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연말 청년층 사이에서 '리터루족(Returoo族)'이 화제다. 리터루족은 돌아가다(Return)와 캥거루족(Kangaroo族)의 합성어다. 당초 결혼 후 독립한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와 재결합하는 현상을 일컬었는데, 최근에는 청년 1인 가구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은 '경제적' 요인 탓이다. 올해는 월세가격이 치솟고, 연중 고물가·고금리로 생활비 부담이 컸다. 여기에 장기화한 취업난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청년 1인 가구가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20대 1인 가구 박 모 씨도 그 중 하나다. 박 씨는 서울에 있는 A사에서 최근 6개월간 인턴 생활을 했지만,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졸업 후 2년여를 대학가에서 버텼던 박 씨는 떨어진 자존감보다 당장 생활비가 더 문제다. 박 씨는 "내년에도 취업을 위한 도전은 계속하겠지만, 월세와 생활비가 너무 올라서 서울에서 비티기는 힘들 것 같다. 부모님도 일단 돌아와서 취업 후에 다시 직장 근처에 방을 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신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서울 임대차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월세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1인 가구의 부담이 커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02만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21년 대비 13.3%, 전년 대비 4% 상승한 가격이다. 전국 연립/다세대 월세도 연중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올 2월 100.9에서 지난달 101.8로 급등했다.

청년 1인 가구가 몰려 사는 대학가 원룸 월세도 치솟았다.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 8월 '다방'에 등록된 서울 주요 대학가 매물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전용면적 33㎡ 이하가 59만9000원이다. 연세대학교 인근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50.16%, 경희대 인근은 18.1%, 고려대 인근은 13.47%나 오른 수치다. 

한술 더 떠 월세 외에 평균 관리비도 올랐다. 동일 기준에서 평균 관리비는 8만원으로 전년 대비 14.31% 증가했다. 서강대 인근의 경우 무려 10만원으로 53.16%나 상승했다.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가중에 고금리까지 더해진 것을 감안하면 소득수준이 낮은 청년층이 독립된 생활을 이어나가기 만만치 않은 환경이다. 

취업난도 여전하다. 지난 11월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13개월째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5~29세 취업자도 13개월 연속 줄었다. 청년 인구 자체가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대기업 채용 축소 등 일자리 질이 낮아진 것이 더 문제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청년세대 직장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복수응답)은 대기업(64.3%), 공공부문(44.0%), 중견기업(36.0%), 중소기업(15.7%) 순으로 조사됐다. 

청년층은 최소 중견기업 이상의 일자리를 원하지만, 정작 국내 100대 기업의 채용현황을 보면 정규직은 거의 늘지 않고, 비정규직만 증가했다.  

이렇다보니 성인이 되고도 애초에 부모 품에서 독립하지 않는 캥거루족은 물론 1인 가구 생활을 접고 다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리터루족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서울청년 패널 기초분석 결과'에서도 서울 거주 청년 중 47.5%가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활비 부족을 겪을 때 해결법으로 41.2%가 부모에게 무상으로 지원받았다고 답했다. 여기에 청년 1인 가구의 자산 빈곤율은 62.7%로 전체 청년 자산 빈곤율보다 7.1%포인트나 높았다. 

취업난 앞에 무너진 청년 1인 가구가 리터루족을 희망하는 이유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겸임교수는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이나 지원은 청년 개인이나 청년층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청년 리터루족이 늘어날 경우 이는 사회적으로 청년층의 자립 능력을 저하시키고, 부모 세대의 노후 준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청년층의 주거비용 부담 문제 등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리터루족 현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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