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경기도 남양주 일패동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 된 미니핀 견종 '피니'다. 구조 전까지 심장사상충으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현재는 건강을 회복하고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지난해 1월 경기도 남양주 일패동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 된 미니핀 견종 '피니'다. 구조 전까지 심장사상충으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현재는 건강을 회복하고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지난해 1월 경기도 남양주 일패동에 한 무허가 번식장이 발견됐다.

동물권행동카라는 이곳의 개들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번식업자와 만나 개들의 소유권 포기를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불법 현장이라도 개들은 개인의 소유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식업자는 이틀 동안 지자체 동물복지팀과 만남을 피해 다녔다. 그러던 중 25일 저녁이 돼서야 업자는 굳게 걸어 잠갔던 번식장을 열었다.

번식장은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어두컴컴한 비닐하우스였다. 

경기도 남양주 일패동에서 발견된 열악한 환경의 무허가 번식장 내부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경기도 남양주 일패동에서 발견된 열악한 환경의 무허가 번식장 내부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카라 관계자에 따르면 분뇨 냄새가 코를 찌르고 칸칸이 갇힌 십여 마리의 개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때 70여 마리까지도 길렀었다는 번식장 내부는 개들의 털이 뒤엉켜 있을 뿐 아니라, 개들의 분뇨가 바닥에 눌어붙은 채 환기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개들은 강제로 교배하고, 그렇게 태어난 강아지들은 전국 펫숍으로 팔려나간다.

번식업자는 결국 마당에 풀어놓은 개들을 포함해 총 15마리 개들의 소유권을 포기했다. 이에 카라 측은 해당 번식장 철거까지 지자체와 소통하여 불법 사항에 대한 행정처분을 주시하고 관리할 것을 약속했다.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카라 활동가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카라 활동가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그와 동시에 카라 활동가들은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구조 후 카라 더봄센터로 옮겨진 강아지들은 검사를 진행한 결과 15마리 중 5마리가 심장사상충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슬개골 탈구, 피부염, 결막염 등 각종 질환에도 감염되어 있는 상태였다.

구조견들은 이제 깨끗한 견사에서 생활하며 차차 치료를 시작했다. 몇몇 개들은 건강 상태에 따라 중성화 수술을 마쳤고, 이제는 반복됐던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 빠르게 건강을 회복한 구조견들은 깨끗한 견사와 카라 센터의 넓은 마당에서 뛰어놀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장사상충 3기 판정을 받은 '피니'는 당분간 자유조차 누릴 수 없었다. 심장사상충으로 인한 간질병과 간수치가 높아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며 치료와 돌봄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치료 받고 있는 '피니'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인스타그램 사진 캡쳐
치료 받고 있는 '피니'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인스타그램 사진 캡쳐

심장사상충은 예방약만 복용하면 충분히 예방이 할 수 있지만 이를 방치 할 경우 기생충이 심장까지 침범하여 갑작스레 사망할 수도 있는 질환이다. 번식업자는 이 병에 대해 알지도 못하거나, 알고있더라도 방치했을 확률이 높다.

그렇게 피니는 구조 전까지 천천히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현재 피니는 치료 주사와 후처치약까지 복용을 모두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여 병원에서 퇴원한 상태다. 다른 구조견들보다 조금 늦게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견사의 친구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건강을 회복한 피니는 이제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카라 관계자는 "8년 남짓 작은 상자 속이 세상의 전부라고 알고 살아온 탓인지 피니는 겁이 많다. 아름품에서도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세탁실로 뛰어 들어가고, 사람들이 너무 빠르게 다가가면 뒷걸음질 친다"면서 "하지만, 1년 가까이 더봄센터와 아름품에서 생활하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 같다. 아름품에서 많은 개들 뒤에서 쓰다듬어 줄 차례를 기다리고, 사무실에 조용히 활동가를 따라 들어와서 곁을 지키기도 한다. 사랑스러운 피니에게 세상에 많은 새로운 것을 차근차근 알려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피니는 추청 나이 9살 6개월의 수컷 미니핀이다. 활발하고 친화도가 높으며, 애교가 많은 사랑스러운 강아지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피니의 프로필./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피니의 프로필./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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