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여성 노인 1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어 범죄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노인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여성 노인 1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어 범죄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 지난 5월 제주에서 생활하던 60대 남성은 술을 마신 뒤 친분이 있던 독거노인 A(80)씨를 성폭행했다. 남성은 과거 살인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최근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범죄 혐의로 남성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 지난 8월 8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60대 남성 B씨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의 한 식당에서 80대 식당 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B씨는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했다. 이 남성은 당시 특수폭행죄로 신고된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4월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90대 노인 C씨를 성폭행했다. 남성은 평소 친분을 쌓아왔던점을 악용해 자신의 집으로 C씨를 유인해 범죄를 저질렀다. C씨는 피해 후 극심한 두려움에 떨었고, 항우울제 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가해 남성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인구 고령화 속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노인 1인 가구가 매년 늘면서 성범죄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소병철 의원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0세 초과 노인 대상 범죄가 15만7314건에서 17만2053건으로 9.5% 증가했다. 그중 성범죄의 경우 같은 기간 765건에서 948건으로 무려 23.9% 늘었다.

현재 검찰에 발달장애인, 성폭력·아동학대·가정폭력과 관련해서는 사건 관련 지침(수사 절차 및 수사시 유의사항 등을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만, 노인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침이 없는 상황이다.

노인의 경우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인지력·의사소통능력까지 낮아지는 경우가 있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스스로 보호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노인 대상 성범죄는 다른 성범죄에 비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렵다. 노인층 사이에서 성범죄 피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실태파악조차 어려워서다.

노인 특성상 성범죄를 당하더라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거나, 주변 시선을 우려해 상담조차 받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집계된 통계 수치보다 범죄율은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인식이 낮은 점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누가 노인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겠느냐'라는 시선이 팽배해서다. 이를 악용한 범죄가 늘어나는 점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노인 대상 성범죄는 장소를 불문하고 발생했다. 2021년 경찰의 노인대상 성범죄 기소송치 사건 사례를 보면 최근 3년간 노인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장소는 ▲주거지 ▲대중교통 ▲길거리 등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의 '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2021년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9391건으로 2020년 대비 약 14.2% 증가했다. 이중 성적학대는 2.4%를 차지했다. 학대 피해 가구형태는 ▲노인부부(34.4%) ▲자녀동거(31.2%) ▲독거노인(17.6%)순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지난해 통계를 보면 여성 노인 1인 가구 수는 138만5000가구로 남성 노인 1인 가구(58만9000가구)대비 두 배 이상 많았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인식 교육, 수사기관의 적극성,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인의 성범죄 인식 교육, 성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 확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노인의 경우 성범죄가 일어나더라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인식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범죄율은 더 높을 것이다. 또  '누가 노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겠어'하는 사회적 인식도 문제"라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해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알려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고령 1인 가구가 밀집 되어 있는 농어촌의 경우 CCTV부재 등으로 각종 범죄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해 보이며,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의료돌봄에서 범죄 예방까지 확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성기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고령의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위한 형사 정책' 논문을 통해 수사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고령 여성 대상 성범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나 성적학대에 관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고령자 대상 성폭력 범죄의 예방 및 근절대책이 정부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고령자 대상 성범죄는 신고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위해 수사기관 중심의 형사정책에서 수사기관, 노인학대 전담기관, 노인복지 담당 행정기관, 의료기관의 통합적 협력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 담 소장은 "노인들은 신체기능의 저하 때문에 자기방어가 어려워 성폭력 범죄대상으로 쉽게 지목된다"면서 "아동 성폭행 이상으로 노인 피해자들에게도 특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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