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혼자 사는 삶'으로서의 '(나)혼삶'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으로도 보편적인 삶의 한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그만큼 혼자 사는 게 일반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혼삶이라는 개인적 선택에 대해 무엇이라 개인적 판단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선택이 잘됐다 잘못됐다고 평가한다는 것은 싶지 않고 옳지도 않다. 각자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은 각자가 책임질 이다. 그런 이유로 혼삶이라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혼자로서의 삶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혼삶으로서의 각자의 선택과 책임이라는 사회적 함의 때문인지 혼삶 또는 혼삶을 살아가는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면 늘수록 정치권의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는 통합위 내에 '청년 1인 가구 특위'를 출범시켰다. 특위 활동은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정책과 서비스를 파악하여 공공과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공공과 사회'가 함께 돌보는 사회시스템 모색으로서 생활환경, 경제기반, 사회적관계, 사회안전망 등 4대 분야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섰다. 

야권에서도 청년세대 1인 가구에 대한 관심은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전국 대학생위원장은 결혼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결혼한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출산 및 양육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은 미혼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정치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 2030 청년세대를 위해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새로운 프로모션을 목적으로 2030세대 등 MZ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갤럭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수막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수막 내용이 오히려 청년세대를 비하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당시 제안된 현수막 내용은 이렇다.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등이다. 

이 가운데 청년 1인 가구와 관련된 현수막 내용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이다. 일견 뜻과 의미가 한 번에 이해되지는 않는다. 나름 청년세대를 위한 청년세대의 심리가 반영된 글이라는 생각에 쉽게 이해할 목적으로 '해독'하기로 마음먹고 현수막 글귀 가운데 '혼자'라는 단어 대신 '1인 가구'를 대입해봤다. 대입하면 이렇다. '1인 가구로 살고 싶댔지 1인 가구로 있고 싶댔나?'언뜻 의미 해석이 안 되는 듯 하지만 아주 의미가 없는 말은 아니다. 혼자 살고 싶은데 외로운 것은 싫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이러한 의미의 해석은 최근 일부 1인 가구 청년세대들이 선호하는 셰어하우스 즉, 공유주택의 개념과 닮아 있다. 혼자 거주하지만 혼자 있는 외로움을 공유 거실, 공유 주방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것과 맥이 닿아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혼자 살고 싶다'는 것은 혼자 거주하는 것이니 혼자 거주하는 것으로 전제하면 혼자 있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선뜻 현수막 글귀인 '혼자 있고 싶댔나?'의 의미는 확 와 닿지는 않는다. 다만,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반문 성격의 의문문이니 '혼자 있고 싶지는 않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혼자 살지만 혼자 있게 내버려 두지는 말아달라는 식이라면 훨씬 이해가 많이 된다. 즉, 혼자 있지 않게 또는 혼자 있는 것 느끼지 않도록 무언가 정치권에서 해결해달라는 뉘앙스인 것으로 요해된다. 문장 자체가 난해하다 보니 관련 글귀에 대한 신문 기사 댓글에 이런 말이 달렸다. '결혼은 싫지만 연애는 하고 싶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의미였다면 확 이해된다. 물론 다시 그 문장 속으로 들어가면 이런 식의 빠른 이해가 다시 엉키기도 한다. 하여튼 민주당에서 마련한 현수막 내용이 당초 청년세대를 위한 목적보다는 현수막 내용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현수막 제작업체의 '티저'일뿐이라고 일축하고 관련 현수막 내용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티저광고란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무언가를 확실하게 설명해 주지 않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광고기법'을 말한다.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는 다는 점에서 일명 '노이즈 마케팅'이라고도 한다. 이번 현수막 다음으로 다른 것이 준비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점에서 아쉽다. 정치적으로 좋고 나쁘고, 아쉽고 안 아쉽고를 문제 삼거나 그런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수막 제작과 제작된 현수막 내용에서 '정치'를 빼고 젊은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진정한 '표현'의 의미를 알고 싶다는 뜻이다.

다시 문장으로 돌아와서 '혼삶으로서 혼자 살고는 싶지만 혼자 느끼는 외로움은 싫다. 따라서 혼자 있고 싶지는 않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면 이제 사회와 정부가 그런 물음에 답해 주어야 한다. 1인 가구는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그런 증가 추세가 지속적이면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청년 인구, 1인 가구는 점점 비중이 커질 것이고 이들의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다양해질수록 이들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와 정부의 역할 역시 커지고 다양해 질 수밖에 없다. 베이비붐 세대가 베이비부머라 불리며 세대를 대표햇고 시대를 이끌어 왔듯  이들이 현재의 2030세대, MZ세대들이라 불리는 것처럼 베이비붐 세대 이후 또 다른 대표 '세대(generation)'를 이루고 이들이 또 다른 '시대(era)'를 대표할 것이기 때문이다. [1코노미뉴스=서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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