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호 기자
신민호 기자

현대차의 미국시장 사법리스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기아 보이즈' 챌린지로 인한 현지 피해가 좀처럼 진정 국면을 맞이하지 못하면서다.

나아가 단순 재산상의 피해를 넘어 도난된 차량이 인명 피해, 범죄 등과 연루되기 시작하면서 이미 수십건의 집단소송에 얽혀있는 현대차의 상황도 복잡해졌다. 예컨대 도난된 차량이 인명피해 등 범죄 사건과 연관될 경우, '훔치기 쉬운 차'를 만든 현대차의 책임소재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 실추도 실시간으로 누적되고 있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경찰들 사이에선 차량 도난 신고가 들어오면 "현대·기아차일 것이 분명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분위기다. 

그간 현대차도 손을 놓고만 있지 않았다. 무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비롯해 현지 경찰과의 협업을 통한 잠금 장치 분배 등 차량 도난 방지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대책은 일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속되는 도난 사건으로 그 보급 속도가 충분치 않다 보니 피해는 여전히 쌓여가고 있다.

일례로 워싱턴 주에 위치한 렌튼 지역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현대·기아차 도난 사건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무려 110건에 달하며 도난 사건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난 6월에는 약 37건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2022년 한해 동안 렌튼 지역에서 단 7건의 차량 도난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난 방지 장치 보급 여부와는 별개로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도난 방지 장치를 부착했음에도 기아 보이즈의 타겟이 돼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기아 보이즈가 반드시 절도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놀이감'으로서 현대·기아차를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현대차는 이러한 모든 '혐의'에 대해 '범인'으로 지목되는 것 자체가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결국 차를 훔치는 행위 자체가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이같은 의견에 일정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NHTSA는 앞서 18개 주 법무장관들로부터 제기된 현대차 리콜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국적인 리콜 기준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NHTSA는 리콜 기준에 대해 "범죄자가 운전대를 부수고 시동을 걸기 위해 점화 잠금장치를 제거하는 행위들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각 주 법무장관들은 현재 상황은 '명백한 현대차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리콜을 요청한 18개 주 법무장관 중 한명인 키스 엘리슨 미네소타 법무장관은 복수의 외신을 통해 "NHTSA의 결정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도난에 취약한 자동차가 있고 그것이 인명 손실, 자동차 도난, 경찰력 고갈을 초래한다면 이것은 위반이다"라며 "NHTSA가 이 사태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는 이것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어쨌든 그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본적인 안전 장비를 넣지 않았고, 그들의 수익이 보탬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NHTSA의 나름의 변호에도 각 주 법무장관들의 성토가 끊이지 않으면서 현대차의 미국시장 사법리스크는 당분간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차 입장에선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돼 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인 시점이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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