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면허 반납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효과성이 미미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면허 반납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효과성이 미미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생계가 걸려있는데, 고작 10만원 받고 면허를 반납하라고요?"-택시기사 김모(71·남)씨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올해 950만명(18.4%)을 넘어섰다. 그 가운데, 고령 운전자도 늘면서 교통사고 건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자체별로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효성문제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13.3%에서 24.3%까지 11.0%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율 증가(2012년 11.7% → 2021년 17.1%)한 것과 맞물린다.

특히 최근 5년간 운전자 연령별 운전 미숙으로 인한' 차량단독사고 사망자' 수에서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수는 30%로 가장 높다. 반면, 20대부터 40대까지는 평균 12% 수준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및 인구 증가 비율./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및 인구 증가 비율./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고령 운전자는 노화로 인한 시력저하, 근력 등 신체 능력이 떨어지고 순간 판단력이 저하되면서 운전 능력이 점차 미숙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3월 8일 전북 순창군 구림면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70대 노인이 몰던 1톤 트럭 차량에 20명의 주민이 치여 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는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착각해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1일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한 사거리에서 70대 노인이 몰던 승용차에 B(14)양과 C(17)양이 잇달아 치이면서 결국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승용차는 시속 120km의 속력으로 돌진했다. 전신주를 들이받고 멈춘 차량 주인은 '사고가 기억이 안 난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매년 늘면서 정부는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면허 자진 반납은 지역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혜택 내용은 10~50만원 상당의 대중교통비, 지역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정도다. 그마저도 혜택이 지자체마다 달라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의 '고령운전자 자진반납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은 2015년 1415건에서 2021년 8만 3997건으로 늘었다. 다만, 전체 고령 운전자 등록면허 대수(401만 6538대)와 비교하면 2.09% 수준에 그친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을 두고,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하는 고령층의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20년 경력의 택시운전사 김모(71·남)씨는 "노인들한테 운전하지 말라고들 얘기하는데, 택시 일로 돈 버는 노인들은 어떻게 하느냐"라며 "10만원과 밥줄을 바꿀 수 있겠느냐"라고 토로했다.

용달업을 하는 권모(73·남)씨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권 씨는 "운전으로 생업을 유지하는 노인들이 많은데 체감이 되는 혜택은 없고, 운전만 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평생 이런 일을 해오던 노인들은 어떡하란 말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지방에서도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지방의 경우 대중교통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강원도 정선의 한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75·남)씨는 지난해 뇌졸중 초기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차로 동네에서 시내까지 40분거리다. 병원에 수시로 가야하는데, 마을버스는 하루 3번 밖에 다니질 않는다. 그마저도 병원 진료를 다 받고 나면 저녁시간에 탈 수가 없다. 시골에서는 운전 못 하면 발이 묶이는 것과 같아서 노인들도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면허 반납 유도 외에도 자동차 안전장치 보급, 이동권 확대 등 다방면 정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조용철 백석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연령을 가리지 않고 고령 운전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령 운전자 사고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려면 이들을 대상으로 자동차의 하드웨어 장치 보급,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중교통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75세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제동장치와 가속페달의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비상자동제동장치, 급발진 억제장치를 갖춘 '안전운전 서포트카'를 의무화하고 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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