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청년 1인 가구가 늘면서 설 연휴 단기아르바이트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사진=당근마켓 캡쳐, 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빈곤한 청년 1인 가구가 늘면서 설 연휴 단기아르바이트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사진=당근마켓 캡쳐, 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설 연휴 단기 아르바이트는 대체로 평소보다 시급이 높다. 일자리를 찾는 수요가 부족하고, 휴일수당이 붙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히려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청년 1인 가구의 행태가 달라져서다. 가족·지인 등과 모임을 하거나, 여행 등 여가활동을 즐기기보다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청년 1인 가구의 생계비 압박이 커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31일 지역생활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 따르면 당근알바의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 중 설 연휴 기간 일할 사람을 찾는 비중이 38%를 기록했다. 설날 알바 채용관을 운영 중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과 알바천국도 단기 알바를 원하는 이들이 몰리고 있다. 대부분 배송, 매장관리, 판촉도우미 등이다. 

이색 단기 아르바이트의 경우 경쟁률도 치열하다. 앞서 당근이 시몬스와 함께한 숙면 아르바이트는 6만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당근 첫 동네 일거리 박람회는 1200만명이 찾았다. 올 설 연휴 집에서 쉬면 30만원을 주는 '내집 지키기 알바' 역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식되는 단기 아르바이트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도 달라졌다. 필요할 때 짧게 일하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개인 삶을 중요시 여기는 20·30대의 성향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설 연휴 단기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수요 역시 늘고 있다. 

20대 취준생 정민규(가명) 씨는 "설 연휴 아르바이트도 경쟁이다. 벌써 자리가 없어서 생각보다 집에서 먼 곳으로 가게 됐다"며 "생활비가 좀 부족해서 일을 하기로 했고, 의외로 주변에 (설 연휴에)일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20대 황소윤(가명) 씨도 "지난해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형 마트에서 와인을 팔았는데, 종류가 많아서 헷갈리는 것 말고는 좋았다. 판매도 잘되고 일당도 9만3000원으로 대만족이었다"며 "올해는 판촉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일당 10만원인데, 3일만 일하고 하루는 푹 쉴 계획"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인겸(가명) 씨 역시 "차 막히고, 사람 많은데 고향집에 굳이 명절에 갈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 친척들 잔소리도 듣기 싫고, 연휴에 배송 알바가 쏠쏠해서, 가볍게 일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연휴 계획을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청년 1인 가구의 상당수가 연휴에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한 단기 알바를 선택한 바 있다. 또 극단적 절약생활인 '거지방', '무지출 챌린지 등이 유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출시 초기 가입 신청이 폭주했던 것과 달리 연말에는 중도 해지가 속출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도해지자 수는 86만1309명에 달했다. 중도해지율 29.8%다. 

이에 전문가들은 설 연휴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청년이 늘어난 것은 단순한 현상이 아닌 청년 빈곤의 심각성으로 연결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경제적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정책이 늘고 있지만, 현재는 혼재되어 있어 정책 체감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정책적으로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청년 빈곤 해소 정책이 근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소득이 없는 청년은 제외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형성지원사업을 펼쳐 소득 흑자 구간의 잉여소득을 자산으로 축적하고 적자 구간으로 재분배해 생애주기 소비와 수요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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