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시대가 됐다. 2022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6.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인 가구는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24개 1인가구지원센터에서 교육, 여가, 상담, 사회적 관계망 개선 등 다양한 1인 가구 지원 사업을 펼쳤다. 총 3만2825명의 시민이 1인 가구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640건의 1인 가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인 가구는 만족감을 느꼈을까. [1코노미뉴스]는 서울시와 함께 '1인 가구 지원사업 우수 수기 공모전'에 참가한 1인 가구의 체험담을 <1인 가구 스토리> 코너를 통해 장기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강동구 1인 가구 A씨= 2021년 12월  어머니께서 소천 하셨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이라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를 몇 달 동안 뵙지도 못하고, 간호사를 통해 안부만 간간이 듣던 어느 날,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이미 임종하신 후 였다.

어린나이에 이혼을 하고 홀로 지낸 막내딸을 항상 안쓰러워하시며 곁에 두고, 물심양면 도와주시던 어머니, 그를 잃고 나서 나는 몹시 아팠다.

한없이 무겁기만 한 마음과 맥이 다 풀린 몸뚱이로는 무엇도 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다니던 직장에서도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실직을 하고, 오랫동안 계속되는 통증들은 내게 삶에 대한 의욕마저 앗아 가버리는 듯 암담한 시간을 남겨주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강동구 1인 가구 지원센터 다목적실에서 영화 상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떼었던 그날이 내게는 새로운 기회의 날이 되었던 것 같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새로운 센터가 있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6개월여 동안 두문불출 집 밖을 나오지 않는 동안, 난 마음의 병을 키워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센터를 알게 되고 1인 가구 회원 등록을 하고나니, 정리수납 강좌에도 불러주고, 공동 텃밭 활동에도 참가하여 쪽파를 심고 갓을 심고, 파전을 만드는 실습을 하고, 때때로 1인 부스를 차지하고 종일 좋아하는 독서에 몰입하여, 시름과 통증을 잊어가며 내 마음도 조금씩 회복해 가는 것 같았다.

홀로 센터 내 개인 부스에서 온종일 책만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스스로를 회복해 가려고 노력하던 중, 조용히 그 모습을 보았던 것인지, 어느 날은 상담사가 다가와 이미 시작하여 진행 중이던 '상담 멘토링'에 자리가 하나 남았으니 지원해 보겠냐는 제안을 해 줬다.

그 때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도 막연하게 내 우울한 마음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하겠다고 선뜻 대답을 하고, 간단한 설문과 지원서를 제출하고 기다렸다.

운 좋게 그 기회가 주워졌고, 그렇게 해서 상담 멘토링그룹에 일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미 두어 차례 진행된 뒤에 합류하게 된 것이라서 왠지 약간 소외받는 기분도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멘토님의 정성과 친절이 내 굳은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하시는게 차츰 차츰 느껴지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나 역시 적극적으로 이 그룹의 일원이 되기로 마음먹게 됐다.

7월 16일 멘토와 처음으로 만났고, 중간 합류의 관계로 바로 다음 주에 그룹모임에 참석했다. 

어리둥절하고 서먹한 가운데, 요리 하기를 하면서 쉽게 관계형성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돌아가신 엄마를 추억하며 다른 사람과 나누어 공유할 수 있는 너무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후에는 멘토 선생님과 좀 더 심도 있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깊은 이해를 받는다는 위로를 받았다.

꽃 시장에 가보고 싶다는 나를 위해 이른 새벽에 만나 양재동 꽃 시장에 함께 가주고,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각종 꽃에 담겨있는 추억들을 들어주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신 덕분에 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나 자신 스스로를 위로 하고 점점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 년이 넘도록 집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람들과도 거리를 두고 마음의 병을 키워나가고 있던 내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며 슬픔을 바라볼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게 됐다.

그룹 멘토링을 통해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 아픔을 갖고도 나름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힘을 얻기도 했다.

나도 용기를 내어 정신과 상담을 받기로 하고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약물 도움과 상담을 통해 점차 나아지는 나 자신을 보며 또다시 힘을 얻게 된다.

그룹 활동을 통해 각자 각자가 삶을 위해 열심히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모습들, 자신이 갖은 재능이나 기쁨을 함께 나누려는 모습을 통해 나 역시 무엇이라도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키워볼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매듭 팔찌 만들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면서 더불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도 새삼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고, 하루에 두 시간씩 일도 하기 시작했고, 모임에 나가 걷기 행사에도 참여하기도 하며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 중이다.

어느덧 서로에게 정이 생기고 친밀감을 느낄 즈음이 되니 벌써 수료식을 한다고 하니, 그 아쉬움과 서글픔이 한이 없다.

이제 겨우 마음 문을 열고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 시간이 되었는데, 헤어지게 됐다.

지난주에 수료식을 마치고, 모두와 이별을 하고 보니 다시 혼자가 된 듯 외롭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도 열심히 힘이 되어주고자 바리바리 준비물을 싸오시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해 주시고, 여러 가지로 내 마음을 열어주려고 애써주신 멘토님과 1인 가구 지원센터의 상담사 선생님의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날마다 새 힘을 스스로 불어넣어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1인 가구 센터의 프로그램들에 참가하면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나아가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남아야겠다고 다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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