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노후 자금을 노린 투자 사기가 기승이다.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베이비부머의 노후 자금을 노린 투자 사기가 기승이다.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 충북 옥천에 홀로 거주하는 정 모(64) 씨는 지인으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았다. 추천제로만 운영되는 투자사인데 출자금을 내면 규모에 따라 수익을 분배받는 회사였다. 지인은 절대 불법 피라미드 다단계가 아닌 지자체에 신고된 조합으로 합법적으로 투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운용된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 수익금이 찍힌 통장을 보여주기까지 하면서 이제 일하기도 힘든데 연금처럼 평생 배당금을 받으며 살면 얼마나 좋냐며 가입을 유도했다. 그러나 해당 투자사는 은퇴자금을 노린 사기였다. 다행히 정 씨는 자식들의 만류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지인은 노후자금 수천만원을 사기당했다. 

최근 유사수신 등 불법 사금융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접어들면서 노후자금을 노린 투자 사기가 기승을 부려서다. 이에 금융사기 취약계층인 고령 1인 가구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사수신 민원 중 36.5%가 60세 이상에서 발생했다. 

불법 업체가 은퇴 후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 불안감이 큰 고령층을 타깃으로 전국 각지에서 '은퇴 박람회'(현장 투자설명회) 등을 가장한 투자사기에 나서서다. 

실제로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고령층 대상 오프라인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다소 생소하고 검증하기 어렵지만 전도유망한 사업을 내세운 투자 권유가 많다. 

'귀농 박람회'에 참석했다가 피해를 본 A씨가 대표 사례다. A씨는 박람회에 홍보부스를 운영하던 B영농조합에 가입했다. 1구좌를 투자하면 인삼 재배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 월 100만원, 연간 1200만원의 확정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말을 듣은 것. 그러나 이후 수익금은 지급되지 않았고 연락이 두절됐다. 

또 투자설명회 참석자, 기존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고액의 모집수당을 주면서 주변 지인, 가족 등에게 투자를 권유하도록 하는 불법 피라미드 방식의 운영도 눈에 띈다. 

피해자 C씨의 사례를 보면 그는 D업체의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다. 친환경 종이 판매 및 해외 선물 거래 등으로 확정수익을 낼 수 있고, 원금을 보장하기 위해 모 투자금융회사의 지급보증서를 발급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C씨는 결국 가짜 홈페이지, 가짜 지급보증서를 믿고 은퇴자금 일부를 투자했다. 심지어 가족 포함 총 7명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D업체 및 투자금융사는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여기에 고령층이 가상화폐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가짜 전자지급거래 플랫폼 등을 이용, 코인·캐시·포인트 등으로 수익금이 지급된 것처럼 현혹하는 사례도 많다. 대체로 이런 경우는 현금화 요구 시 시스템 오류, 전산 장애 등을 핑계로 출금을 미루다가 투자금을 편취하고 잠적한다. 

피해자 E씨의 사례를 보면 그는 지인의 소개로 쇼핑몰 플랫폼 등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F사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다. F사는 E씨에게 가짜 월렛 플랫폼 설치를 안내했고, 그는 이를 통해 수개월간 확정 수익금이 지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현금화를 시도하자 전산장애 등을 이유로 지급을 미루다가 연락이 두절됐다. 

이 밖에도 지자체에 신고된 합법적인 조합이라며 출자금을 내면 수익을 공평하게 분배받을 수 있다고 속이는 경우도 있다. 평생 연금처럼 확정 수익을 지급한다고 현혹하거나, 금융회사를 사칭하며 가짜 지급보증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문제는 베이비부머세대 1인 가구가 불법사금융 투자 사기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기준, 은퇴 후 월평균 생활비로 약 175~200만원 정도를 예상한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도 50대 이상 중고령층이 혼자 살 때 필요한 적정 노후생활비로 월 177만원을 꼽았다. 

그러나 퇴직을 앞둔 중고령층의 노후 대비는 부족하기만 하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의 '노후 생활 및 보험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대비를 위해 현재 지출하는 돈은 월평균 80만1000원이다. 그나마 50대가 가장 많은 평균 93만2000원을 지출하고 있다. 60대는 고정 지출이 없어 평균 78만3000원을 지출한다. 

또 응답자의 62.2%는 앞으로의 삶에 대해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 요소 1위는 노후 자금이다. 

노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은퇴하다 보니, 베이비부머세대 1인 가구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은 일반인보다 크다. 불법사금융 업체는 이러한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50대 이상 중고령자 중 독립적 경제력을 가졌다고 인식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에 그친다. 이는 중고령자 2명 중 1명은 노후준비가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 평생 연금 등을 제시하는 투자 사기에 중고령자가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노후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재무상태를 파악하고 생애 말까지 자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투자 권유를 받았다면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등을 통해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대 1인 가구는 125만3000가구로 전체 1인 가구의 16.7%를 차지했다. 50대는 113만8000가구로 15.2%다. 50·60세대 1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32%에 달한다.

권역별 1인 가구 비율도 중부권이 37.0%로 가장 높다. 이어 호남권(35.8%), 영남권(34.5%), 수도권(33.4%)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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