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예방 위해 사회적 고립 기준 논의 필요"

국내 고독사가 심각한 가운데 50대 남성이 고독사 비율이 높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국내 고독사가 심각한 가운데 50대 남성이 고독사 비율이 높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40대 중반쯤부터인가, 사는 낙이 없어졌다. 퇴근하고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만날 사람도 없다. 정신적으로 공허한 기분을 매일 느낀다. 지난 연말에는 농담 삼아 '혹시 내가 일주일 이상 연락이 안 되면 고독사한 거다'고 말했는데 이게 어찌 보면 진심이기도 하다."

"뉴스에서 50대 남성의 고독사 확률이 가장 높다는 내용을 봤다.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적 관계는 이어가지만, 사적 모임은 한 달 내내 한 번도 안 한 적도 있어서다.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지만, 자조모임 같은 곳에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국내에서 고독사로 숨진 사람은 50대 남성이 가장 많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앞서 정부가 2022년 처음으로 발표한 고독사 실태조사와 유사한 결과다. 

혼자 사는 50대 남성이 대체로 건강 문제와 경제 문제로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 그 요인으로 지목된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는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논문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이 실렸다. 

이 논문에서 나 교수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한 664건의 법의부검 사례를 연구한 결과 19.2%가 고독사였다고 밝혔다. 고독사 기준은 목격자 없이 사망하고, 사망 뒤 3일 이상 지나서 발견된 경우로 정했다. 

성별로 보면 고독사 128건 중 남성이 108명, 여성은 20명이었다. 연령대로는 50대가 51명, 60대 30명, 40대 28명, 20대 2명으로 집계됐다. 50대 남성이 전체의 35.4%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60대 남성은 21.1%로 뒤를 이었다. 

또 결혼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던 110명 중 47.7%가 이혼했거나 별거 상태로 혼자 살고 있었다. 34.4%는 미혼자였다. 

고독사 발견 기간은 평균 26.6일이며 이 중 최장은 10개월 만에 원룸에서 고독사로 발견된 남성이다. 

고독사 원인으로는 건강 문제가 55%를 차지했다. 이 중 알코올 문제가 43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독사 한 사람 중 64%는 알코올농도(평균 0.109%)가 0.03% 이상이었다. 또 경제 문제로 인한 사회적 단절 상태는 2.9%, 가정문제로 인한 단절도 17.1%를 차지했다. 

2022년 정부가 고독사 예방법 시행 후 최초로 내놓은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와 유사한 수치다. 고독사 실태조사 자체가 경찰의 자료에 근거한 것이었던 만큼 유사한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나 교수는 "경찰 자료 외에 다른 자료에 근거한 고독사 실태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문에서 이목을 끄는 부분 중 하나는 전통적 가족 형태 유무다. 가족 구조의 파괴 없이 독거하게 되는 사별에서는 고독사가 드문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파괴되지 않은 가족 사이의 연결 자체가 고독사 예방의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사이에서의 지지 등 비가시적인 다인적 요인이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50대 1인 가구 방 모 씨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헛헛함을 느낀다. 이게 고립감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고독사를 두려워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고독사하겠구나'하는 생각은 한다"고 전했다.  

나 교수는 "고독사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망을 파악해 우리 사회 구성원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에 있다. 스스로 돌봄과 사회적 돌봄이 이뤄지지 못하는 사회적 고립의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21년 4월부터 고독사 예방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를 찾기 어렵다. 이는 고독사 예방 정책 시행 속도가 더뎌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아직까지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상태고,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도 사실상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지난해까지는 기존 가족센터 등을 중심으로 한 자조모임 활성화에 그쳤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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