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월 혼인건수 17만6091건 

결혼을 부담스러워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결혼 기피 성향이 늘어나고 있다.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결혼을 부담스러워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결혼 기피 성향이 늘어나고 있다.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두고 고심하는 사이 결혼 기피 성향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직후 증가하는 듯했던 혼인 건수는 다시 줄었고, 결혼을 부담스러워하는 인식 역시 확산하고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혼인건수는 17만609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11월만 놓고 보면 1만6695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했다. 

지난해 1~3월 코로나19 엔데믹 효과로 혼인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연간 혼인건수 20만건 돌파를 기대했지만, 결국 일시적 현상에 그쳤다. 월별 혼인건수를 보면 7월을 기점을 빠르게 줄면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12월 2만건을 기록한다고 해도 연간 혼인건수 20만건 돌파는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11월 시도별 혼인건수./표 = 통계청
2023년 11월 시도별 혼인건수./표 = 통계청

미혼인구 증가추세가 짙어진 결과다. 문제는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주의 확산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에 따르면 지난해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생애미혼율이 14%에 달했다. 2013년 약 5%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년간 무려 3배나 늘어난 것이다. 비혼주의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상당히 달라져, 이러한 성향은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미혼남녀의 인식을 보면 결혼을 사치라고 느끼거나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에 혼인을 하더라도 그 시기가 늦어졌고, 아예 비혼으로 마음을 돌리는 경우가 증가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현실 속 결혼'을 주제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성 50.4%, 여성 71.6%가 '결혼은 사치'라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경제적인 부분을 꼽았다.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하다보니 결혼을 늦추게 되고, 자연스럽게 만혼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한은 보고서를 보면 초혼 연령은 남성의 경우 2000년 29.3세에서 2022년 33.7세로, 여성은 26.5세에서 31.3세로 증가했다.

30대 직장인 1인 가구 김채욱(가명) 씨는 "올해 결혼을 생각하면서 여자친구 집에 인사를 갔다가 마음이 바뀌었다. 예비 장모님이 서울에 둘이 살만한 아파트 한 채는 마련해 오라는 소리를 들어서다"라며 "이후 여자친구에게 당장 결혼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솔직히 이래서 비혼주의 하는구나 생각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진행한 패밀리스토밍에서도 유사한 답변이 나왔다. 

취업을 준비 중인 A씨(여성)는 "남자친구와 7년을 만났는데, 둘이 전재산을 모아도 1억원이 안 되는데 포항에 괜찮은 아파트도 2~3억원이라 고민이 많았다. 좀 더 일해서 안정적인 기반을 만든 후에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결혼 적령기인 청년들이 경제적 부담을 떨쳐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는 이상 혼인율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저출산 대책 마련에 앞서 청년층의 결혼관 변화와 냉혹한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혼부부의 출산율 증대를 위한 지원책과 동시에 혼인율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편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자연증가는 마이너스(-) 10만6994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1000명당 자연증가 거수인 자연증가율은 11월 마이너스 3.0을 기록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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