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이 국내 빅5 생명보험사(삼성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 중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 = 1코노미뉴스
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이 국내 빅5 생명보험사(삼성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 중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 = 1코노미뉴스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이 공격적인 영업 드라이브를 걸며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고객 편의 제공 측면에선 삼성생명에 한참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보험설계사 대거 확충 등 양적 성장을 기반으로 삼성생명을 맹추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확보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전년 동기 대비 49% 급등한 1조8560억원으로, 같은 기간 9%대 성장률을 기록한 삼성생명(2조7720억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한화생명의 이같은 성장세 뒤에는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있었다는 평이다. 여 부회장은 앞서 업계 첫 제판분리를 단행,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지난해 1월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대형 GA인 피플라이프를 추가 인수, 설계사 인센티브 등 사업비를 대폭 늘리며 GA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한화생명이 이같은 공격적 영업 행보에 나서는 동안 고객 편의라는 내실 다지기에는 다소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은 국내 빅5 생명보험사(삼성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 중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협회 '보험금 지급관련 비교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험금 추가소요 지급건수와 추가소요 지급비율이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추가소요 지급건수는 총 보험금 청구건수 중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기한을 초과해 지급한 사례를 의미한다.  생명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생보사는 조사나 확인 필요한 경우를 제외,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접수한 날로부터 3영업일 안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추가소요 지급비율은 추가소요 지급건수를 보험금 부지급률 및 청구이후 해지비율 공시의 보험금 지급건수로 나눈 비율을 나타낸다. 즉, 추가소요 지급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보험금을 '늦장 지급' 했다는 뜻이다. 

빅5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의 늦장지급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의 추가소요 지급비율은 16.85%로 업계 평균인 6.42%를 10.43%포인트 상회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추가소요 지급비율은 4.79%로 한화생명 대비 12.06%포인트 낮았고, ▲교보생명(3.15%) ▲NH농협생명(3.95%) ▲삼성생명(4.79%) ▲미래에셋생명(6.08%) 역시 업계 평균을 하회했다.

반대로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신속지급기한(3영업일) 이내에 지급된 건수를 의미하는 신속지급비율은 한화생명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의 신속지급비율은 78.6%로 빅5 생보사 대비 부진했으며, 업계 평균인 89.8%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90.6%를 기록했고, ▲NH농협생명(94.5%) ▲미래에셋생명(91.6%) ▲삼성생명(90.6%) ▲교보생명(89.2%) 순이었다.

한화생명은 보험금 청구에서 지급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을 나타내는 신속지급 평균기간에서도 빅5 중 가장 뒤쳐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생명의 신속지급 평균기간은 1.24일로, 하루를 채 넘기지 않는 업계 평균(0.90일)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느린 축에 속했다. 반면 교보생명의 신속지급 평균기간은 0.23일, 약 2시간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이어서 ▲NH농협생명(0.74일) ▲미래에셋생명(0.83일) ▲삼성생명(1.02일)순으로 집계됐다.

한화생명의 이같은 늦장 지급은 2022년을 기점으로 치솟았다. 그간 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지연율은 업계 평균을 하회하거나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2022년 상반기 5.41%에 불과하던 지급지연율은 같은해 하반기 50.52%로 급증했다.

당시 한화생명은 하반기(2022년) 새로운 보험금 지급 시스템 도입에 따른 일시적 이슈라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추가소요 지급비율이 업계 평균은 물론 빅5 생보사를 크게 웃도는 등 신규 시스템 도입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수치는 제작년 하반기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여파를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시스템 안정화와 개선 작업을 거의 다 진행한 상태로, 아직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추가소요 지급비율이 많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생명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관련 수치는 오는 3월 공시될 예정이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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