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시작됐다. 이때만을 기다려 온 취업준비생의 발길이 바빠진 가운데,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나온다. /사진 = 미리캔버스, 디자인 = 1코노미뉴스
대기업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시작됐다. 이때만을 기다려 온 취업준비생의 발길이 바빠진 가운데,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나온다. /사진 = 미리캔버스, 디자인 = 1코노미뉴스

"대기업 가려고 서울에서 혼자 살면서 인턴 생활하고 학원 다니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교 졸업하면 바로 취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세상 쉽지 않더라. 취준지옥 탈출하고 싶다."

대기업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시작됐다. 이때만을 기다려 온 취업준비생의 발길이 바빠진 가운데,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나온다. 채용문이 예년보다 좁아지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탓이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64.6%가 올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이 예상하는 신입 공채 경쟁률은 평균 81대 1로 지난해 77대 1보다 높아졌다. 일부 기업은 15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예상하기도 했다. 

공기업·공공기관 채용문도 좁아졌다. 인크루트가 103개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7월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5%만 신입 채용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는 전년 대비 17%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신입 공채가 줄어든 이유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 및 불확실성 탓이 크다. 여기에 수시채용에 나서는 기업이 늘면서 이른바 '중고 신입'으로 인재를 채우는 등 검증된 인재를 원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인턴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채용 환경이 악화하면서 청년 1인 가구의 한숨 역시 깊어졌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 모(31) 씨는 "대학 졸업 후 몇개 기업에서 인턴도 하고, 자격증 추가하며 스펙을 쌓았다. 한 달에 학원비 포함해서 생활비로 150만원은 쓴다. 주변에서 눈을 낮춰보라고 하는데, 중소기업은 상상도 못하겠다"고 한숨지었다. 

또 다른 1인 가구 진 모(29) 씨는 "나름 서울에서 대학교 졸업하고 스펙도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류는 거의 통과하는데, 면접만 가면 떨어진다"며 "올해는 면접학원도 다녔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 하반기 공채에는 꼭 붙어서 지긋지긋한 '취준지옥' 탈출하겠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최근의 경영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채용에 보수적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채용시즌을 놓치면 자칫 반년 이상 취준생의 삶을 살아야 하는 청년 1인 가구에는 암울한 소식이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기업에서 대졸 신입보다는 즉각 전력이 되는 중고 신입을 찾는 경향이 있다.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 스펙 쌓기에 몰두하기보다는 수시로 채용공고를 보면서, 인턴 등 경력을 쌓아서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취준지옥에 빠진 청년들이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취업활동 등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현재 쉬고 있는 청년수가 다시 40만명을 돌파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4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쉬었음' 인구 증가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맞춤형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등이 거론되지만, 수년째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을 노리는 취준생에게 중소기업을 권하는 정책 방향성 자체가 문제라며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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