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인 ‘Iserlohn’의 도심에서 약  5km 떨어진 작은 동네의 버스정류소에서 찍은 버스 배차시간. 이 마을은 지하철이 없으며 버스 노선이 2개뿐이다. 주로 이용할 수 있는 1번 버스도 일요일이나 공휴일(Sonn- und Feiertag)에는 배차간격이 30분으로 길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류승연
소도시인 ‘Iserlohn’의 도심에서 약 5km 떨어진 작은 동네의 버스정류소에서 찍은 버스 배차시간. 이 마을은 지하철이 없으며 버스 노선이 2개뿐이다. 주로 이용할 수 있는 1번 버스도 일요일이나 공휴일(Sonn- und Feiertag)에는 배차간격이 30분으로 길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류승연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독일에는 다양한 주거 형태가 존재한다. 독일의 유학생들은 대부분 1인 가구의 주거 공간에서 생활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주거 형태는 원룸(Einzelzimmer)형태의 집(Wohnung)과 기숙사(Wohnheim)다. 이러한 주거 형태는 한국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독일에서 처음 집을 구하는 유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의 주거 형태는 각각 장단점이 분명하며, 같은 주거 형태일지라도 위치나 주거 공간 근처의 생활 인프라에 따라 차이점이 발생한다. 따라서 독일에서 집을 구하는 유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집을 결정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집이나 오피스텔의 원룸에서 거주하는 경우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을 소유할 수 있으며,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건물 내의 주거 규칙을 지키는 선에서 개인의 생활 방식으로 거주할 수 있다. 주거 규칙으로는 분리수거를 하는 날짜 및 방법이나 세탁기 사용을 피해야 하는 시간 등의 소음에 관련한 규칙들이 있다.

그러나 1인 가구, 특히 학생에게는 높은 월세가 큰 부담이 된다. 도심에 가깝게 위치할수록 월세가 비싸지는데, 그 이유는 대중교통이나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월세가 싼 집을 찾아 도심에서 벗어날수록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예를 들어 도심에서 벗어날수록 지하철이나 버스의 노선이 적어진다. 배차 간격이 20~30분씩 되며, 주말 및 공휴일에는 1시간씩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있다. 또한, 독일에는 편의점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생필품은 대부분 대형마트나 드럭스토어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상점이 적어지기 때문에 장을 보기위해 집에서부터 멀리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 

독일의 월세는 기본 월세(Kaltmiete)에 난방비(Warmmiete)와 관리비(Nebenkosten)가 추가된다. 따라서 원룸형 집에 거주하는 1인 가구에게는 월세의 부담이 매우 높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독일의 원룸 아파트 월세는 평균적으로 도심 내에서 약 845유로(한화 약 119만원 / 환율 1410원 기준), 도심 외에서  629유로(한화 약 89만원)다. 독일은 지역 별로 물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지역별 월세의 차이도 크게 나타난다. 독일의 수도이자 대학 도시로써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베를린(Berlin)의 경우, 원룸 아파트의 월세는 평균적으로 도심 내에서는 1,296유로(한화 약 183만원), 도심 외에서는  883유로(한화 약 125만원)로 조사된다. 독일 내에서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인 뮌헨(München)의 경우 도심 내에서는 1,347유로(한화 약 190만원), 도심 외에서는 1,046유로(한화 약 148만원)다. 그러나 도시의 역사와 대학으로 유명한 본(Bonn)의 경우, 도심 내에는 약 733유로(한화 약 103만원), 도심 외에서는 약 583유로(한화 약 82만원)로 조사된다. 이처럼 독일은 도시마다 월세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원룸형 집이나 오피스텔은 학생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의 선호가 높기 때문에 학생들이 집을 계약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크다. 독일에서 집을 구할 때에는 부동산이나 중개사이트 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집을 찾은 후, 부동산이나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해서 집을 방문할 수 있는 날짜를 받는다. 해당 집에 관심이 있는 여러 사람이 함께 집을 구경하고, 집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집주인으로부터 요구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선택하여 계약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학생보다는 수입이 안정적인 직장인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의 경우는 월세를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재정증명을 하기 위해, 부모님의 통장 잔고 및 수입 증명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외국인인 유학생들은 집주인에 따라 자기소개서나 가족과 관련한 추가적인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소도시인 ‘Iserlohn’의 도심에서 약  5km 떨어진 작은 동네의 버스정류소에서 찍은 버스 배차시간. 이 마을은 지하철이 없으며 버스 노선이 2개뿐이다. 주로 이용할 수 있는 1번 버스도 일요일이나 공휴일(Sonn- und Feiertag)에는 배차간격이 30분으로 길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류승연
소도시인 ‘Iserlohn’의 도심에서 약 5km 떨어진 작은 동네의 버스정류소에서 찍은 버스 배차시간. 이 마을은 지하철이 없으며 버스 노선이 2개뿐이다. 주로 이용할 수 있는 1번 버스도 일요일이나 공휴일(Sonn- und Feiertag)에는 배차간격이 30분으로 길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류승연

