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방치된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현장./사진=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사진 캡쳐
좁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방치된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현장./사진=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사진 캡쳐

#. 충남 천안시의 한 가정집에서 새끼 고양이 등 사체 500여구가 발견됐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집안 내부에는 고양이의 분변과 동물 사체 등으로 악취를 풍겼다. 동물 사체는 신문지에 싸여진 채 냉장고, 가방 할 것 없이 보관되어 있어 충격을 더했다. 가해자는 60대 여성 독거노인으로 현재는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경기도 파주시의 한 가정집에서는 50여마리의 개들이 집단 피부병에 감염된 채 발견됐다. 자체 번식으로 늘어난 개체는 쓰레기 더미와 폐기물이 쌓여 있는 이곳에서 중증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이에 시와 동물단체는 견주와 협의하여 긴급 구호 활동에 나섰고, 협의를 통해 방문치료 또는 격리치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특수청소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애니멀호더 가정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집 입구부터 고양이 사체가 놓여있었고, 집안 곳곳은 관리되지 않은 채 엉망인 상태다. 또한 3마리 이상으로 보이는 고양이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A씨는 영상 공개 후 고양이들을 모두 구조했다고 알렸다.

최근 '애니멀호딩(Animal Hoarding)'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애니멀호딩'은 자신의 동물 사육능력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우는 행위를 뜻한다. 아울러 이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라고 부른다. 이들의 문제점은 동물을 키우면서 영양 공급을 제때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료제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애니멀호더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최소한의 위생 공간과 환경, 영양, 동물 의료와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관리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의 영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동물의 수를 늘리는 것에 집착하는 경우 ▲인간과 동물의 생활 환경에 문제가 되는 상황을 부정하는 경우 등으로 구분했다.

애니멀 호더의 문제점은 동물로 인한 소음이나 청결을 신경 쓰지 않고 방치한다는 점도 꼽힌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먹이나 위생에 관리받지 못한 동물들은 영양실조, 피부병, 전염병 등에 노출되어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한 주변에 쌓인 쓰레기 등으로 인한 악취로 이웃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정작 애니멀 호더는 '자칭' 동물 애호가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로 수입이 없거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기동물이 가엾다는 이유로 개체수를 늘린다. 이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유기동물들이 자체 번식을 이어가는 등 이차적인 심각성을 더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애니멀 호더를 동물학대로 보고 있다. 미국의 동물학대법을 보면 ▲각 동물의 건강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음식과 물,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유지하기에 적합한 환경 제공 ▲동물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능한 범위 내 의료 서비스 제공 등을 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동물방치, 음식 제공을 하지 않는 경우,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 등을 동물학대로 간주한다.

국내 역시 현행법상 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을 마련하지 않거나 병들게 하면 동물학대로 간주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애니멀 호더에 대한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애니멀 호딩은 중성화가 안된 개체들의 자체 번식, 반복되는 동물 유기, 미흡한 유기동물 정책 등 여러 사회적 문제와도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살펴보며 근본적인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애니멀 호딩은 동물복지를 훼손하고 있다. 애니멀 호딩 사후 대처를 위해서는 여러 기관의 개입과 막대한 자원이 요구되기 때문에 예방활동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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