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우리나라의 1인 가구의 증가는 당연히 고령 1인 가구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고령 1인 가구의 증가는 청년세대인 2030세대의 1인가구 증가와 사회적으로 다른 요구와 필요를 동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각 지자체의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고령친화도시'에 관심 증대가 그것이다. 배경에는 고령 1인 가구의 증가이외에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가 고려됐기 때문이다. UN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특정 국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7%가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14%가 넘어서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그리고 20%가 넘어서면 '초고령사회(Super Aged Society)'로 명명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이미 14%를 넘어 18.4% 수준이다. 20%가 바로 코앞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일부 지자체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바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65세 이상 국민은 904만6천명 수준이다. 이 중 1인 가구는 197만3천명으로 21.8%를 차지한다. 노인 5명 중 약 1명은 독거노인으로 혼자 거주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노인 1인 가구 수와 비중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인구의 고령화 진전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도시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NAFCC) 프로젝트를 2007년부터 추진 중에 있다. WHO에서는 고령친화도시를 "나이가 드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 고령자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고령친화도시'는 교통·주거·사회참여 등 8개  영역과 84개의 세부항목에서 WHO가 정한 기준에 적합해야 개별적인 인증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5월 기준 전 세계 51개국, 1455개 도시가 가입돼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47개 지방자치단체가 가입된 상태다.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인증을 받은 지자체는 '모두가 행복을 누리는 100세 포용도시'이라는 비전을 공유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조금씩 다른 내용의 고령친화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에 가입한 서울시 성동구 사례를 살펴보면 2023년 3월에 '2023년 성동형 고령친화도시 조성'실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구 전체 예산의 16%를 차지하는 1,244억 4천만 원을 고령친화도시 조성사업에 이미 투입한 바 있다. 추진 내용으로는 어르신 복지 접근성 강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및 지원을 위해 고령친화도시 기반 조성사업, 노인복지 시설 확충 등 13개 사업 등이다. 

수원시의 경우는 2024년 'WHO(세계보건기구) 고령친화도시'재인증을 목표로 '2023년 고령친화도시 세부실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4대 목표를 설정하고, 8대 영역에서 49개의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4대 목표는 건강하고 유익한 생활환경 조성, 편하고 안전한 도시환경 조성, 참여와 존중하는 사회환경 조성, 활기차고 안정된 경제환경 조성 등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고령친화도시네크워크 재가입(2기) 인증을 받았다. 이번 인증은 고령화와 관련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서초구는 2020년 네트워크에 처음 가입한 이후 2022년까지 8대 영역 63개 세부사업으로 이뤄진 제1기 고령친화도시 실행계획을 마쳤다. 부산 수영구 역시 '나이 듦'이 불편하지 않고 고령자들이 존중받는 수영구를 만들기 위해 고령친화도시 모니터단 발대식을 최근 개최했다. 현재 수영구는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인증 받아 회원도시로 참여하고 있어 구체적인 조성 방안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고령친화도시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에 언급했듯 고령인구의 증가에 힘입은바 크다. 이번 배경에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88% 이상이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은퇴 후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고령자들이 여전히 도시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한다. 바로 익숙한 환경에 대한 애착과 오랫동안 생활해온 터전인 도시지역에서의 일상과 사회적 관계를 지속하면서 거주하고자 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것을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라고 이미 정의하고 있다. 도시형 고령자를 위한 '활동적인 노화(Active Aging)'를 위해서라도 '고령친화도시' 조성이 불가피한 측면이기도 하다. 고령자의 신체적 능력과 사회적 수요의 변화를 고려해 지역단위의 물리적 도시공간의 재편과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고령자의 신체 특성이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거주 주택 및 도시 공간 곳곳에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연령, 성별,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을 위한 환경 디자인)'이나 '베리어 프리(Barrier-Free: 고령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를 위한 디자인 반영과 공간 조성에 대한 배려가 불가피하다.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령친화도시' 조성 사업이 진행됨에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국가 차원에서 이들 고령친화도시 조성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법률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예산 등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위원이 국가가 고령친화도시를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발의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할 일이 많다. 할 일이 많다는 것은 소요되는 많은 예산을 수반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적인 지원 근거와 예산이 확보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두되고 있는 '세대 간'갈등이 함께 해소될 필요가 있다. 어느 특정 세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아닌 모든 세대를 위한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으로서의 혜안과 지혜가 요구되는 시대다. [1코노미뉴스=서정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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