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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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임준오 씨(가명)는 A 편의점 점주다. 연매출 3000만~4000만원을 올리지만 임 씨는 폐업을 고민 중이다. 온종일 일하지만, 아르바이트생 임금과 임대료, 로얄티를 내고 나면 실제로 임 씨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월 260만~280만원에 불과해서다. 임 씨는 "사업을 시작할 때 영리치는 아니어도 직장인 월급보다는 나을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너무나 빈곤하다. 지금이라도 빨리 손 털고, 직장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토로했다.  

#. 30대 직장인 박준수 씨(가명)는 국내에서 손꼽는 대기업의 과장급이다. 박 씨의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하면 약 1억원에 달한다. 1인 가구인 박 씨는 퇴근 후에 개인 PT를 받고, 주말에 수상스포츠를 즐긴다. 올해는 그동안 모아둔 돈에 대출을 더해서 소형 아파트를 구매할 계획이다. 박 씨는 "지금 수입이 SNS에 수입차를 타고 오마카세를 즐기는 등 허세를 부릴 정도는 아니지만, 내 삶을 즐기기에는 부족하지도 않다"며 "앞으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서 올해는 무리해서라도 집을 좀 사고, 40세 전에는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30대 1인 가구 사이에서 소득 격차가 심각하다. 서울의 A 대학교 졸업생인  임 씨는 대학교 동창 모임에 나갔다가 '경제 양극화'를 실감했다. 다같이 졸업한 동기 모임인데, 고가의 수입차를 몰고와 고수입을 자랑하는 동기부터 아직까지 취업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동기까지 다양해서다. 자리가 무르익고 본격적인 월급 이야기가 나왔을 때 임 씨는 겉으로는 편의점 사장이었지만, 대기업 신입사원보다 순이익이 낮다는 걸 실감했다. 심지어 부채까지 있어 이대로라면 평생 가난한 삶을 살 것 같은 압박감마저 느꼈다. 

임 씨가 느낀 자괴감과 불안감은 30대 1인 가구가 겪는 평범한 일상의 단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작성한 일자리 행정통계 중 2021년 기업 규모별 연령대별 소득을 보면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소득(세전)은 563만원, 중소기업 근로자는 266만원으로 2.1배나 차이난다. 

특히 소득격차는 연령대가 커질수록 더 난다. 19세 이하는 1.3배지만, 20대 후반에는 1.6배, 30대 초반 1.8배, 30대 후반 2.0배, 40대 초반 2.2배, 40대 후반 2.3배로 늘어난다. 

사회초년생인 20·30대에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중장년, 그 넘어까지 소득이 결정되는 셈이다. 

특히 심리적으로 30대가 받는 소득 격차는 압박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최근 더 심각해졌다. 

SNS상에는 이른바 '거지방' 등이 유행하면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회사 탕비실을 이용하거나 삼각김밥을 먹으며 버티는 직장인이 있는 반면, 수입차를 타고 오마카세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 취업자가 대기업으로 이직할 기회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야말로 바늘구멍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 성공한 확률은 2.6%에 불과하다. 자영업자가 직장인으로 전환, 그것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더 적다. 

경제 양극화가 심해지니, 아예 취업 의지를 잃는 경향도 나타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는 416만4000명에 달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이 없거나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는 인구를 말한다. 심지어 이들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단 15.2%에 그쳤다. 

소득격차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청년 1인 가구의 증가는, 인구 정책에도 타격이다. 청년층 대다수가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꺼려서다. 

1인 가구 박철희(39) 씨는 "결혼은 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란 말이 딱 맞는 말"이라며 "초봉 5000만원 이상에서 시작한 친구들은 결국 결혼을 하던 할 예정이던 가정을 꾸려나가더라"며 "그 이하, 특히 3000만원 이하인 친구들은 지금도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소득격차를 줄일 수는 없을 테고,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주거비 부담이라도 낮춘다면 혼인율은 높아지지 않겠냐"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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