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1인 가구 A씨= 1인 가구로 산 지 약 3년이 됐다. 원해서 시작한 독립생활이 아니기에 1인 가구로 사는 동안 불만이 가득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일투성이에 필요한 비용은 많았다. 본가에서 살 때보다 살펴야 하는 것들이 족히 10배는 되는 느낌이었다. 가족과 친구들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니 심적 거리도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는 1인 가구로서의 즐거움보다 외로움의 감정이 점점 커졌다. 이 쓸쓸함을 해소할 방법으로 OTT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허한 마음은 달랠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스스로 생산성이 없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오히려 죄책감이 들었다.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심신이 지쳐갔다. 그러던 와중에 접하게 된 프로그램이 양천구에서 진행하는 '1인 가구 자조 모임'이다. 

'1인 가구 포털' 프로그램을 소개해 준 직장동료가 사회적 관계망 프로그램을 먼저 제안했다. 직장동료(이하 동료A)에게서 이미 1인 가구포털 사이트를 접하고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후 1인 가구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참여했다. 마침 같은 부서에 1인 가구인 직장동료(이하 동료B)가 1명이 더 있어 프로그램을 바로 신청했다.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전부터 앞으로 반년 동안 어떤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꾸며갈지 기대하며 계획을 세웠다. 우리가 선택한 주제는 '식물체험해보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반년간 활동을 했다. 

초록과 다정한 사람들, 그리고 건강해지는 삶

첫 번째 모임: 독서 모임

서로 다른 책을 읽고 각자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졌다. 나는 초보 식물 집사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가 주내용인 책, 동료A는 식물 드로잉 책, 동료B는 정원 가꾸기 책을 읽었다. 책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취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서 흥미로웠다. 서로 읽은 책에 대한 내용과 느낀점을 이야기 하다보니 다른 분야에 호기심이 생겨서 열정적으로 서로 질문을 하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얘기에 빠져들었다. 이날 우리는 점심 식사를 포함해 4시간 이상 떠들었다. 

두 번째 모임: 식물 그림 그리기

동료A의 취미가 식물 그림 그리기여서 동료B와 함께 배워보는 시간을 가지는 활동이었다. 동료A의 재능기부, 소그룹 과외 시간이었다. 동료A가 그림에 자신이 없는 우리를 위해 쉬운 그림과 재료를 소개해주어 자신감을 북돋아주어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수채색연필을 처음으로 사용해보았는데 그 매력에 빠져 활동이 끝나고 집에서 혼자 수채색연필을 이용해 다른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

세 번째 모임: 채소요리 만들기

우리는 채소로 할 수 있는 요리이면서 복잡하지 않은 요리인 월남쌈을 만들었다. 재료를 손질하면서는 야채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1인 가구로서 가장 필요한 정보였다. 항상 당근 1개를 사도 사용하는 양은 4분의 1정도밖에 안 되어 야채 사는 걸 포기하거나 많은 부분을 버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집에서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손쉽게 준비할 수 있는 반찬은 무엇인지,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의 1인 가구의 노하우를 함께 공유했다. 

그 외에도 테라리움 만들기 활동, 도시농업 활동을 진행했다. 앞선 모임과 달리 식물을 직접 만지고 키워보며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다. 왜 사람이 초록빛 식물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지 몸소 느꼈다. 식물을 돌보며 편안함을 느끼고 애정을 가지며 매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이 좋아 우리는 5회차의 모임이 끝나고도 연속성을 가지고 화분 만들기 체험도 진행했다. 그때 만든 화분은 이 글을 쓰는 지금, 내 옆에서 꽃을 피워 아름다운 향기를 은은하게 내뿜고 있다.

삶을 넘어서 건강하고 당당해진 나

이제는 집에서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식물에 대한 정보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모임원들과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스스로 활기를 찾았다. 혼자만의 휴식 시간이 생기면 다른 1인 가구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기도 하고 모임원이 추천해 준 운동을 해보기도 하며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식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여 집에 화분을 몇 개 더 들여다 놓았다. 

사실 자조모임을 시작할 때는 각 회차당 1-2시간 활동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임에 열정이 생기기 시작하여 2, 3시간씩 활동을 하며 모임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모임원 모두 직장동료이긴 하지만 회사에서는 업무를 처리하기 급급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서로 속속들이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행복했다. 활동은 끝났지만 모임원들 모두 모임에 애정이 생겨 아쉬운 마음에 송년송년회를 계획 중이다. 앞으로 계속 만들어나갈 우리의 이야기가 기대가 되면서 '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모임을 진행하며 끈끈한 유대감이 생겨 혼자 있어도 쓸쓸하지 않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겨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게 되어서 당당한 내가 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자조모임을 통해 1인 가구로서 유대감, 소속감, 즐거움, 유쾌함, 하다못해 생활정보까지 다양한 것들을 얻었다. 어디에서도 얻기 힘들 것들이니 건강한 1인 가구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