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57명 지원…당초 계획의 절반 그쳐
서울시, 올해 성과 반영해 내년 '시즌2' 예고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선보인 '고립은둔 청년 종합대책' 성과가 중요해졌다. (왼쪽부터)고립 청년 지원사업 중 하나인 리커버리 야구단, 건강케어 프로그램./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선보인 '고립은둔 청년 종합대책' 성과가 중요해졌다. (왼쪽부터)고립 청년 지원사업 중 하나인 리커버리 야구단, 건강케어 프로그램./사진=서울시

"상담 초기에는 위태로웠고, 막막했고, 어두웠다. 시기적절하게 상담을 받은 덕분에 부정적이고 어두웠던 자신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보통의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 고립은둔 청년 명 모 씨

"8년간 고립은둔 생활을 했고, 성북구 지역 교회를 통해 서울시 사업에 연결됐다. 리커버리센터 공동생활 숙소에 입소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회복을 경험했다. 이제는 비슷한 경험을 하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공부도 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 용 모 씨

"트라우마집단상담을 받았다. 평생 나를 눌러 온 심리적 압박이 회차를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작아지는 것을 체감했다. 10주간 주고 받은 서로의 위안과 연대를 평생 잊고 싶지 않다." - 고립은둔 청년 도 모 씨

취업난 등 경제불황에 1인 가구 증가가 더해진 요즘,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불안감을 야기했는데, 피의자 상당수가 사회적 고립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선보인 '고립은둔 청년 종합대책'의 성과가 중요해졌다. 

11일 서울시는 이와 관련한 성과공유회를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개최했다. 오세훈 시장을 비롯한 관계자 약 100명이 참석해 성과를 공유하는 토크콘서트 등을 열었다. 

서울시는 이번 정책으로 올해 큰 성과를 내며 자립사례 확산의 시작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올해 서울시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은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년 맞춤 지원과 사회 인식 개선이다. 맞춤 지원은 촘촘한 발굴체계 구축을 통한 지원자 선정, 청년 개인 특성에 따른 맞춤 지원, 사회 복귀 지원까지 3단계로 이뤄졌다. 사회 인식 개선은 대시민 인식 개선 캠페인과 시 부서별 정책 패키지 지원, 민간협력 체계 구축으로 진행됐다. 

가시적 성과를 보면 올해 서울시 사업에 참여 신청한 고립은둔 청년은 총 1119명, 실제 지원자는 557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1200명에게 지원하려 했던 것을 감안하면 계획보다는 줄어든 숫자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고립은둔 청년 298명을 지원한 바 있다. 이에 올해 해당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원 대상을 약 4배로 대폭 확대해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신청자 중 미지원이 된 562명은 장기간 연락불가, 본인취소, 임상적 치료 우선, 대상이 아닌 경우 등이다. 

선정된 이들에게는 약 40개 이상의 맞춤별 특화 프로그램 4295건을 지원했다. 

사업 참여 이후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고립감은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고립 위험군에서 저위험군으로 개선돼 정책 효과성을 입증했다. 

세부적으로 사회적 관계가 29%, 친구 지인 관계가 22% 나아졌다. 가족 친척 관계는 19.2%, 일터 경험 16.9%, 지역사회 지지는 17.9% 개선됐다.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일상회복 및 활력 프로그램(443건) 4.4점(5점 만점), 특화 프로그램(581건)도 4.2점, 집단상담(114건)은 4.5점을 받았다. 

특히 리커버리 야구단, 청년공간 활동(미라클모닝, 체험존, 팀빌딩 등), 일 경험(인턴십, 가상회사) 등이 높은 호응을 얻었다.

또 사업참여 후 3개월 이내에 진로 변화, 자립을 경험한 청년은 126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길 모 씨는 "웰컴프로그램 안내 전활르 받았을 때는 귀찮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식물을 받아 들고 와 보니 조금씩 정이 들어갔다. 3년 만에 '내가 뭔가를 할 수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꼈다"며 "선생님이 '식물을 잘 돌보는 것처럼 여러분의 하루도 잘 돌보아 주세요'라고 하신 말씀처럼 저 스스로도 애정을 가지고 돌보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자기이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 모 씨는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나에 대해 말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 나와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과 꼭 갈등 상황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사업의 성공사례와 개선과제를 면밀히 분석해 내년에는 서울형 고립은둔 청년대책 시즌2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고립은둔 청년의 성공적 회복과 자립을 돕고 2~3년의 장기관리를 위해 전담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또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올해 시행한 프로그램 고도화와 찾아가는 지역거점 상담을 신설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고립은둔 청년 종합대책 후 고립은둔 청년들이 활력을 되찾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흐뭇함을 느꼈다"며 "한 명의 고립은둔 청년이라도 더 사회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서울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년들이 고립은둔생활을 시작하는 배경으로는 반복되는 취업 실패가 꼽힌다. 

이번 성과공유회에서도 다년간 시험을 준비하면서 반복된 실패 경험이 대인관계 단절로 이어지고, 우울감을 키우고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국회미래연구원이 '대도시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보고서에서도 일자리를 찾아 서울, 인천 등으로 올라온 청년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우울감, 삶의 만족도 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서울의 경우 외로움 1.33점, 우울감 1.24점으로 인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삶의 만족도는 4.86점으로 3위에 그쳤고, 생활수준 만족와 미래 안정성 역시 각각 4위(6.25점), 3위(6.25점)에 그쳤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서울과 인천은 청년들이 모여드는 지역이면서 외로움과 우울의 빈도가 비교적 높다. 이는 사회적 고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예방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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