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혼삶', '나혼산'으로서의 '1인 가구'에서 가구(家口)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으로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의 집단'을 말한다. '가구'를 일컫는 다른 말로 '세대(household)'나 '식구(family)'가 있다. 따라서 '1인 가구'는 말 그대로 '혼자로서의 세대', 식구가 '혼자'인 가구를 의미한다. 그러나 1인 가구의 구성 자체는 다양하다. 청년 1인 가구도 있고 고령 1인 가구도 있다. 중장년 남자 1인 가구, 중장년 여성 1인 가구 등 가구 구성의 연령과 성별 그리고 혼인상태 등에 따라 7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국회미래연구원(2023.8), 1인 가구 유형 분석과 행복제고를 위한 시사점)

다양한 유형의 1인 가구가 존재하듯, 1인 가구를 달리 부를 단어를 고민해왔다. 왜냐하면 '1인 가구(세대)주'로서의 '1인 가구'는 통계청 등에서 통계로 구분 짓는 총량적인 숫자로서의 1인 가구 말고 개별 특성을 갖는 1인 가구를 설명하기에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는 단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왠지 설명이 누락됐거나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결핍으로서의 부족함을 느껴왔다. 그러다 최근 접한 단어가 '핵개인'이다. 빅데이터 전문가 이면서 빅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시대(마음)를 읽어낸다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로 알려진 트렌드 분석가인 송길영박사가 새롭게 지칭한 '1인'으로서의 '개인'을 의미한다.

핵개인 이라는 단어 자체로 느껴지는 어감처럼 1인 가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냥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핵', '개인'이다. 1인 가구가 독립적인 주거와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여타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지만 저자가 규정하고 있는 '개인이 상호 네트워크의 힘으로 자립하는 새로운 개인의 시대가 도래 했는데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특성에 '자신'이 부합한다면 바로 '핵개인'인 셈이다. 이를 규정한 책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교보문고)'을 최근 출간한 바 있다. 그러니까 '핵개인'은 원래부터 있었던 단어가 아니라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해 저자가 창의적으로 정의한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핵가족 역시 원래부터 있던 단어가 아니다. 핵가족은 '결혼하지 않은 자녀와 함께 사는 (부부)가족'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3세대 이상의 대가족 형태가 아닌 것이다. 핵분열하듯 기존의 가족단위보다 더 분화된 형태의 가족을 일컫는다고 해서 '핵(Nuclear)', '가족(Family)' 즉 '핵가족(nuclear family)'이다. 미국 문화인류학자인 조지 피터 머독(George Peter Murdock)이 처음 주창했고 이후 널리 사용하다보니 일반화된 익숙해진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단어였지만 변화되는 시대상을 반영한 산물인 셈이다.

1인 가구의 또 다른 명칭으로 '핵가구'도 있다. '핵가구' 역시 '핵가족'처럼 만들어진 단어다.  1인 가구처럼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가족 단위라는 점에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 단위 의미로서 '핵가구(nuclear houshold)'다. 국내에서 '핵가구'가 언급된 시점은 분명하지 않지만 대략 1993년으로 확인된다. 의미상 기존 '1인 가구'와 맥을 같이 한다. 그야말로 핵가족보다 작은 의미의 '독립된 가구'를 일컫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 된다. 1993년 5월 21일 통계청이 전국 3만2천가구 대상으로 1991년 10월부터 11월 두 달 동안 조사한 '가구소비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한 신문기사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가구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주방용 기구의 보유율을 보면 냉장고 (99.9%), 가스레인지 (98.5%)는 거의 전가구에 보급됐고 전기보온밥솥(79.1%)에 이어 쥬서믹서기 (46.0%), 전자레인지 (23.8%), 정수기 (8.4%) 등의 순서를 나타났다고 나왔다. 아울러 91년 10-11월중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백10만3천원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맞벌이 가구는 1백30만4천원이었고 일반가구는 1백16만7천원, 가구주만 취업하는 핵가구는 1백만2천원, 60세이상의 노인이 가구주인 노인가구는 85만3천원, 母子가구는 63만8천원으로 나타났다.또한 조사대상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적시하면서 근로자가구 중 맞벌이가구와 노인 가구, 모자 가구와 '가구주만 취업하는 핵가구'를 비교 대상 가구로 언급하고 있다.의미의 차이 또는 트렌드의 차이에서 핵개인과 핵가구는 1인 가구의 특성을 설명하는 또 다른 별칭이라고 할 수 있고 두 단어 사이에도 일정한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핵개인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만든 개념적 단어라면 핵가구는 핵가족 의미의 1인 가구가 갖는 세대적 특징을 반영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또 다른 이름들이 최근 만들어지고 다양하게 불린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제한된 의미로서의 1인 가구가 아닌 1인 가구 구성의 특성에 따라 보다 다양한 유형으로 구별되거나 구분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고 다양해야 지자체나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수반된다.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과 관련해 서울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1인 가구의 증가 추세를 반영해 '씽글벙글서울'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1인 가구 안심특별시 서울'이라는 비전을 통해 1인 가구 분야별 불안 해소를 통한 삶의질 향상을 위한 '1인 가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공존하며 살아가는 정책기반 마련'을 목표로 건강안심, 고립안심, 범죄안심, 주거안심 등 4대 안심과제에 부합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세대가 아니라 시대가 오고 있음이 직감된다. '세대(generation)'는 가고 '시대(era)'가 열리고 있다. 베이비붐세대, 2030세대, MZ세대, Z세대 등은 가고 핵개인, 핵가구, 1인 가구의 시대가 머지않았다. 최근 변화되고 있는 트렌드(trends)에 관심 가는 이유가 바로 '세대'가 아닌 '시대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읽을 수 있어야 자신이 나아갈 바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방향을 정할 수 있어야 자신이 하고 싶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기도 하고 할 수 있기도 하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대의 추세와 방향을 읽고 준비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몫'이다. [1코노미뉴스= 서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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