 43만9135가구 ▲2021년 51만8799가구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생계가 곤란하면서 재산, 소득 기준을 충족하고 근로능력이 없는 경우 해당한다.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대전광역시의 최근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대전시 65세 노인 인구(22만6831명) 중 독거노인은 6만1527명으로 27.1%를 기록했다. 2020년(5만1709명) 대비 19.0% 증가한 수치다.

특히,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독거노인 수도 크게 늘었다. 2022년 기초생활수급자는 1만6247명으로 2020년(1만2504명)대비 29.9% 증가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들의 주요 5대 질환도 증가했다.

대전 독거노인 중 5대 질환에 해당하는 환자는 2021년 기준 4만4190명(73.6%)에 달했다. 그 중 고혈압 환자(2만2703명)가 가장 많았고, 골관절염환자(2만1250명), 당뇨병(1만242명), 고지혈증(6233명), 치매(3544명) 순으로 많았다. 이는 각각 2020년 대비 26.5%, 18.8%, 27.5%, 42.7%, 8.8%로 모두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고령층의 경제빈곤은 건강과도 직결된다. 의료 문제도 결국엔 소득과 재정적인 문제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경우 경제상황, 건강상태에 따라 우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신체적 건강문제는 병원비 지출 등 소득감소를 유발하여 경제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강원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강원자치도여성가족연구원의 '노인 1인 가구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강원도의 1인 가구 비중은 36.3%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 1인 가구의 구성비가 42.6%에 달했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경제적 상태도 부부노인이나 자녀동거노인에 비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탓에 자녀동거노인보다 경제활동률도 높았다.

독거노인의 경우 기초생활보장급여 부분이 6.6%로 집계된 반면, 노인부부는 0.7%, 자녀동거노인은 0.0%였다.

또한 독거노인의 경우 홀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고, 주위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 주는 사람이 없어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독거노인 대상 만성질환 수를 조사한 결과 3개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6.0%로 집계됐다. 이어 2개 28.1%, 1개 24.0%, 없음 11.9%로 평균 2.1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반면, 부부노인의 경우 평균 1.5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부노인에 비해 독거노인이 앓고 있는 질환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 정도 역시 독거노인이 유병률 27.1%로 노인부부(1.9%)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병률은 전체 인구 중 특정한 장애나 질병, 심리·신체적 상태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분율을 뜻한다.

혼자 생활하면서 곤란하거나 힘든 점을 조사한 결과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의 어려움'(39.7%)이 가장 높았고, '생계유지의 어려움'(20.8%), '고독과 외로움'(19.0%)순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아프더라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독거노인이 많았다. 지난 1년간 미진료 이유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25.7%), '증상이가벼워서'(19.3%), '교통이 불편해서'(14.7%)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강원도 경제적 어려움을 파악한 결과 독거노인 100명 중 7명가량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공과금 등 필수 비용 지출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독사 문제에 대한 문제도 짚었다. 사회적 관계망 분야에서 1인 가구의 사회활동 참여율은 23%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고립, 고독사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음에 따라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정부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허목화 연구위원은 맞춤형 노인돌봄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노인돌봄 전달체계 개편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해당 사업은 지역거주를 중심으로 돌봄, 주거, 건강서비스 인프라 확충을 통해 병원·시설보다는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사업"이라며 "의료, 돌봄, 식사, 이동지원 등의 서비스를 통합 조정하여 맞춤형 패키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고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고령사회에 대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독거노인 등 1인 가구를 위한 복지 체계 개편이 요구된다. 단순히 기존의 돌봄 체계에 억지로 끼워 넣는 형태는 중복 지원이나 사각지대를 만들기 마련"이라며 "지역사회에서 개개인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하고, 과감한 제도 개선으로 새로운 돌봄 체계가 빠르게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고령화에 발맞춰 지난 3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수행할 지자체를 모집하고 12개 지역을 최종 선정했다. 이에 선정된 지자체는 7월부터 2025년까지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의료·돌봄 관련 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서비스 기준 연령대를 75세로 한정했다는 점에서 물리적 한계로 인한 정책 체감도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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