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건강을 파는 곳이 있다면 사겠습니까? 건강은 성별, 나이불문 모두의 바람이자 염원이며 소원일 것이다. 건강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는 것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마음의 병으로 인해 신체적인 건강 또한 급격히 나빠지는 경험을 했다. 건강을 위해 적절한 식습관과 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돌보고 선행되어야 할 것이 마음의 안녕이다. 전국 곳곳, 우리 마을에 이러한 심신의 건강을 공짜로 파는 곳이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30여년 평생을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다. 본래 긍정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꾸준한 대외활동을 통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작년 말쯤 가정의 큰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오점이 생겼고 이 모든 일들을 나의 탓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낯을 심하게 가리게 되었으며 피해의식과 자기방어에 쌓여 세상과 벽을 쌓듯 살았다. 그리고 이런 악재는 설상가상으로 겹쳤다. 8년여 간을 다니던 직장을 퇴사했고, 2022년 6월 서울로 이직을 하면서 1인 가구가 됐다. 

마음이 병듦과 동시에 신체건강 또한 같이 급격히 안 좋아졌고, 스트레스로 인한 과호흡 증후군과 만성두통 등으로 불편과 불안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이런 시기에 문뜩 떠오른 것이 '가족센터'이다. 정신건강의학과보다 접근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은 반면, 그에 준하는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임을 알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서울시 가족센터'를 검색했고 '패밀리서울'라는 서울 전역 가족센터를 포괄하는 사이트에 접속했다.

최근 들어 1인 가구 등 가족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이에 따라 다양한 가족의 니즈와 국가의 역할 및 기능이 확대됐다. 이에 맞추어 패밀리서울 홈페이지에서도 각 관할 구별로 다양하고 흥미 있는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과 상담 프로그램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사회이슈에 대한 가족교육과 시장흐름에 맞는 프로그램명 등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수요자 입장을 많이 반영하고 한 층 더 예민한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느끼며 감탄을 자아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프로그램을 찾았다. 마침 동대문구 가족센터에서 진행하는 '1인 가구 상담 멘토링' 사업이 눈에 들어왔고, 주저 없이 바로 신청했다.

모든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고민과 결핍이 있다. 하지만 1인 가구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외로움이라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멘토링'이라는 단어에서 나와 비슷한 결핍을 가진 멘티들이 함께 한다는 느낌과, 멘토가 무거운 고민을 업고 있는 나를 앞에서 끌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내게 1인 가구 상담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충분한 계기를 주었다. 1인 가구 상담 멘토링 프로그램 커리큘럼은 코로나19의 지속과 쉬운 접근성을 위해 비대면으로 주 1회 약 1시간가량 개인 상담이 진행되고, 그룹 멘토링은 월 1회 대면으로 진행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나는 사회복지학 전공자로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호관계에 따른 소위 '케미'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약간의 걱정을 안고 상담의 첫 회기가 시작됐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나는 무장해제 된 어린아이가 되었다. 수 년 간 짊어지고 있었지만 나도 몰랐던 나의 고민들과 결핍의 원인들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주 회기를 거듭하면서 나를 직면하게 되었고,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긍정적인 방향설정을 스스로 하고 있었다.

이후 매주 몇 달을 진행하면서 지겨울 수도 있을만한 상담 스케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바쁜 현대사회, 서울생활 속에서 상담시간 만큼은 오로지 내 모습 그대로인 내가 되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상담 1시간동안 하는 말이 일주일동안 내뱉는 말보다 많았다. 이러한 긍정적 신호들은 단순히 상담자와 나의 케미가 잘 맞아서가 아니다. 가족센터에서 이론, 경험 등 전문성과 능력이 뛰어난 상담사를 검증을 통해 멘토의 역할을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개월 간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성과 공유회에서 다른 팀 전체 멘티들의 나와 비슷한 소감을 듣고 이에 대한 생각을 확신했다.

그룹 멘토링은 매월 1회 진행됐다. 연극관람, 스터디카페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팀원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고 활동의 제약이 거의 없어 자연스러운 사회적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었다. 또한 빈 의자 기법을 포함하여 다양한 그룹상담이 진행되었는데, 내가 몰랐던 나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되었고 타인의 경험과 생각을 경청하며 깨달은 것이 많았다.

어느덧 1인 가구 상담 멘토링 사업이 끝났다. 돌이켜보면 사업 초반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사회복지학 전공자이고 서른 중반의 나이인데, 나의 고민과 힘듦을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야 내가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자만심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사업을 참여하지 않았다면 나는 몇 개월 전의 '어린 나'로 머물러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3개월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많이 성장했다. 나의 정신적 건강은 주변 사람들이 달라진 것을 느낄 만큼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더불어 과호흡 증후군과 만성두통 등 신체적 증상들도 매우 호전되었다. 

또한 인지왜곡, 자동적 사고에 대한 수차례의 상담은 자아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평소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통에 대해 전제적인 사고전환이 이루어졌고, 생각과 습관이 바뀜으로써 향후 나의 인생 계획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번 동대문구 가족센터의 1인 가구 상담 멘토링 사업을 참여함으로써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건강을 산 것이다. 내가 지불한 대가는 나의 남는 시간 아주 조금을 투자한 것이 전부였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깊은 고민에 빠지고 외로움과 우울을 겪을 수 있다. 그때 이것을 방치하거나 오래 두게 되면 점점 고민의 기저에 골을 파서 마음과 몸이 병에 들 수 있다. 

나의 회복탄력성이 3cm라고 가정할 때, 1일째 고민의 골이 1cm라고 한다면 나는 회복할 힘이 있으므로 고민이라는 골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 고민의 골이 5cm가 된다면 나는 스스로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이후 점점 우울의 늪에 빠져 헤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주변인의 도움인데, 다양한 케이스에 대해 전문적고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가족센터를 찾길 바란다. 이번 '동대문구 1인 가구 상담 멘토링 사업'을 계기로 서울시 내 가족센터의 여러 사업에 참여해볼 예정이다. 현재 1인 가구인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여러 프로그램부터 향후 예비부부교육과 부모교육, 생애주기별 가족교육 등 참여해보고 싶은 프로그램들이 수두룩하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가족센터와 많은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에 든든한 마음이 들고 앞으로 나의 인생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