 

이처럼 학생의 신분으로 집을 구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독일의 유학생들은 기숙사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독일에는 학교에 소속된 기숙사(Studentenwohnheim)와 사설 기숙사(Wohngemeinschaft=WG)가 존재한다. 학교 기숙사는 월세가 저렴하고 학교 부근에 위치해 있으며, 기숙사 내에 같은 학교 학생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정보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학교 기숙사는 배정 받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대기 명단에 등록하기 위해 학교 입시 지원 전에 기숙사를 먼저 알아보는 경우가 다반사며, 지원한 대학 중에 기숙사를 배정 받은 곳으로 입학하겠다는 학생들도 있다. 이처럼 학교 기숙사에 거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사설 기숙사에 거주한다. 사설 기숙사는 대학생 뿐만 아니라 직업 교육을 받는 학생과 어학원생 등의 학생이라면 거주 할 수 있다. 

기숙사에서는 1인실부터 다인실까지 다양한 거주 형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대게 주방과 욕실을 공용으로 사용한다. 이 경우, 월세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공동 생활로 인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고, 늦은 저녁에 주방 사용을 제한하거나 당번을 정하여 청소를 하는 등의 규칙들도 불편함이 따른다. 최근에 생긴 사설 기숙사 중에는 개인 주방과 욕실이 있는 1인실의 경우가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러한 경우, 1인 가구로써 독립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며 사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기숙사실에 비해 월세가 비교적 높다. 

모제스 멘델스존 재단의 연구기관(Moses Mendelssohn Institut, MMI)에 따르면 기숙사 월세는 평균적으로 베를린에서 약 640유로(한화 약 90만원), 뮌헨에서 약 720유로(한화 약 102만원), 본에서 약 500유로(한화 약 71만원)로 조사됐다. 이처럼 기숙사의 월세는 도시 외곽의 집이나 오피스텔 형태의 원룸의 월세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하다. 기숙사의 월세는 고정되어 있어 난방비(Warmmiete)에 대한 부담이 없으며, 기숙사 부근에는 생활인프라와 교통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크게 선호되는 주거공간이다.

대부분의 기숙사실에는 침대, 책상, 옷장 등의 가구들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사를 할 때 부담이 적다. 교육을 위해 자신이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사하는 학생들이나 타국에서 독일로 유학을 하러 온 학생들에게는 가구를 따로 구매하거나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밖에도 기숙사에는 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세탁실에서 약 5유로(한화 약 7000원)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휴게실에서는 자습이나 친목 활동을 할 수 있다. 사설 기숙사의 경우 학생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실을 마련하거나 여가 활동을 위한 스크린실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부대시설은  학생들에게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높은 질의 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1인 가구를 위한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공동 주택의 주거 지원이 공동체 유지 및 1인 가구의 외로움 방지에 집중하는 추세와 연결된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부대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개방적인 공간에서 활동하며 사회교류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주택난과 물가상승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 사회의 큰 이슈거리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주거 공간 마련에 대한 어려움과 경제적인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또한 정부차원에서 어떠한 방안이 마련될지 계속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1코노미뉴스 독일=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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