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을 앞두고 서울의 주요 대학 인근을 중심으로 월세난이 심화됐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원룸촌 일대./ 사진 = 조가영 기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서울의 주요 대학 인근을 중심으로 월세난이 심화됐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원룸촌 일대./ 사진 = 조가영 기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 원룸촌에 월세전쟁이 벌어졌다. 재학생, 취준생에 직장인 수요까지 몰리면서 매물이 부족해진 탓이다. 

[1코노미뉴스]는 11일 오전 월세가 가장 크게 오른 연세대학교 인근 원룸촌으로 찾아갔다. 신촌역에서 도보로 15분여 거리에 언덕길을 사이에 두고 대학가 원룸촌이 펼쳐져 있다.

원룸촌에서 마주친 직장인 조성준(25, 가명)씨는 "매물이 없어서 부동산 10군데를 둘러보고 나서야 방을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1000에 60은 이제 옛말이다. 그나마 이 방은 주방 리모델링을 안 해서 저렴하게 들어간 편이다. 집에서 직장까지 넉넉잡아 1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이곳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갈수록 매물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비교적 저렴하게 들어온 세입자들이 졸업 후에도 1~2년간 학교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대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계약 때문에 공급 물량이 없어서 그렇다. 작년 말부터 세입자들이 이사를 안 가고 재계약을 하면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집을 못 구하게 됐다. 원래는 로테이션이 돼야 하는데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으니까 월세가 오르는 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집주인들이 코로나 기간 동안 못 받은 월세를 지금 올려서 충당하려고 하니까 그런 거다. 1년 전이랑 비교해서 10만원 정도씩 다 올랐다. 연희동쪽으로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인근의 창천동 원룸촌 일대./ 사진 = 조가영 기자 
연세대학교 인근의 창천동 원룸촌 일대./ 사진 = 조가영 기자 

실제로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 8월 다방에 등록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매물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월 59만9000원으로 1년 전인 2022년 8월(57만9000원) 대비 3.53% 상승했다.

연세대학교 인근 지역의 경우 1년 사이 월 52만6000원→79만원으로 50.16% 치솟았다.

반면 1년 새 평균 월세가 떨어진 대학가도 있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지역의 경우 1년 사이 월세가 97만원→77만원으로 20.66% 하락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일시적으로 월세가 하락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이라 하더라도 오피스텔·다가구주택 등 매물의 유형과 위치에 따라 추이가 달랐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의 한 부동산 창문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대부분의 매물이 아파트·오피스텔이고 몇 개 있는 원룸은 1000/70~80만원 정도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의 한 부동산 창문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대부분의 매물이 아파트·오피스텔이고 몇 개 있는 원룸은 1000/70~80만원 정도다./ 사진 = 조가영 기자

대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개발 이후 신축 빌라들이 들어서면서 공급이 많아져서 일시적으로 원룸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조금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예전에는 빌라라고 하면 오피스텔 크기가 많았는데 요즘엔 빌라가 원룸이 돼 버렸다. 큰 방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 가격의 큰 차이가 없다는 곳도 있었다. 

또 다른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원룸 가격은 그렇게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오피스텔은 조금 떨어졌다. 원래 100~110만원이었다면 지금은 90만원 정도다. 2학기 돼서 학생들이 이사를 가서 그런 것 같다. 재개발을 하기는 해도 공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는 곳도 있다. 

염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근방은 다가구 주택이 대부분이고 여전히 500에 50만원 선에서 해결된다. 1년 전이랑 비교해도 월세에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대로변쪽 오피스텔 가격은 기존에 70만원 대에서 80~90만원대로 올랐다. 재개발이 들어가면서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빌라를 지었는데 그걸 전세로 내놔서 공급이 없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없기 때문에 월세 가격이 올라가는 거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대현동 원룸촌 일대./ 사진 = 조가영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대현동 원룸촌 일대./ 사진 = 조가영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에서 마주친 대학생 김인혜(가명, 21)씨는 "오피스텔에 사는데 원룸 크기다. 4.8평 정도 된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방이 작아도 그냥 들어가게 됐다. 이대 근처는 사건사고가 없고 술집도 없어서 비교적 안전하다. 서강대 다니는 친구도 이대 근처에 산다. 세브란스 다니는 직장인들도 이곳으로 온다. 학생이 반, 2호선 라인 직장인이 반인 것 같다"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