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의 한 노인이 폐박스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안지호 기자
노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의 한 노인이 폐박스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안지호 기자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노인 1인 가구 빈곤이 여전히 심각하다. 여기에 노인복지시설조차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의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1인 가구 수는 2021년 대비 15만명(8.2%) 증가한 197만4000가구로 집계됐다. 이혼, 사별, 핵가족화 등이 노인 1인 가구의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전체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면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 인구)에 진입하고, 2050년에는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 인구의 빈곤율의 심각성이다. 가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해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은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로부터 고립과 단절로 이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빈곤통계연보'를 보면 노인 1인 가구 빈곤율은 가처분소득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비율) 72.1%로 집계됐다. 이는 1인 가구 평균 47.2%보다 무려 24.9%포인트 높다. 이처럼 연령대가 높은 1인 가구일수록 빈곤율이 높았다.

아울러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기준 국내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3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자살률 역시 1위다.

전문가들은 노인 인구 증가, 노인 빈곤율에 따른 도시자체의 기능 상실과 활력의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2023년 한국복지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노인 다차원적 빈곤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전소득의 조절적 역할에 관한 탐색적 연구' 논문을 보면 노인의 경제적 안정 보장 없이 노인의 우울은 감소될 수 없다고 봤다. 또 노인의 우울감이 지속되면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노인자살률이 2019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46.6명으로 한국 OECD 중 1위라는 점은 한국 노인의 심각한 경제적 곤궁함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논문을 발표한 송치호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사회정책적인 관점에서 노인의 다차원적 빈곤을 감소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인빈곤감소 또는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은 노인의 경제적 안정뿐 아니라 경제적 스트레스 감소로 정신건강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공적이전의 대표적 3가지로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가 있지만, 국내 노후소득보장과 노인빈곤감소를 위한 사회정책은 개선의 여지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시설보다 이곳이 편하다고 설명한다./사진=안지호 기자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시설보다 이곳이 편하다고 설명한다./사진=안지호 기자

◇노인여가복지시설 이용률마저 감소

노인층의 복지 증진을 위한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이용률도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여가복지시설로는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 등이 있다. 주로 노인 쉼터로 불리며 교양, 취미생활, 사회참여활동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정작 노인들은 복지시설이용보다 야외로 향했다. 대표적으로 서울 종로2가에 위치한 탑골공원이 있다.

탑골공원 의자에 앉아있던 권춘석(76·가명)씨는 노인복지시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 씨는 "그런 곳 혼자 가봤자 이미 시설을 다니던 사람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어서 불편하기만 하다. 차라리 이곳(탑골공원)에 나와 무료급식도 먹고, 비슷한 처지에 노인들과 얘기하는 것이 훨씬 낫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인 김상도(72·가명)씨는 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낯설고, 흥미를 잘 못 느끼겠다. 차라리 무료인 지하철을 타고 이곳저곳 다니는게 여행가는 기분도 나고 훨씬 낫다"라고 설명했다.

김문동(68·가명)씨는 올해 여름을 공항에서 보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번 여름은 또래 노인들이랑 인천공항에서 보냈다. 노인들이 많이 간다길래 따라가 봤더니, 정말로 많더라"면서 "시설보다 이런 게 낫다"라고 말했다.

문 닫힌 서울의 한 경로당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안지호 기자
문 닫힌 서울의 한 경로당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안지호 기자

노인여가복지시설은 고령화에 따라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3 고령자 통계를 보면 노인복지관은 2021년 357곳에서 2022년 366곳, 경로당은 같은 기간 6만7211곳에서 6만8180곳으로 늘었다.

반면, 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 기준 전체 노인의 노인복지관 이용률은 9.5%에 그쳤다. 지방의 경우에는 6.8%로 더 낮았다.

전문가들은 노인여가문화시설의 인프라 조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노인여가문화시설의 노인들의 여가활동을 위한 거점기관이다. 여가문화시설 다양화 및 기존 여가문화시설의 인프라 조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욕구에 따른 노인여가문화시설 이용이 가능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구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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