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무료건강검진에 참여한 청년./사진=관악구
서울 관악구에서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무료건강검진에 참여한 청년./사진=관악구

#. 직장인 1인 가구 박영호(31·가명)씨는 약 10년 째 아침을 거르고 있다. 평소 집에 혼자 있을때면 주로 인스턴트,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뿐만 아니라 음주량도 적지 않다. 불규칙한 식습관이 이어져오면서 박 씨는 스스로도 건강이 좋지 않다고 느낀다. 그러나 매년 건강검진은 받지 않는다. 박 씨는 "귀찮기도 하고, 아직은 젊다고 생각해 건강검진을 받아 볼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청년 건강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은 주로 불규칙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부는 청년층의 건강을 고려해 무료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만 19세~34세 청년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최근 1년간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한 청년은 1664명(41.6%)으로 집계됐다. 병원을 가지 못한 이유는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47.1%)가 가장 많았고 '의료비 부담'(33.7%), '약국에서 비처방약 구매'(9.3%)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청년의 절반 이상은 최근 1년간 병원과 건강검진센터, 보건소 등에서 건강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청년층에게도 건강검진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점차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비만,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이 청년층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청년층부터 잘못된 식습관, 생활환경이 방치될 경우 장년층에 급격한 건강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만성질환자 통계를 보면 청년층 당뇨·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어났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만성질환자 현황'을 보면 최근 5년(2018년~2022년)간 80대 미만 연령대 중 20대에서 당뇨 환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기준 20대 당뇨 환자는 4만2657명으로 2018년(2만8888명) 대비 47.4% 증가했다. 고혈압 환자 또한 같은 기간 20대가 30.2% 늘었다.

이처럼 청년 만성질환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건강검진의 중요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02년~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20~39세 직장가입자 남녀 412만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건강개선 효과를 알아본 결과,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30청년층은 받지 않은 대상자에 비해서 전체 사망률이 17%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률은 20% 낮아졌다.

정부는 2019년 1얼 1일부터 '건강검진 실시기준'을 개정해 청년층에게 무료로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급여수급자라면 해당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일반 건강검진은 물론 추가 검사까지 무료다.

건강검진 항목은 일반건강검진과 암검진으로 나뉜다. 일반건강검진은 ▲비만 ▲시·청각 이상 ▲고혈압 ▲신장질환 ▲빈혈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간장질환 ▲폐결핵·흉부질환 ▲우울증 ▲치아우식증 등을 검사할 수 있다.

무료 건강검진이더라도 검사 항목은 일반 직장 건강검진과 동일한 11개 항목이 적용된다. 암검진의 경우 40세 이상이 대상자이지만 20세 이상 여성은 자궁경부암 검사를 2년 주기로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단 출생연도에 따라 건강검진 대상자가 바뀐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홀수일 경우 홀수연도에, 짝수면 짝수연도에 신청 후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신청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국민건강보험 누리집 건강IN 메뉴에서 검진 대상인지 확인 후 집이나 학교, 직장 근처 검진기관을 검색하고 방문하면 된다. 모바일로도 가능하다.

한편, 서울 동작구, 관악구, 광진구 등 지자체 내에서도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무료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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