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 사진 = 한화그룹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 사진 = 한화그룹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12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수혈받았다. 이에 캐롯손보의 설립을 주도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캐롯손보의 흑자전환을 위해 정면승부를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캐롯손보가 올해 들어 적자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지원을 기반으로 김 사장의 디지털 혁신 전략이 마침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한화손보는 지난 22일 캐롯손보 유상증자에 참여, 주식 754만2427주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일은 오는 27일로, 1200억원 규모의 출자가 예정됐다.

캐롯손보에 대한 잇따른 지원사격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향후 데이터 기반 상품 등 디지털 손보사로서의 잠재력에 배팅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019년 출범해 5년차를 맞이한 캐롯손보는 2020년 38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021년 650억원, 2022년 795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330억원) 대비 절반 가량 줄어든 14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를 대거 감축하는데 성공했으며, 주력 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앞세워 중소형 손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보험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다만 여전히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과, 이번 적자 축소가 사실상 단일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개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을 낙관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실제 캐롯손보가 올해 상반기까지 벌어들인 전체 매출 중 퍼마일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통상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변동이 발생하는 만큼, 이같은 높은 의존도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캐롯손보는 디지털 손보사의 강점을 살려 차별화된 데이터 기반 상품개발을 통한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앞서 캐롯손보는 지난 8월 애플 본사에서 AI과 머신러닝 개발 업무를 수행한 이진호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데이터 기반 상품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자동차보험 이외에도 기존 보험사들과 차별화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캐롯손보는 지난 5월 한컴그룹 브랜드홍보총괄 상무, 유니베라 이노베이션 본부장 상무 등을 역임한 배주영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후 배우 고윤정을 새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등 다양한 브랜드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는 온라인 판매에 적합한 미니보험 상품이 주력이다 보니, 수익구조에 한계가 있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비대면 금융이 확장되고 있는 만큼,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판단된다. 초기 적자를 딛고 시장 선점에 성공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선 새로운 '메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캐롯손보는 지난해에도 1750억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한 바 있다. 기존 대주주인 한화손보를 비롯해 스틱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다만 어펄마캐피탈이 배정 주식 수 기준 참여사 중 가장 많은 471만4016주를 취득, 한화손보의 캐롯손보 지분율이 기존 60%대에서 50%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일각에선 캐롯손보에 대한 한화그룹의 지원 의지가 꺾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금번 출자에 따라 한화손보의 지분율이 56.3%로 다시 늘어나게 되면서 캐롯손보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도 이어질 전망이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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