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요즘 '핫 하다'는 건배가가 있다. 꽤나 예전 한 때 유행했던 건배사인데 최근 미운우리새끼(SBS)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 연예인이 핫한 건배사라고 소개하면서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건배사는 간단하다. 숫자로 된 건배사를 소리 나는 대로 외치면 된다. '구구팔팔일이삼사(9988124)' 이게 다다. 이게 끝이다. 숫자만 그대로 읽으면 된다. 술잔 들고 ‘99881234’하면서 건배 하는 식이다. 아는 분들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줄임 표현'으로 만들어진 건배사가 그렇듯 각각의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중요하다. 뜻은 이렇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하루(1) 이틀(2) 사흘(3) 아프다 나흘(4) 째 죽자'다. 

나름 건강하게 살다 며칠 앓다가 가자는 나름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의 건배사다.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외친다. '99881234(구구팔팔일이삼사)'. 우리나라의 현재 기대수명은 남자(79.9세), 여자(85.6세) 구분 없이 82.7세(2022)다. 이것은 그야말로 지금의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로서의 기대수명(life expectancy at birth)인 것이다. 반면 기대수명을 다하지 못한 채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경우도 많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바로 '고독사'다. 최근 고독사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고독사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21년 우리나라 고독사는 3,378건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8.8%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만 발생한 고독사도 204건이다. 이들 고독사 가운데 176건이 50~80대 연령대에서 발생해 전체 고독사의 85%에 달합니다. 고독사 의심 사례로 추정할 수 있는 무연고 사망도 늘고 있다. 그러나 고독사와 유사한 단어로 많이 사용하는 무연고사망은 고독사와 다르다. '무연고사망'은 사망 후 장례를 치를 사람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생전에 홀로 살았는지 또는 홀로 사망했는지 와는 별개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고독사한 사람의 장례를 치를 연고자가 없다면 무연고사망이 맞다. 그러나 고독사 했더라도 연고자가 있어 장례를 치뤘다면 고인은 무연고사망이 아닌게 된다. 서울시의 경우 무연고사망자의 고독사 의심사례가 전체의 약 30%가량이다. 혼자 임종을 맞는 고독사는 실상 고립(孤立)된 끝에 맞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고립사(孤立死)'로 용어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독사(또는 고립사)는 그래서 사회적 타살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맞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직 경찰관은 한 사람이 담당하는 고독사 위험군이 100명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지적한다. 한 명이 100명이 넘는 사람과 유대감을 쌓을 수 없기 때문에 위험군의 고림감은 더욱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에서 개최된 바 있는 중장년 고독사 실태와 해법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고독사 방지를 위한 정책과 대안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독사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립된 개인을 찾아내 이들에게 사회적 연결망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독사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는 실직이나 이혼 등으로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된 50대 이상 남성의 고립 문제를 해소할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지역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가 '은둔형 외톨이'처럼 숨어 있는 대상자 모두를 발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 쌓여 있거나 요구르트 가방에 요구르트가 쌓여있지는 않은지, 또는 우편함에 우편물이 방치된 채로 그대로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 등 시민과 시민이 선한 의지로 연결되는 안전망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독사 예밤을 위한 위기가구 발굴과 관련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등을 관리하고 점검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셈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교적 최근인 지난 12월 12일 복지부는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을 발표 한 바 있다. 정부는 대규모 코로나19(COVID-19) 발생 시기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지원했던 긴급 돌봄 서비스를 확대한다. 또한 청·장년, 중산층 등 새로운 수요까지 포함한 전 국민 대상의 일상 돌봄 서비스와 고독사 위험군 발굴사업도 강화한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요지다. 고독사와 관련해서는 2023년 39개 시·군·구에 도입된 고독사 위험군 발굴·예방사업을 2024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한다. 고독사 또는 고립사와 관련된 정책적 관심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유는 초고령사회(super aged society)로의 가속화로 우리나라 고령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필연이다. 이런 이유로 불가피한 '외로운 죽음'은 계속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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