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1인 가구의 고독사 위험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회적 고립에 놓여 있음에도 '자존심' 때문에 정책 지원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중장년 1인 가구의 고독사 위험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회적 고립에 놓여 있음에도 '자존심' 때문에 정책 지원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중장년 남성 1인 가구의 고독사 위험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들은 이혼, 실직, 주거취약 등을 겪으며 사회적 고립에 빠지기 쉽다. 그럼에도 정책 지원 서비스에 대해서는 '자존심' 때문에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장년 남성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제2 대회의실에서 열린 '외로움 죽음' 고독사 방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수진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장은 "민관 복지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면 중장년 남성 사회적 고립 가구의 경우 자존심 등의 이유로 서비스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복지 공무원이 찾아가 생활과 건강에 대한 서비스를 안내해도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가 그렇다"라며 "그러다 보니 상황은 점점 악화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희망이 없는 자포자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복지 현장이 포기하고 신경을 못 쓰는 사이에 사회적 고립은 점점 심화하고 고착화 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이 센터장은 또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이 심하더라도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고립 가구 중 중장년의 경우 발굴이 쉽지 않다. 주로 가족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청년, 노년과 다르게 중장년 사회적 고립 가구는 가족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다. 즉,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위험에 놓여있지만 쉽게 도움을 청하기도 받기도 어려운 사각지대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서울시에서 실시한 주거 취약지역 50세 이상 중장년 1인 가구 실태조사에서 약 14만명을 분석한 결과 2만4000가구가 고독사 위험군으로 나타났다"면서 "중장년 사회적 고립 가구들은 실제 신체적·정신적으로 위기 상황 시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제공한 최근 3년(2020년~2022년 8월 기준)간 고독사 발생 현황에 따르면 고독사 건수는 총 205건이다. 이중 남성이 166명(81%)으로 가장 높았고, 여성은 39명이다. 또한 연령대 별로는 50대가 6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55명, 70대 42명, 40대 22명, 80대 14명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20대 0명, 30대는 7명이다.

중장년 남성 1인 가구의 고독사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악화도 지목됐다.

장미리 명지대학교 미래융합대학 복지경영학과 교수는 "50대 이상의 고독사는 질병이 직접 원인인 경우가 80% 이상인 데 비해 20대 고독사의 절반 이상, 30대 고독사의 40% 이상은 자살이 원인"이라며 "고독사는 50~6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으며 50대 남성은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지 못하며,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또 "실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대부분 만성질환의 유병률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높다고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편에서는 외로움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견해를 내놨다.

엄애선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노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상당수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치매 및 기타 심각한 질병의 위험에 빠뜨리는 심각한 공중 보건 위험"이라며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에서는 45세 이상 성인의 3분의 1 이상이 외로움을 느끼고, 65세 이상 성인의 거의 4분의 1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고독사 증가의 요인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우울증율, 세계 4위의 불안장애 비율, 급증하는 1인 가구 비율 등이 이를 증명한다"며 "2021년 우리나라 고독사는 3378명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8.8% 증가했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5대1로 많았다. 이는 중장년층 남성이 가장 취약한 집단임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에 각 전문가들은 고독사 예방 정책 제언을 설명했다.

이수진 센터장은 "중장년 사회적 고립 가구를 위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마음건강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중장년의 경우 사회적, 가정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집 안에 고립되는 형태가 있다"라며 "전문상담가보다는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가 극복한 '동료 상담가'가 더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식도 온라인, 오프라인 형태로 창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 센터장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병원 동행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자기 돌봄에 대한 교육과 연습 병행, 단계적 사회 참여를 위한 촉진 프로그램과 서비스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영옥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대상자 발굴과 안전망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는 대상자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고독사 위험군 실태조사를 실시 하고 있는데, 실태조사 대상 14만 가구 중 5만9000가구를 조사하지 못했고, 이 중 2만6000가구는 실태조사 자체를 거부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숨어있는 대상자까지 발견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에 일반시민들과 지역자원을 적극 활용, 연계해야 한다. 여기에 발굴된 대상자에 대해서는 다중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미리 교수와 엄애선 교수는 의료·돌봄 서비스에 대한 공통된 견해를 내놨다.

장 교수는 "50세 이상의 거의 모든 성인은 의료 시스템과 상호 작용한다. 일반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분류해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시급하다"라며 "일반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연 2~3회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대한 검사 항목을 문자 전송해 스스로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소득 수준과 구간에 따라 사회복지사를 연결해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엄 교수 역시 "사회적 돌봄 서비스와 의료 시스템 개입이 핵심"이라며 "사회적 연결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의사의 진료 예약이나 간호사의 방문은 그들이 직접 대면하는 몇 안 되는 만남 중 하나일 수 있다. 이는 사회적 고립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식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하지만 환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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