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화 청년 1인 가구 칼럼니스트
한유화 청년 1인 가구 칼럼니스트

혼자 보내는 연말이라고 해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즐기며 조용히 보낼 것이라는 건 이제 오래된 생각. 혼자이기에 오히려 성대하고 거창하게 보내는 연말의 모습이 늘어가고 있다. 

"크리스마스 혼자 여행"이 트렌드가 된 걸까.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독일의 드레스덴, 연말이 되면 유독 화려하게 변하는 뉴욕, 런던, 파리 같은 도시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혼자서 훌쩍 떠나는 여행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혼자인데 비싼 데서 자긴 아깝지'하는 생각에 가성비 숙소만 찾아다니는 것은 이제 옛날 일.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숙박비를 혼자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도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플랫폼을 통해 현지인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공간 전체를 빌려서 누리는 등 자신만의 취향에 꼭 맞는 분위기의 숙소를 즐기는 사진들이 SNS에 가득하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연말에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모이면 종종 묻곤 한다. 간절히 산타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에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산타에게 어떤 것을 바라는지. 주로 장난감을 강렬하게 원했던 어린 때와는 달리, 지금의 우리는 “금액 상한선 없이 아무거나 말해도 돼?”하며 한층 어른스러워진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1인 가구 #크리스마스 를 검색하면 #셀프선물 이라는 연관 키워드가 함께 등장한다. 평소에 마음에 품어왔던 무언가를 크리스마스라는 예쁜 핑계로 포장해서 장만하기도 하고, 연말 혼자 놀기를 위한 콘텐츠로서 소소한 ‘집콕템’을 사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사랑하는 사람만 있으면 돼!"라고 캐럴은 끊임없이 외치지만, 1인 가구의 크리스마스에 더욱 유용한 건 "혼자 놀기를 위한 재미난 콘텐츠"가 아니겠는가. <나 홀로 집에>, <러브 액츄얼리> 같은 영화를 연이어 시청하던 전통적인 '영화 마라톤'에서 진화해서, 아껴뒀던 OTT 시리즈를 정주행 하는 'OTT뿌시기'는 연말을 순식간에 삭제하는 비결 중 하나다. 여기저기서 찾아본 흥미로운 레시피들로 크리스마스 요리를 완성하거나 '크리스마스 혼자 놀기'를 주제로 한 브이로그(V log)나 챌린지를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연말을 혼자 보내면 쓸쓸한 건가요?

연인 없이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기가 괴로웠던 솔로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떠돌던 유행을 기억하는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찍 잠들어서 가능한 한 오래 자다가 아예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에 깨어나는 방법을 통해 크리스마스에 다른 커플들을 목격하며 힘들어해야 하는 기회 자체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기 전에 다급하게 소개팅을 보채며, 함께 할 사람을 '급구'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 따뜻한 일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면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강박 때문에 황급히 누군가를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된다. 크리스마스에 혼자라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 기간은 가까운 사람들과 더 끈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반드시 파티나 술자리를 통해서 누군가와 함께 보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편리하게 모임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나 자신과 소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주변의 추운 이웃들을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자기 자신과도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연말의 모습. 이 또한 무척이나 따뜻하지 않은가.

[저자 소개] 네이버 블로그 <직장인 띄엄띄엄 세계여행> 운영, 34개국 250여 회 #혼행 전문 여행블로거 

'남의집' 소셜링 모임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의 호스트

혼삶이 두렵지 않은 합기도 4단, 23년 경력의 '무술인'

현) 비욘드바운더리 글로벌 커머스 본부장

전) 이랜드차이나 상해 주재원, 중국 리테일 런칭 전략기획 

후) 독립출판 레이블 리더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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