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의 한 불법 개도살장에서 구조된 어미견에게 태어난 '나리'. 파보 바이러스의 위험 속에서도 무사히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났다./사진=동물권행동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경기도 시흥의 한 불법 개도살장에서 구조된 어미견에게 태어난 '나리'. 파보 바이러스의 위험 속에서도 무사히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났다./사진=동물권행동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식용견은 없다. 불법과 위법은 단속되어야 한다. 이제는 개 식용을 종식 시킬 때가 됐다."-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개식용 업계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A씨. 그는 전북, 전남, 충북 일대를 돌며 개들을 불법 개도살장에 넘기고 있었다. 좁디좁은 철창 안에는 30~50여 마리의 개들이 우겨져 트럭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이 같은 소식에 동물권행동카라는 지난 6월 경기도 시흥의 한 불법개도살장을 포착했다.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개도살이었지만, 현행법상 도살행위를 직접 적발하지 않는 이상 개들을 구조할 명분이 없었다. 이에 카라활동가들은 개들의 도살현상을 잡기 위해 새벽녘 잠복에 돌입했다.

경기도 시흥의 한 불법개도살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 차에서 밤을 새우며 잠복한 결과 개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경기도 시흥의 한 불법개도살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 차에서 밤을 새우며 잠복한 결과 개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카라와 동료단체 KK9은 A씨와 도살자의 움직임이 파악된 지난 6월 12일 밤 도살장을 급습했다. 강제 진입한 현장에는 간발의 차로 이미 3마리의 개가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피비린내와 온갖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도살장 바닥에는 다음 도살 순서를 기다리는 개들이 공포에 질린 채 떨고 있었다.

카라 활동가들은 도살자와의 대치 끝에 소유권 포기를 받아내고 살아남은 개들의 상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 구조된 개들은 모두 24마리. 구조견 대다수는 이제 겨우 한두 살에 불과한 어린 개들이었다.

도살 될 위기에서 구조된 개들의 모습. 겁에 질린 채 웅크리고 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도살 될 위기에서 구조된 개들의 모습. 겁에 질린 채 웅크리고 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동시에 현장 검진에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으로 긴급 이송한 2마리의 개는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채 새끼를 품고 있던 어미견들이었다.

설상가상 구조견들에게 치명적인 파보 바이러스 감염도 확인됐다. 개 파보 바이러스는 외부 환경에서 생존하다가 개의 입을 통해 감염된다. 감염된 개는 설사와 구토, 탈수, 백혈구감소증, 패혈증 등을 동반한 다양한 합병증으로 수일안에 급사하게되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전염 역시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 첫날 3마리가 감염 양성이 확인됐지만, 이후 추가로 감염 개체가 늘어 총 11마리에게 감염 확진 판정이 나왔다. 활동가들은 좁은 철창안에서 개들이 서로에게 병을 옮겨준 것으로 파악했다. 이 밖에도 심장사상충 양성 개체만 총 8마리에 달했다.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돼 혈변을 쏟아내던 구조견 '썬더'의 슬픈 표정./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돼 혈변을 쏟아내던 구조견 '썬더'의 슬픈 표정./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활동가들은 더이상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긴급히 구조견들을 동물 병원에 입원조치했다. 그럼에도 결국 구조견 '실바'는 경련을 일으키며 생을 마감했다.

카라 측은 카라병원을 포함하여 협력병원을 총동원해 구조견들의 집중 치료에 돌입했다. 파보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된 개들은 혈변을 쏟아내며 건강이 위험한 상태였다.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생사를 오가던 어미견 '베네'와 '치아'는 바이러스로 목숨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태에서 베네는 4마리, 치아는 7마리의 새끼를 무사히 출산했다.

파보 바이러스 감염 속에서도 7마리의 새끼를 무사히 출산한 '치아'./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파보 바이러스 감염 속에서도 7마리의 새끼를 무사히 출산한 '치아'./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구조로부터 한 달 후 구조견들에게도 변화가 시작됐다. 기가 죽어 꼬리가 말려 있던 구조견들은 이제 꼬리를 흔들며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사이 태어난 강아지들도 점차 눈을 뜨기 시작하고 사료를 먹을 정도로 성장했다.

카라 관계자는 "죽음의 도살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개들이 다시 죽음을 맞닥뜨리게 할 수는 없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도살장에서 구조되어 살아남은 23마리의 개들과 갓 태어난 11마리의 강아지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하고 돌보고 있다"면서 "이 개들이 치료를 받고 반려생활에 익숙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11마리의 강아지 중 한 마리인 '나리'가 이제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추정 나이 3개월가량의 나리는 수컷 진도믹스견이다. 친화도가 높고 활발한 성격이다. 다만, 중성화 수술을 되어있지 않다.

나리의 입양을 원한다면 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에서 입양하기 카테고리를 참고하면 된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3개월 가량의 수컷 강아지 나리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3개월 가량의 수컷 강아지 나리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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